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다음 글은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CyberAgent Ventures)의 유정호(Eric Yoo) 수석 심사역께서 기고해 주셨습니다.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는 30여개 신흥국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김기사 등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VC의 관점으로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마켓에 대한 전문적 인사이트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로컬 음식점 시장은 매우 크다. 1천 만명가까운 인구가 24시간 동안 쉬지 않는 서울인데, 그 먹거리 시장 또한 매우 큰 규모인 것은 다행이다. 한국의 음식점 수는 약 50만개 이상이며 시장 규모는 55~6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요식업 시장에서 최근까지 스타트업이 가장 큰 혁신을 이끌어 온 분야는 단연 딜리버리 마켓(Delivery market)이다. 일단 한국의 딜리버리 마켓 자체가 크다. 약 12조원 시장으로 미국과 EU 다음으로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위치 기반 검색이 가능해 졌다. 로컬 업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점포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 졌으며,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국내 스타트업들이 지역 전단지를 스마트폰 화면으로 대체해 시장을 혁신하였다. 일반적으로 전단지를 뿌리기 위한 비용은 수 십만원에 달하지만 이를 통해 주문하는 고객은 수 명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월 5~10만원으로 주문을 수 십건 가져다 준다. 업주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이 눈 앞에 놓인 셈이다.
이 뿐 아니라 주문 – 결제라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편한 배달 주문이 가능해졌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지불하기는 하지만 ‘주변의 다수의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점차 커지는 셈이되기 때문에 과거보다 효과적인 사업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TV 광고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배달의 민족'
한국에서는 우아한형제들(Woowa Brothers, http://www.woowahan.com/)과 요기요(Yogiyo, http://www.yogiyo.co.kr/)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켓 몬스터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우와 브라더스와 요기요, 이 두 스타트업 모두 1,000만 달러(한화 100억 9,800만 원) 이상의 자금 조달을 완료하고 최근 TV CF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배달 주문 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비중은 아직 15%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향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할까? 필자는 적어도 절반 이상은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배달시장이 아닌 일반 로컬 음식점 시장은 어떠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배달 분야를 제외하여도 약 40~50조를 형성하고 있는 로컬 음식점 시장이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 시장은 이 분야에서의 강자가 아직 없다. 이는 검색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가 로컬 음식점 정보 채널을 상당부분 커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 블로그 검색에서의 신뢰성 문제, 음식점 오너들의 마케팅 니즈 증가 등의 현상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점포주 입장에서도 새로운 채널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 분야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1. 위치기반 정보를 활용하여 고객과 점포를 연결
상상해보자. 내가 레스토랑 주인인데 내 레스토랑 주변에 있는 배고플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점포를 알리고 방문 시 할인 쿠폰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마케팅 채널인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마케팅할 수만 있어도 마케팅 툴로서는 가장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이 접근 방법의 핵심이다.
이 방법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동시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에스케이텔레콤(SK Telecom)과 구글(Google)은 단말기 자체에서 가까운 음식점 정보를 전화번호 찾듯이 검색할 수 있게 하였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여기에 자회사인 에스케이플래닛 사업과 연동하여 결제까지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듯하다. 주변 음식점 정보와 함께 할인 쿠폰 등을 붙인다면 꽤나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의 시온(Seeon, www.seeon.kr)이나 포스퀘어(Foursquare)는 소비자들이 직접 체크 인하는 방식으로 위치를 파악한 후 주변 정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체크 인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SNS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네비게이션 스타트업(Navigation Startup)도 이 분야에 진입하고 있다. 김기사라는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하는 록앤롤(LocNall, http://www.locnall.com/html/sub/ci.html) 은 특정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파악하여, 그 목적지 주변의 맛집 정보를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우리도 이러한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투자하였다).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 소비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점이 전재가 되어야 광고주 입장에서 실제로 내방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효과적인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네이게이션의 경우 적어도 이동경로나 목적지에 있는 유저를 자연스러운 형태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는 매우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접근 방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제공하는 정보가 유익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쿠폰 제공이나 전단지 배포 수준의 광고는 바로 유저 이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유저의 취향이나 실제 방문 점포들의 특성 분석을 위치 정보와 결합하여 최대한 유저가 원하는 정보를 발신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2. SNS를 통한 관계 기반의 음식점 큐레이션
국내에 음식점 미디어 강자가 없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믿을 만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다(Yelp는 한국 시장에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관계 지향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생각해보자. 팔로워가 많은 트위터의 셀렙들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영향력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맛집 많이 다니는 인간이 추천해 주는 음식점은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관계 기반으로 ‘신뢰성’있는 정보를 큐레이션해 나가는 방식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중 망고플레이트(www.facebook.com/MangoPlate)라는 스타트업이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본 서비스는 실제 회원이 방문해 본 음식점 수와 팔로잉, 팔로워 수 등을 바탕으로 일종의 영향력 점수를 만들어내고 영향력 점수가 높은 음식점 순위가 높아지는 방식이다. 또한 자신이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이 추천하고 있는 음식점들을 통해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들끼리 좋다고 하는 음식점이 결국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아니겠습니까’인 셈이다.
관계 기반을 통해 정보를 큐레이션 할 경우 중요한 요건들이 있다. 첫 번째로 얼마나 내가 아는 지인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아무리 네트워크 기반으로 정보가 올라온다고 하여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영향력있다고 한들 나에게는 그 의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야 저 친구 주로 어디 가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실제 가본 사람들의 음식점 정보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많은 정보들이 가보지 않고 입 소문 수준에서 추천하고 있다면 그 신뢰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실제 방문 정보의 수가 상위 몇 점포로 몰리기 시작해도 음식점 미디어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 두 밸런싱은 고난의도의 오퍼레이션일 것이다.
3.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음식점 큐레이션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한국의 많은 음식점 정보는 웹 상에 블로그 형태로 남아있다. 국내 포털을 통해 검색할 수 있는 맛집 블로그 정보로 국내의 웬만한 음식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 정보들은 단편적이기 때문에 유저가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블로그를 여러 개 비교해서 뭐 여기나 가볼까 정도).
한국의 다이닝코드(http://www.diningcode.com/)는 웹 상의 다양한 정보를 데이터 처리 기술을 통해 활용 가능한 정보로 만들어주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다양한 블로그 상의 정성적/정략적 데이터를 종합하여 유저가 검색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따라 맛집 랭킹를 큐레이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서울 맛집’의 랭킹뿐 아니라 ‘서울에서 주차 가능한 한식집’ 수준의 검색에도 대응할 수 있다. 웹 상에 워낙 방대한 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정제된 지식’으로 보여주는 방법이다. 실제 사용해 보면 다양한 맥락 상에서의 솔루션을 얻을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음식점 추천은 새로운 시도이지만 마찬가지로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데이터 분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상위 탑 블로그 정보들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한국의 경우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블로거들 중 마케터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작성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러한 정보가 분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자정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정보의 쏠림 현상을 어떻게 처리 하는가도 중요하다. 웹 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경우 아무래도 사람들의 입소문에 많이 올라가는 상위 점포 정보들 비중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타 블로그들 중에도 높은 랭킹의 속할 수 있는 점포들이 존재할 것이고 이러한 점포들도 특정 맥락 속에서 상위에 랭크할 수 있어야 소위 이야기하는 음식점 미디어가 될 수 있다 (항상 비슷한 음식점만 올라오면 계속 사용할 동기가 사라지지 않을까). 특히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할 경우 이 시장은 전형적인 롱테일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가 일정한 방식에 따라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4. 고객 편의의 확장
이 접근 방식은 미국의 오픈테이블 (http://www.opentable.com/)과 유사한 방식이다. 생각해보자 연인과 데이트해야 하는데 가서 앉기만 하면 되는 상황. 꽤나 점수 딸 수 있지 않을까.
포잉(http://mypoing.com/)은 음식점 검색 – 예약까지 몇 번의 터치로 해결해 주는 서비스이다. 국내 예약이 가능한 레스토랑의 상당 수를 커버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자동 ARS 기술을 통해 점포와 전화 통화 없이 예약이 가능하다. 또한 직접 방문 후 리뷰작성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리뷰를 쌓아가고 있다.
이 서비스의 경우 ‘예약 할만한 레스토랑’이 타겟 대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즉, 어느 정도 고객 단가가 있는 음식점을 위한 미디어이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음식점 미디어보다는 버티컬 큐레이션 미디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타켓 유저층도 좁힐 필요가 있다.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하거나 혹은 자연스러운 카테고리 확장을 통한 양적 성장 전략 등 변화를 위한 고도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서비스는 ‘결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곳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규격화된 메뉴가 중심이거나 특정 시간에 고객이 모이는 레스토랑 등을 중심으로 사전 예약-주문-결제가 붙어 우버(Uber)와 같은 경험을 주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이미 딜리버리 시장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봤지만 분명 이보다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떠한 방식이 되었던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신뢰성을 갖춘 정보를 유지하는가와 함께 광고주 입장에서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가지를 절절하게 운영하는 것이 꽤나 어렵다. 그래서 우리와 가장 밀접하면서도 계속 풀리기 힘든 시장인 것 같다(게다가 라인이나 카카오 등 메신저 플레이어들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향후 몇 간 이 50조가 넘는 대형 시장에서 어떤 스타트업이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