며칠 전, 신촌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40대 조기 퇴직자의 인터뷰 기사를 접했다.
우리 가게 1Km 반경 안에 치킨집만 13곳, 한 달 평균 매출 300만 원으로는 임대료 및 인건비 감당도 어려우니, 문 닫을 날만 남았다.
그는 눈칫밥을 먹더라도 회사에 붙어 있어야 했다는 쓸쓸한 후회의 말을 전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와 같은 40대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은 2013년 기준 2,725만 원으로, 임금 근로자 5,170만 원 대비 52%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40, 50대를 대상으로 한 자영업 생태계 구축과 고용률 증대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지만 명확한 대안이 보이지는 않는다.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 2명으로 창업된 만나(Manna)는 ‘아쿠아포닉스’ 공법을 활용한 환경제어 수경재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자체 보유하고 있는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환경 제어 농업의 높은 비용의 문제와 낮은 생산성을 혁신하여, 저비용 고품질의 친환경 유기농산물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40, 50대 자영업자들에게 귀농을 통한 자영업 생태계 플랫폼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 목표다.
이들은 농장 확산 모델로, 순수 직영보다는 기존 농민 및 귀농인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영농조합의 생태계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만나는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기존의 농지 및 농업용 시설 등을 인수하고, 귀농인들에게는 시설 현대화 자금과 같은 농업지원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와 관련 기술 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존 농민 및 귀농인들은 2~4억 원을 투자(융자)해 농장을 운영하고, 생산 및 유통된 친환경 유기농산물 판매 매출을 출자 비율에 맞추어 배당받는 형식이다. 만나는 기술력 및 농장 확장 모델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받아, 2013년 포스코기술투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2014년 카이트 창업가 재단을 운영기관으로 하는 중소기업청의 TIPS 사업에 선정된 바 있으며, 2015년 3월에는 DSC 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만나의 전태병, 박아론 공동창업자를 만나 고질적 사회 문제를 풀고자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수많은 분야 중, 왜 농업인가요?
박아론 (공동창업자, 이하 박) : 어렸을 때부터 식물과 동물을 기르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는 집 앞에서 뱀을 잡아와서 부모님을 놀라게 한 적도 있고요 (웃음). 고등학교 때는 원시 지구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일산화탄소 및 산소의 농도를 높이고 태양열을 조절하면서 실제로 수확량을 늘려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었습니다. 실제로 만나(Manna) 프로젝트는 대학교 재학 시절 다양하게 진행하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식물공장과 비빔밥’을 발전시킨 결과입니다.
전태병 (공동창업자, 이하 전 ) : 제 경우에는, 전략적으로 농업이라는 영역을 선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농업이라는 섹터는 우수한 인력들이 많이 찾지 않는 틈새시장의 성격이 있고요. 무엇보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농업이라는 영역도 충분히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 때 진행하셨던 ‘식물 공장과 비빔밥’ 프로젝트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박 : 2009년부터 진행했던 ‘식물 공장과 비빔밥’ 프로젝트는 현재 저희가 진행하는 만나(Manna) 프로젝트의 환경제어농업 시스템 구축이라는 비전의 모태가 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데요, 수경 재배를 처음 실험했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수경 재배의 장점은 토양의 질병과 유해 미생물의 영향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이고, 고밀도 재배가 가능하며,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자연 선순환 과정을 모방하여 어류의 배설물과 발생하는 폐기물질을 특수 미생물을 이용하여 액상 비료화하여 농작물을 키우는 과정인 아쿠아포닉스 기술 개발의 시작이 되었죠.
전 : 당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천연농작물을 생산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판로가 문제였습니다. 순진한 대학생 입장에서, 농장 옆에 비빔밥집을 차리고 천연농작물을 직접 공급하며 비빔밥을 팔아 매출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실패했어요.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이 재배되는 작물의 판로를 확보하고, 수요자에게 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과 농장 확장이라는 점을 놓친 거죠. 그래도 전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좋은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창업 초기 자금 마련과 인력 수급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 : 카이스트의 창업 보육센터 OUIC KAIST의 랩에서 시작했습니다. 초기 자금 마련을 위해 따로 투자를 유치하지는 않았고요. 당시 전 전태병 공동 창업자와 함께 태양열 시스템(Solar System)을 개발하고 컨설팅하는 일로 큰돈은 아니지만, 매출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 금액을 기반으로 2013년 3월에 만나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 스마트 농장 시스템이라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농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더 나아가 40~50대 퇴직자들을 위한 귀농 스마트 플랫폼을 제안한다. 전략이 상당히 전인적(Holistic)입니다. 어떤 연유에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건가요.
전 : 먼저 만나의 스마트 팜의 경쟁사 현황을 조금 언급할게요. 온실 및 비닐하우스 등 시설을 신설하고, 수경재배 장비를 생산하는 G사, M건설 등은 온실을 신축하는 대기업 혹은 정부 프로젝트 사업에서 큰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외에 첨단 식물공장 수경재배 장비를 생산하여 농장을 운영하고 장비 판매를 하는 중소 기업군들이 있습니다. 영농조합법인, 혹은 농업회사법인의 형태로 생산자 단체를 운영하여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고, 유통까지 직접 참여하는 기업의 형태가 존재합니다.
만나는 이 같은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비교우위 및 차별화 전략을 모색했었고요. 기존 기업들의 농장 턴키(일괄수주, 건설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 주는 방식) 방식보다는, 기술이 농민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기존의 농민들 혹은 귀농인들이 2억 원 정도의 자비를 투자하면, 농장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데요. 생산 및 유통된 친환경 유기농산물 판매 매출을, 출자 비율에 맞추어 배당을 받는 형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노력했습니다
박 : 처음부터 40~50대 자영업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동네에서 치킨집을 창업하는 비용이라면, 투자 대비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구조를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스마트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거꾸로 천연 농 유기작물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판로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현재까지 개척한 판로와 영업 방식에 대해 묻고 싶네요.
박 : 처음에는 저희가 직접 영업처를 만들기 위해 발로 직접 뛰어보기도 했는데요.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어요(웃음). 오히려 이후에는 직접 연락이 오더라고요. 현재 확보한 거래 업체들에 대해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1~2호 농장은 천연화장품 및 신약 개발을 위한 작물을 재배하여 납품할 예정입니다. 3~4호부터는 신규 농업 법인과 영농조합에 출자하는 형태로, 농작물을 재배해서 농산물 직거래 시장 및 대형 마트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천연 화장품 원료용 작물 시장의 경우에는, 프리미엄 원료 개발에 대한 니즈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공급 시장은 충분히 성숙해 있지 않아요. 특용작물 재배를 위한 특수한 환경을 유지하는 노하우 및 기술적 인프라가 아직 한국은 미비한 편입니다.
- 중국 농산물 직거래 시장 규모가 올해 51조 원 규모이며,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나의 중국 시장 진출 시기 및 전략이 궁금합니다.
전 : 실제로 티안마오(Tianmao)는 중국 알리바바의 계열사인데, 온라인 농산물 판매량이 지난해 비해 300% 이상 증가한 바 있고요. 이하오디엔(Yihaodian)은 월마트가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온라인 농산물 판매 사이트로 티안마오와 가장 큰 경쟁업체로 언급됩니다.
특히 티안마오에는 한국 농산물 판매를 위한 온라인 지점이 따로 개설되어 있고, 한국 농산물은 고품질 프리미엄 농산물로 분류돼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요. 바로 이곳을 중국 시장의 첫 판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시장의 해외 개척에 있어서는 각종 인증 및 규제의 해결이 큰 이슈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국의 유기농 농작물 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에 농장을 짓고자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만나의 비전에 대해 말씀 부탁합니다.
박 : 먼저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비전인 '한국의 농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귀농인들을 위한 스마트 플랫폼을 제안한다'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주신 카이스트의 창업 보육센터 OUIC KAIST, 카이트 창업 재단과 중소기업청 TIPS 프로그램, 그리고 투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만나의 두 창업자와 인터뷰하는 내내 필자가 유심히 관찰했던 것은, 이들의 손이었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인 이들의 손은 마치 농부의 손과 같이 투박하고 거칠었다. 실제로 만나에 투자한 바 있는 한 투자 심사역은 박아론 대표와 전태병 공동 대표가 학창시절, 대학교 룸메이트로 첨단 농업 시설 구현을 위해 오랜 기간 연구한 끝에 창업했으며, 창업 이후에도 카이스트 문지 캠퍼스내 실험실에서 작물 및 재배 방법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음을 높이 평가했다. 이 심사역은 "1호 농장의 건설이 80%가량 완료된 상황이지만, 만나 입장에서 대규모 재배는 처음인 데다가 원활한 재배 및 수확, 유통 등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잘 극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충북 진천의 한 농장에서 합숙하며, 한국 농업생태계의 혁신과 귀농인들의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나 팀의 앞길을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