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나 서비스의 거래에서부터 부동산 투자, 개인 간(P2P) 대출, 직불카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의 활용이 점차 다양해지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든 비트코인 스타트업 '코빗(KORBIT)'의 행보가 눈에 띈다.
2013년 서울에 설립되어 현재까지 총회원 수 3만 명, 가맹점 수 1천3백 개, 누적 총 거래량 8백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코빗은 분산장부 형태의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Cryptocurrency)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ereum)의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를 운영 중이다. 코빗은 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한 글로벌 결제 서비스 '코빗페이(KORBIT PAY)', 개인 사용자(B2C)를 위한 비트코인 국제송금 서비스이자 기업(B2B)을 위한 해외 송금 망인 '하이픈(HYPHEN)' 등을 제공한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국제송금 서비스
코빗의 하이픈은 외국인 근로자, 교환 학생, 비즈니스맨 등의 개인 사용자가 비트코인을 활용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에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하려면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망을 이용하는 전신료를 지불해야했다. 코빗의 유영석 대표는 "특히, 은행을 통하면 송금액과 상관없이 1건당 5천 원~8천 원의 전신료를 내야 함과 동시에 돈을 송금하는 국가의 은행에도, 돈을 수취하는 국가의 은행에도 송금 서비스 이용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적은 금액을 송금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코빗의 하이픈을 사용하면 송금 건당 전체 송금 금액의 2%만을 부과하므로 은행을 통하는 송금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며, 기존에 며칠 이상 걸리던 송금 완료까지의 시간도 몇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빗은 300만 원 이하의 소액 국제 송금 시장을 보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송금하려는 금액이 소액일수록 코빗의 하이픈을 통하는 것이 더욱 유리한 셈이다. 현재 사용자는 코빗의 하이픈을 통해 프랑스, 독일, 중국 등 24개국에 6개의 통화를 보낼 수 있다.
국제송금 네트워크 구축 사업
또 코빗은 국제 송금 사용자가 많아 시장은 활발하지만,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해외 지역 비트코인 거래소 및 기업에 하이픈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 대표는 "해외 송금은 유럽 국가들과 필리핀이 제일 활발하다. 특히, 해외 송금을 가장 많이 수취하는 나라는 인도이며, 2위는 필리핀이다. 하지만 한국만큼 은행 간 결제를 관리하는 역할의 중앙은행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은행 계좌를 가진 이들의 비율이 적고 중앙은행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필리핀에서는 비트코인 업체가 은행 역할도 한다"고 말하며 코빗이 비트코인 해외송금 망을 구축해 주는 B2B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코빗은 '연결하다'라는 의미의 ‘하이픈(-)’을 통해 각 나라에 있는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네트워크를 구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코빗은 API 형태의 국제 송금 솔루션을 개발·지원하고 있다.
해외 투자사의 네트워크 활용···전 세계 비트코인 국제송금 연합 구성 중
하이픈은 코빗의 기술적인 역량과 해외 투자사들의 네트워크가 잘 접목된 사례다.
유영석 대표는 2013년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비글로벌2013(beGLOBAL2013)'에 참여해 미국 벤처캐피털 스트롱벤처스(Strong Ventures)와 드레이퍼(Draper) 가문 3대에 자사의 기술력을 소개했다. 그 후 이듬해 1월 팀 드레이퍼(Tim Draper)가 주도한 40만 달러(한화 약 4억5천만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또 초기 투자 이후 약 7개월 만에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Softbank Ventures Korea)가 이끈 300만 달러(약 34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유영석 대표는 "해외 송금 망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금세탁 방지인데, 보통의 경우엔 잘 알려지거나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라면 파트너십이 쉽지 않다. 하지만 코빗에 투자를 진행한 해외 투자자 대부분은 다수의 비트코인 스타트업 및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로 이들의 포트폴리오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멕시코, 미국,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싱가포르 등에서 미리 코빗에 대해 알고 협력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픈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한 코빗은 송금 서비스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의 강화를 위해 해외에 거래소를 개소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와 더불어 코빗은 현재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전통 은행, 유통 기업들과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내부 문서 무결성, 유통 관리, 결제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기존 금융 시장과 디지털 자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사업을 펼쳐나가는 코빗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