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업(業) #4] ‘고렴이’ 화장품 시장 노리는 파워블로거 출신 스타트업 ‘레페리’
2014년 11월 07일

남자들은 여자 말만 듣고 사세요. 그게 최고입니다. 너희들보다 훨씬 더 상위에 있는 종족들이에요. 그러니까 무조건 남자들은 앞으로 살면서 여자 말을 듣고 산다 생각하면 적어도 중간은 갑니다. 남자는 여자를 이해하고 분석하려 하지 마세요. 너희들 따위가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종족이 아니에요. 완전히 상위 종족이라니까요? 여자들 대화를 잘 들어보세요. 남자들이 이해할 수 있나. 없어요. 위대한 종족들이에요. 한 시간짜리 드라마를 보고 다섯 시간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너희들이 그걸 이해할 수 있겠어요? 못해요 평생가도. 전화 통화를 세시간 반 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고 합니다. 너희들이 그걸 알 수 있겠어요? 못해요. 여자들은 감성으로 뭉쳐져 있어요. 너희들처럼 이성으로 판단하고 분석하는 존재가 아니에요. 한 단계 위에 있는 존재입니다.

한 강연에서 김제동이 한 말입니다. 정말 금성에서 온 여자는 화성에서 온 남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상위 종족일까요? 금남의 구역인 화장품 업계에서 여성들의 마음을 사겠다며 용감하게 뛰어든 남자가 있습니다. 아마존도 좌절시킨 철통 같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민 레페리(Leferi)의 최인석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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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레페리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A. 저희 레페리는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위한 온라인 팝업 스토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용자는 매일 레페리 앱을 통해 고급 브랜드의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어요. 온라인에서 결제는 하지만, 수령은 직접 백화점 매장에서 이루어지죠.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오프라인으로 발송되는 초대장을 가지고 백화점에 가면 됩니다. 여성들은 아무리 싸더라도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사는것은 불안해 하고,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를 해보고 사고 싶어하더라구요. 이러한 여성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백화점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식을 고안해냈습니다.

Q. 지금도 판매중인가요?

A. 11월 중순 베타 서비스가 오픈 될 것입니다. 홈페이지, 앱의 형태가 완성될 건데요. 지금은 콘텐츠와 백화점, 브랜드와의 파트너쉽을 다지고 있습니다.

Q. 초대장을 모바일로 보내는 게 빠르고 편할 것 같은데, 굳이 오프라인으로 보내는 이유는 뭔가요. 

A. 투자자분들도 그 얘기를 많이 하세요. 왜 모바일로 보내지 종이로 보내느냐고요. 하지만 청첩장을 모바일로 보내지는 않잖아요. 모바일 초대장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오프라인 감성과 만족을 불러일으킬 거라 생각해요. 초대장을 분실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백화점 내에도 시스템을 구축해놓았어요. 본인 확인을 통해 수령이 가능합니다.  초대장이 꼭 필요한 입장권의 개념이 아니라, 구매를 통해 발생하는 일종의 기념품으로 생각되었으면 좋겠어요.

Q. 화장품이면, 여성들이 주 고객층이겠어요.

A. 네. 저희 고객층은 고급 화장품을 구매하는 2,30대의 여성입니다. 그 이상의 연령대도 고급 화장품을 많이 구매하지만 인터넷에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2,30대를 목표로 했습니다. 점차 타깃층은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남성은 타깃으로 하지 않나요?

A. 네. 남성을 대상으로 마케팅하지는 않습니다. 남성 화장품을 다루더라도 남자보다는 여자를 타깃으로 할 거예요. 왜냐하면 남자가 직접 화장품을 사는 것보다 여자들이 사주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춰 ‘남성분들에게 선물하세요’라고 하지 ‘남자분들 사세요’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베타서비스를 아주 간단하게 해본 적이 있는데 남자들은 ‘싸게 샀다’하고 끝이더라고요.

Q. 대표님도 남자이신데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아세요?

A. 여성은 정말 어려운 존재죠. 물론 남성도 여성을 알기 쉽지 않지만 전 여성도 여성을 모를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남자로서 여자에게 뭔가를 해 줄 수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여성을 즐겁게는 해줄 수 있지만, 여성이 여성을 감동시킬 수는 없잖아요. 남자가 당연히 미숙하지만 노력해서 뭔가를 했을 때 감동을 줄 수 있잖아요. 저희 콘셉트가 바로 이런 거에요. 그래서 서비스 콘셉트도 프로포즈로 정했습니다.

Q. 프로포즈라는 콘셉트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A. 고급 화장품 브랜딩을 할 때 럭셔리(Luxury) 보다는 엘리건트(Elegant)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럭셔리는 검은색만 칠해도 가능하지만 엘리건트, 즉 우아한 분위기를 내기는 쉽지 않거든요. 디자인, 말투, 고객에 대한 철학 등 모든 서비스가 우아하게 맞춰져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것을 더 구체화할 수 있는 개념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로맨틱이라는 콘셉트를 잡았고 로맨틱의 최고봉인 프로포즈가 최종 콘셉트가  됐죠. 저희 서비스가 결국 상품을 할인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도 단순 '할인'이 아닌 '프로포즈'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브랜딩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브랜딩이 뭐라고 생각해요?

A. 브랜딩은 정성이나 배려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의 강력한 무기는 브랜딩이에요. 그런데 투자자들을 만날 때에 이 브랜딩 이야기를 꺼내는 건 오히려 독이죠. 투자자분들은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너희가 내실이 있다면 브랜딩, 디자인 없이 승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저희 콘셉트가 프로포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러 갈 때 그 여자는 당연히 나를 보고 판단하겠죠. 하지만 ‘내 내면을 봐줄 테니’하는 생각에 반팔 티에 반바지 입고 가면 될까요? 깔끔하게 차려 입고 간다는 것은 최소한의 배려고 정성이예요. 그리고 마음의 표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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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외에 레페리와 유사한 서비스는 없었나요?

A. 전 세계적으로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직접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펼치는 서비스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작년 아마존이 럭셔리 코스메틱 카테고리를 열어서 참혹하게 망했죠. 로레알(Loreal), 에스티 로더(Estee Luder)가 다 거절했거든요. 고급 화장품 브랜드는 절대 움직이지 않아요. 철벽이죠.

Q. 아마존이 못한 것을 레페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A. 아마존은 화장품을 다른 소비재와 똑같이 보는 실수를 범했어요. 이에 루이비통은 “우리 제품을 생필품과 같이 팔 생각하지 말라”고 강경하게 대응했죠.

저희가 브랜드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들었던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은 ‘화장품 업계에서 20년은 있었어야 알 수 있는 요소들을 갖췄다’는 평가였습니다. 화장품은 민감한 소재에요. 저희 레페리는 오직 고급 화장품 브랜드만 입점합니다. 현장 수령과 같은 방법도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배려하는 서비스죠.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 있습니다.

그리고 레페리는 고객, 화장품 브랜드, 백화점이 3 요소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고객은 양질의 콘텐츠와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화장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직접 수령하기 때문에 더 안심이 되죠. 화장품 브랜드와 백화점에서도 고객을 더 끌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모션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Q. 아마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화장품 브랜드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A. 그렇죠. 하지만 화장품 브랜드에도 플랫폼에 대한 니즈는 있어요. 지금까지 고급 화장품만을 위한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요청을 드리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가 아는 사람도 없고 쉽지 않죠.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회사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꽃 배달도 하고 정말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어요. 만나서 저희 서비스에 대해 열심히 설명드리고 설득해도 신생 기업에 대한 의구심은 당연히 있어요. 그래서 곧 출시될 베타서비스가 중요합니다. 결과를 보여드림으로써 이런 의구심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Q. 이렇게 힘든데도 고급 브랜드를 공략한 이유가 있다면요.

A.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어렵고 장벽이 높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고급 화장품 시장을 성공시키고 나면, 그 아래의 중, 저가 브랜드나 액세서리, 패션 주얼리 등 다양한 시장은 오히려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방식을 탑 다운이라고 하는데요, 꼭짓점을 실현시키고 나머지는 쉽게 가는 거죠. 백화점부터 시작한 롯데가 롯데마트, 롯데마켓 등을 론칭시키는 것도 이와 같은 방식이에요.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 다음부터는 쉬워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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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워 블로거 출신이라는 이력이 재미있어요.

A. 자기개발 칼럼 분야 파워블로거였어요. 1년에 120만 명이 방문했죠.

Q. 블로그는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A. 1학년 때부터 증권회사 인턴하고 학교 안보다는 밖에서 많은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세상을 일찍 보게 됐죠. 그러다 보니 학교에만 있는 친구들이 답답하더라고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블로그에 글로 썼는데 이중 하나가 포털 메인에 떠서 하루에 3만 명이 들어왔어요.

Q. 파워블로거에서 창업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한창 파워블로거로 활동을 하던 중에 군대를 갔어요. 원래는 제대 후 최고의 자기개발서를 쓰겠다고 생각하고 군대에서 책을 많이 읽었죠. 성공한 기업가, 창업가의 스토리를 읽다 보니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그들은 하나같이 실천을 했더라고요. 그런데 되돌아보니 저는 말만 했단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내가 세상을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창업을 결심했고 군대에서 창업을 준비했어요. 분야도 뷰티로 잡았고, 매월 여성잡지를 구독했죠. 군대에서 소방서에 있었는데 차고에서 연구를 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 최초의 소방차 차고 창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웃음) 그리고 제대 하자마자 입대 전 주식으로 벌어 놓은 2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을 시작했어요.

Q. 창업을 하는 데에 블로거여서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A. 일단 블로거였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았어요. 그게 첫 번째고, 블로거였기 때문에 이제 다양한 네트워크가 생겼죠. 사실 남자가 뷰티 블로거들과 만날 일이 없잖아요. 그런데 블로그를 하며 이쪽에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죠. 제가 뷰티 블로거 모임도 이끌고 있거든요. 이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튜브,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도 맺을 수 있었어요. 스타트업은 홍보 쪽에 신경을 쓰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는 그것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 있죠.

Q. 블로그에서 벌써 활동을 하고 있던데.

A. 요즘은 블로거를 크리에이터라고 칭하는데요, 뷰티 크리에이터와 함께 유튜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요즘 유튜브에서도 뷰티가 핫하거든요.(웃음) 크리에이티브와 함께 교육을 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며 유능한 뷰티 비디오 크리에이티브를 양성하고 있어요. 뷰티는 효율보다는 감성이 중요하고, 콘텐츠를 통해서 이러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콘센트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마련해 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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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마케팅도 시도 중인가요?

A. 저희는 별도의 마케팅 예산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아요. 고급 브랜드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난 2월 소량으로 테스트를 했었는데, 그때 한 고객이 레페리를 이용하고 회사에 소문이 나서 여직원들이 다 퇴근을 안 했다고 해요. (웃음) 저희가 9시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웹에서만 되다 보니 퇴근 후 집에 가지 않고 회사에서 기다린 거죠. 이렇게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힘이 우리 아이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서비스를 실현 시키는 것 자체가 마케팅인 거죠.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창업을 해보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마음이 나약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높은 곳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만 봐야지 잠시라도 아래나 뒤를 쳐다보면 아찔하죠. 그럴 때마다 빨리 가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죠. 저희도 고난과 역경 많았어요. 백화점, 브랜드 다 설득해야 하고, 개발자도 없었고. 하지만 언제나 방법은 있어요.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해결돼요.

Q. 그렇다면 마음잡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A. 같이 일하고 있는 이동후 영업 이사가 같은 동네에 살아요. 힘든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 친구랑 해결될 때 호프집에서 앉아서 고민해요. 자주 가는 호프집이 있거든요. (웃음) 해결책이 나와야 집에 가죠.  술이 조금 들어가면 기분도 좋아지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방법을 찾고 그 다음날 바로 실행하죠.

Q. 정말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레페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전 세계에서 매일매일 여성 고객들에게 프로포즈 하는 게 소원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고급 뷰티에 대한 프로세스,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요. 저희가 상대하는 브랜드들은 글로벌 뷰티 그룹이기 때문에 한국 지사에서 성공시키면 다른 나라에서의 진출은 오히려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백화점과의 제휴로 물류 시스템을 대신한다는 것도 해외 진출 시 장점이 될 거예요. 저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어딘가에서 레페리의 초대장이 배송되고 있는 그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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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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