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은 비트코인 기반의 필리핀 핀테크 스타트업 'SCI(Satoshi Citadel Industries)'의 지분 4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9일 밝혔다. 설립 후 첫 번째 해외 투자 사례다. 케이벤처그룹은 SCI의 송금 및 모바일 월렛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에 참여했으며, SCI는 투자금을 통해 필리핀, 싱가포르, 미국에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세계 3위 외화송금수취 국가(2015년 기준)로 그 규모는 약 27조 원에 달한다. 필리핀 국민이 자국으로 외화를 송금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중간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기때문에 환전수수료, 중개 및 수취 수수료 등이 더해져 수수료 부담이 높은 편이다. 송금 처리에는 통상 2~3영업일이 소요되고, 최대 일주일까지 걸리는 등 불편이 존재했다.
SCI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이같은 송금 과정의 비효율과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SCI의 핵심 서비스인 '리빗(Rebit)'은 비트코인 기반의 송금 서비스로, 신속하고 저렴하며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으로 거래소 간 자유로운 송수신을 지원하고, 중간 단계를 간소화함으로써 송금 처리 시간 및 수수료를 줄였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의 경우, 리빗 웹페이지에서 송금 금액과 수취인 정보, 수취 방식 등을 설정하면 1영업일 내로 송금이 완료된다. 비트코인이 없는 이용자라도, 현재 리빗이 서비스 중인 필리핀, 캐나다, 한국 등 6개 국가 내 파트너사에 송금액과 수취인 정보를 전달하면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하지 않고도 비트코인 형태로 송금할 수 있다.
이 외에도 SCI는 선불 결제카드, 모바일 결제 및 모바일 월렛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SCI가 자체 개발한 금융 플랫폼들로, 향후 은행 계좌 개설율 31%, 신용카드 보급율 약 3%에 그치는 필리핀뿐 아니라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혁신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케이벤처그룹 박지환 대표는 “동남아시아에서 비효율성이 가장 높은 영역 중 하나가 금융 서비스이며, 특히 온라인 송금 및 결제에 있어 모바일이 만들어 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비트코인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해결책을 내는 SCI의 사업방식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SCI의 존 베일런(John Bailon) 대표는 “케이벤처그룹과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대된다. 특히 카카오가 그간 한국에서 보여준 모바일 금융혁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배울 기회라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SCI가 동남아시아의 대표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이벤처그룹은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 모바일 생태계 영역에서의 투자기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