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스타트업이 구인하는 나만의 방법’이라는 글이 꽤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고 몇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필자의 회사는 가난한 스타트업에서 투자받은 좀 덜 가난한 스타트업으로 대변신을 하였다. 그렇다고 갑자기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에서 막 띄워주는 스타트업도 아니라서 실제로 구인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 패션 쇼핑몰 회사 중에서 우리 회사만큼 뛰어난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그 어렵다는 개발자분을 모셨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주식투자 방법에 가치 투자라는 방법이 있다. 전문 투자가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워런 버핏 할아버지가 사용하는 방법으로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주식이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에 비해서 어떤 이유든지 현재 가격이 낮다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본래의 내재가치를 반영한 가격에 도달하면 매도하는 기법이다.
필자가 구인하는 방법도 가치 구인라고 생각하면 무방할 것 같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 이하로 평가받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찾아서 합당하게 대우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의 회사에서 일할 확률은 매우 높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내재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사람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 나이 많은 사람
필자는 야구를 좋아해서 사회인 야구를 꽤 오랫동안 했다. 그런데 한 번은 아웃인지 세이프인지에 대해서 선수와 심판이 언쟁을 벌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물리학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이 논쟁은 곧 ‘너 나이가 몇이야?’라는 사회학적 논쟁으로 전환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나이에 대해서 민감한 유교 국가에 살고 있다. 아웃인가 세이프인가도 나이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마당에 회사 구성원 특히 대표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구인하기는 아직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 생각하는 저평가 인력은 바로 이 풀에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2. 관련 경력이 짧은 사람
과연 경력이 긴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 일반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경험이라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력이 짧은 사람은 일을 잘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 필자의 의견은 ‘글쎄요’이다. 필자는 개발자를 구인할 때 딱 두 가지만 본다.
첫 번째는 영어, 특히 읽기. 아시겠지만 절대다수의 개발 관련 정보는 아직도 영어로 되어있다. 두 번째는 개발 자체를 좋아하는 개발자이다. 필자도 같은 경험을 했지만 우리나라는 고3 때 수능과 내신에 점수에 맞추어서 대학에 들어간다. 자신의 적성이나 인생의 확실한 목표를 알기에는 고3 수험생은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어리다. 대학교 전공이 고민 없이 정해지고 다시 그 결정이 자신의 진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적성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가로수 길에서 카페 찾는 것 보다 쉽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영어 독해를 잘하고 또 어떤 이유로 늦게 개발이 자기 적성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필자는 저평가 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에게는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개발자로 일해왔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3. 개인 사정이 있는 사람
필자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대중화된 요즘에도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일하는 것이 상당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5일을 꼭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투철한 직업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며칠은 집에서 근무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회사에서 일하지만 필자의 생산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잦은 질문이다(하지만 필자는 세상에 멍청한 질문은 없고 모르는 것을 안 물어보는 멍청이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서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장려한다).
그런데 일주일에 며칠을 집에서 온전히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면 오히려 효율성 측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풀타임으로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 사정이 있어서 주 3회건 4회를 일하는 것도 좋다라고 생각한다. 적게 일하는 만큼 연봉은 조절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로조건 조정이 필요한 사람 중에서 저평가 주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이외에도 저평가 인력은 다양한 경우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필자는 오히려 저평가된 인력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평가된 인력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그 문화의 시작은 대표 자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