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MOVEMENT, 이제 우리나라에도 불어올 때가 되었다
2013년 11월 04일

 

사례 I: 충남 천안의 김경택 씨(58)는 지역에서 ‘고물 발명가’로 유명하다. 그는 인근 고물상에서 각종 자재를 가져와 휴대용 고압 분무기, 가정용 근적외선 소독기, 무전원 음식물 처리기 등 제법 활용도가 높은 물건들을 만들어낸다. 고물 발명가라 하지만 그가 가진 특허만 10여 개로 그 수준도 개인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치고는 그 수준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그의 발명이 달갑지 않다. 온갖 고물을 주워오는 것도 모자라 집안 냉장고 부속품은 물론 숟가락까지 그의 발명에 쓰이느라 남아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출처: 코리아헌터 ‘고물발명가’ 편, TV 조선, 2012 년 12 월 5 일 방영)

 

사례 II: 영국 맨체스터 경찰청은 지난 10 월, 맨체스터 시 배글리 지역의 범죄조직 거점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이 범죄조직의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제작시설을 적발하였다. 현장에서 3D 프린터로 제작된 방아쇠와 탄창이 압수되었으며, 해당 당국은 현재 이 시설에서 제작된 총기 부품의 실제 사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영국서 3D 프린터 총기제조 시설 적발”, 연합뉴스, 2013. 10. 15)

 

1900 년대 초에 주류가 된 이후로 오늘까지 경영 및 비즈니스 방법론은 Taylorism (테일러式 과학적 관리방법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Taylorism의 근간은 ‘효율성’이다. 그에 따라 Taylorism은 모든 Process를 표준화하고, 각 단계에 전문성을 가진 인적자원을 배치한 후 그 운영에 최적화된 자본을 투입하여 ‘손실이 최소화된 산출’을 꾀한다.

그러나 위의 두 사례는 이제 그러한 Taylorism이 본격적으로 붕괴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표준화되지도 않았고, 전문성이 있는 인적자원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커다란 자본의 투입 없이도 상당한 수준을 갖춘 산출물이 탄생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혁신적 IT 산업의 중심지는 단연 미국의 Silicon Valley (이하, “Valley”)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Valley에 Maker Movement라는 이상한 단어가 돌기 시작했다. Maker Culture로도 불리는 이 이상한 단어는 ICT 기반의, 기본적으로 ‘무형(無形)’의 온라인 공간에 집중되어 있었던 “혁신”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실체를 가진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룩해 내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오프라인에서의 혁신도 온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실패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Offline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RP (Rapid Prototyping, 빠른 시제품 생산)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시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無形’인 온라인 상에서의 혁신과는 달리 실체가 존재하는 오프라인에서의 제조를 통한 혁신은 금형 등 제조공정의 특성 상 상당한 고비용을 야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Taylorism이 적용되는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Valley에서 Maker Movement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러나 이와 같은 제조업에서의 RP가 더 이상 Taylorism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3D Printing (적층식 제조방식, Additive Manufacturing)이라는 새로운 RP Tool의 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두의 사례 II에서 본 바와 같이 3D Printing은 소규모 집단이 실제로 사용가능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 비용의 감소세 역시 놀랍다. 초기에는 수억 원에 달했던 3D Printer의 가격이 최근에는 약 $1,000, 즉 약 100만 원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이제는 얼마든지 개인도 다양한 시제품 제작을 통해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게다가 3D Printing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인 SLS라는 물질 역시 그 특허가 곧 만료되어 앞으로 3D Printer를 사용한 Prototype의 제조비용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는 천안의 김경택 씨가 더 이상 고물상에 가서 발명재료들을 찾지 않아도 됨을 의미하며, 더 중요하게는 그 댁의 냉장고와 숟가락이 온전히 남아있게 되어 부부간의 금슬도 좋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 3D Printing의 소재가 플라스틱 류에 한정되어 있으며, 특히 저가의 Printer일수록 그 정밀도가 부족한 점 등은 도전과제이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새로이 주류로 부상한 혁신적 기술들은 언제나 기존의 기술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시장에 진입한 후 급속히 성장하며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였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세계 최고의 검객은 2 등인 경쟁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가 두려워 해야 할 대상은 한 번도 칼싸움을 해본 적 없는 무지한 적수들이다. 왜냐하면 그런 류의 사람들은 고수들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수들이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으로 때때로 고수들을 그 자리에서 끝장내 버린다. (The best swordsman in the world doesn’t need to fear the second best swordsman in the world; no, the person for him to be afraid of is some ignorant antagonist who has never had a sword in his hand before; he doesn’t do the things he ought to do, and so the expert isn’t prepared for him; he does the things he ought not to do and often it catches the expert out and ends him on the spot)”고 말한 바 있다.

오프라인에서 실체를 가진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제 손에 잡힐 듯 가까워 졌다. 게다가 최초의 화포와 철갑선을 비롯하여 수많은 세계 1 등 제품을 만들어 낸 우리나라가 아닌가. 이제 우리나라에도 Maker Movement가 본격적으로 불 때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검객을 그 자리에서 끝장내어 버릴 수 있는 혁신가들이 제조 분야에서도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3D Printing을 통한 혁신적 제품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이번 11 월 28 일에 개최될 ‘스마트콘텐츠 콘퍼런스2013’에서 보다 자세하게 다루어 질 예정이다. Maker Movement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참관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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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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