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VC가 말하는 투자자 마음 공략법 – KingsBay Capital 신명철 대표 part.1
2012년 03월 23일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관심법이라고 한다. 만약 자신이 관심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고 가정하자. 과연 누구의 마음을 가장 먼저 읽고 싶은가? 짝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그 친구의 마음? 그렇다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고객의 마음? 아니면 투자자의 마음?

투자자의 마음을 읽어서 투자유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벤처캐피탈 리스트 ‘신명철’대표가 입을 열었다. 신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 속에서 별표 5개짜리 유용한 팁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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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표는 KingsBay Capital의 대표로 지내며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해왔다. 그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밝은 미소로 일관하며 정중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국경을 넘는 스타트업

- 어떻게 벤처캐피탈 일을 하게 됐는지

“벤처캐피탈 일을 약 11년째 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일을 하게 됐어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 국내의 한 기업에서 해외인터넷보안관련 회사에 투자를 하겠다고 해서 VC실사를 돕는 과정에서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그는 벤처 캐피탈 일을 시작하고 몇 개의 회사를 거쳤다. 그리고 공동창업자들을 만나서 현 KingsBay Capital을 창업해 이끌어온 것이다.

 

- 주변에서 많은 VC가 있을 텐데 그들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국내와 다르게 미국에 설립이 돼 있어요. 엄밀히 따지면 미국펀드지만 한국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진행을 합니다. 또 국내의 내수적 사업모델보다는 어디든 통할 수 있는 기술이어서, 경영이나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면 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을 봅니다. Cross-Border 투자를 지향하는 거죠.”

 

- 관심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분야가 있다면?

“대부분 플랫폼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최근 제가 재밌게 보는 건 ‘Micro Job trading’ 서비스입니다. 사람들이 일을 하는 게 아마 자는 시간 다음으로 인생에서 가장 많아요. 기존에는 경제적인 가치를 줄 수 없었던 일들을 잘게 쪼개서 Job을 트레이딩 할 수 있는 서비스. 그런 걸 제안한 기업이 몇 개 있어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또 '다날' 같은 'Micro payment'. 국내에서는 활성화 됐지만 미국 등의 해외에서는 제대로 정착된 케이스가 없어요. 이런 모델로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는 회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VC와의 관계 형성은 이성을 만나듯이

- ‘VC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면 숙제를 많이 안하신 겁니다. 벤처캐피탈이 어디에 있고 누가 있고 어디에 투자하고 이런 것은 창업자가 해야 할 숙제죠. 정보가 어디 숨어있는 건 아니에요. 신문 기사만 찾아봐도 나옵니다. 국내회사는 중소기업청 언저리에 가면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 벤처캐피탈 협회에서 분기별로 발행하는 ‘산업동향’ 같은 데를 봐도 다 있어요.”

벤처캐피탈을 알아볼 때, 단순히 벤처캐피탈 회사 목록이나 임직원을 알아보는 것에서 그치지 말라고 한다. 이 회사의 재원, 투자하고 있는 기업, 자기가 하는 유사사업에 이전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 특정 이사나 파트너가 자기의 사업에 지대한 영향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해보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파악이 되면 어떻게 접근할지 공략을 해야 합니다. 아는 사람이나 아니면 그 사람을 알 만한 사람에게 접근을 해요. 제일 좋은 건 그 벤처캐피탈 리스트가 집행했던 회사 창업자들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겁니다.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어요. 만약에 예를 들어서 내가 A라는 창업투자회사와 투자 얘기가 오가는데, B라는 창업투자회사에도 투자를 받고 싶지만 접근이 어려울 경우가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A랑 해서 잘 됐으면 A에게 B도 소개해달라고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보통 벤처캐피탈 임직원끼리 소개를 주고받는 것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창업투자회사는 굉장히 커뮤니티가 작아서 사업 정보교환도 많아요. 이게 무작정 전화하고 찾아가는 것보다 나아요. 가끔 저희 사무소 명함주소 보고 무작정 찾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좀 부담스럽죠.(웃음)”

신 대표는 “남녀관계에서도 마음에 든다고 무턱대로 접근하면 부담스럽지 않냐”는 적절한 비유를 들며 웃었다.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주변사람의 우호그룹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를 요청하는 지혜를 발휘하라고 강조했다.


'내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킹스베이만의 기준이 있다면?

"우리는 초기 투자를 지향 하는데요. 초기투자는 후기투자나 상장 투자와 다르게 정량적으로 검토해낼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입니다. 제품이 아직 상용화가 안 되어있기도 하고 회사가 이뤄낸 실적들이 객관적 판단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계획서에 쓰여 있는 것만 보고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IMC를 기준으로 삼아요."

IMC는 Idea, Management, Capital-use의 약자이다. 이 세 가지가 투자를 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평가기준이라고 한다.

“Idea는 너무 제품의 전체보다는 제품의 하나를 증감시켜서 더 나아지는 걸 제안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경쟁자가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제품보다는 참신하고 unique한 아이디어를 많이 보려고 합니다.”

“Capital-use는 예산을 잘 세우느냐 안 세우느냐가 중요합니다. 예산자체에 대해서 개념이 없는 분들은 중구난방으로 일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투입대비 얼마의 효과를 얻겠다.’는 개념이 분명한 분들은 최소의 투자로도 사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투자자체가 주목적이 되서 자기가 이해 못 하는 예산안을 짜서 가져오시는 분들은 주의합니다.”

 

- 예산안을 만드는 일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창업초기회사들이 예산을 세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계산기와 엑셀만 있으면 되죠. 내가 사업을 하기위해 작은 팀을 꾸리고 어떤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최저비용을 계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모르겠다는 건 내가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얘기밖에 안됩니다. 창업자가 자신이 해야 하는 사업에 얼마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지 감이 없으면 창업하기 힘듭니다. 그런 분들은 돈을 드려도 사업을 잘 못해요. 돈을 쓸 줄 모르는 겁니다. 너무 아껴도 안 되고 너무 써도 안 되고 적절하게 투자할 줄 알아야죠.

IMC와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있다고 한다.

바로 사람의 Quality.


벤처캐피탈은 관계비지니스다.

- 사람의 퀄리티를 볼 때, 어떤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는지?

“사실 제일 중요한 건 평판입니다. 벤처캐피탈은 영어로 하면 relationship capital이라고 할 정도로 관계중심의 비즈니스에요. 관계를 통해서 소개받은 deal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너무 좋은 사업계획안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그 사람을 우리의 네트워크 안에서 ‘Three Degree’를 합니다.”

Three Degree는 주변 사람을 통해 세 번에 거쳐서 이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는 좁아서 창업커뮤니티에 들어와 있는 분들은 비슷한 창업자나 출신 회사, 학벌 등의 인맥으로 걸려나와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걸려나오지 않는 분들이라면 도대체 이분이 어디서 왔을까? 하며 의구심이 들죠. 만약에 세 번 거쳐 확인이 됐는데 대체적으로 10명에 6-7명은 좋게 평가한다면, 이제 유심히 봅니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주로 소개를 통해 얻는다는 신 대표. 이처럼 벤처캐피탈은 관계비즈니스 그 자체인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계가 전부는 아니다.

“사람의 퀄리티는 사람의 매력도 일수도 있습니다. 창업자가 주어진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계획서를 통해서 사람을 설득해서 투자유치를 하고, 혼자 사업하는 게 아니므로 임직원 채용해야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 좋아야합니다. 사람이 외골수면 좋은 창업자가 될 수 없어요. 창업주가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이어야죠.”


당신의 고객이야말로 심사위원

- 한국 스타트업들이 컨퍼런스에도 나가고 세계시장에 나가기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지만 고전을 많이 겪고 있어요. 실리콘밸리에 가서 성공적으로 런칭을 하기위한 조언이 있다면?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해외에서 오신 분들이에요. 50마일 이내에 있는, 가까운데서 자주 보는 회사에 투자를 하고 도와주겠다는 성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투자로도 눈을 많이 돌립니다. 실리콘밸리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에게 저항감은 없는데, 벤처커뮤니티 안에 들어와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해요. 일회성인 컨퍼런스에 가는 것만으로는 벤처커뮤니티에 들어와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한두 달에 한 번씩이라도 가서 열흘정도 있으면서 사람들 만나고 소개받고 그러면서 커뮤니티 형성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어서 신 대표는 컨퍼런스에 대해 말을 덧붙였다. “저는 컨퍼런스 등에서 심사 받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투자유치 목적인 것은 이해하지만 컨퍼런스에만 집중을 하다보면 사업계획이 심사위원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만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고객입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고객이 안 쓰면 소용이 없어요. 물론 투자자에게 노출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디어가 많이 참가하는 컨퍼런스에 가서 early adaption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 노출되어 홍보의 툴로 사용하는 게 제일 바람직한 것 같아요.”

이렇듯 다양한 고객들을 확보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이 아닌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그 누구보다 중요한 심사위원이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그와의 기분 좋은 인터뷰가 끝이 날 때 쯤, 이제는 답을 알 수 있었다. 서두의 질문에 대해 스타트업이 내릴 대답은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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