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from Invisible Children)
디지털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더욱 쉽게 다른 사람과 얘기할 수 있고, 더욱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고, 디지털 상에서만 존재하는 아이템을 사고팔게 되었습니다. 디지털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Internet of People은 Internet of Things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에 의해 사람들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정보가 마음껏 흐르게 되자 튀니지와 이집트와 리비아에 자유가 찾아왔습니다. 아기들이 잡지책을 손가락으로 클릭합니다. 연예인과 정치인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그리고 누가 바보인지 금방 드러납니다.
아래 적십자의 Public Communication 담당 Paul Conneally의 TED 강연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글 자막이 없어 아쉽지만, 무선망과 인터넷이 아이티 재난 구호에 대단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자원봉사자’ 들이 인터넷에 재난지역 지도를 만들고, 날씨 정보를 SMS로 보내주고, 재난 경보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빈민가 중 하나인 케냐의 Kibera 역시 디지털로 인해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케냐 관광지도에조차 나타나지 않는 버림받은 이 지역에 거주민들이 스스로 Crowd-source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어느 마을에 음악 공연이 있고, 가까운 병원이 어디 있으며, 어디서 종교 집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직접 뉴스를 찍어 YouTube에 올리기도 합니다.
디지털이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우리에게 YouTube는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는 곳이지만 Kibera에서는 지역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가진 것이 없고 억압받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디지털은 훨씬 큰 가치를 주고 있습니다. ‘Digital Humanitarianism’의 시대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된지 불과 몇 시간만에 Social Media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공유되고 있는 또 하나의 ‘Digital Humanitarianism’ 켐페인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KONY 2012′입니다.
KONY 2012 from INVISIBLE CHILDREN on Vimeo.
역시 한글자막이 없는 30분짜리 다큐 영상이지만, 끝까지 보시기를 권유합니다. 제 부족한 글보다 몇 만배의 가치가 있습니다.
KONY 2012는 ‘Joseph Kony’라는 사람을 유명하게 만들자는 운동입니다. Joseph Kony는 우간다의 게릴라 리더입니다. 그는 수만명의 어린이들을 납치해 소년병으로 만들었고, LRA (Lords’ Resistance Army)라는 무장단체를 조직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죽이고 겁탈했습니다. 전쟁범죄자로 선고되어 미군이 파견되었으나, 어딘가로 도망쳐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KONY 2012는 바로 이 인물을 Social Media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찾아내 법정에 세우자는 취지의 켐페인입니다.
KONY 2012를 이끌고 있는 단체 Invisible Children의 Jason Russell의 인터뷰 내용을 옮깁니다:
Lauren Hill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환상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 “Fantasy is what people want but reality is what they need.” 사람들은 전쟁이나 아동학대같은 것을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세계에 만연한 폭력과 비극을 끝내는데 무언가 할 수 있다면, 해야합니다. 문제는, Joseph Kony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내가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것을 주고 관심과 애정을 줄 지 고민하는 동안 지구 한편에서는 같은 또래의 똑같이 소중한 아이가 폭력에 동참하거나 폭력에 당하고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따뜻한 집에서 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LRA의 소년병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일에 동원되거나 혹은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이 30분짜리 짧은 영상을 보며 가슴을 후벼놓았습니다. 저는 왜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요, 아니 일부러 알지 않으려고 눈과 귀를 닫고 있었을까요.
KONY 2012 영상은 Facebook과 Twitter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 Invisible Children 웹사이트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관련 정보가 영문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확산 속도는 아직 빠르지 않지만, 조만간 뉴스 등을 타고 더욱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스스로 Disclaimer를 달자면, Joseph Kony가 혹시라도 전 세계의 지탄을 받을만한 전쟁 범죄자가 아닐 경우 저는 전 세계적인 마녀사냥에 동참한 셈이 됩니다.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런 켐페인이 늘어나면서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켐페인의 진정한 의미는 누군가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사실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예쁜 눈망울의 뼈만 남은 아프리카 아이가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걷는 사진을 무심히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총과 칼을 잡고 자기 부모를 죽여야하고 성노예가 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Facebook에서 떠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화두로 던지고 같이 분개하고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심, Attention은 디지털 시대의 화폐입니다. 관심이 집중되는 곳에 돈이 모입니다. 우리가 KONY에 대해 떠들면 떠들수록, 행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게 됩니다.
KONY에 대해 얘기합시다. 지하철 옆사람이 KONY에 대해 궁금해하게 합시다. 제 2, 제 3의 KONY 2012가 여기저기서 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Digital Humanitarianism으로 인해 우리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