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익명으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서비스 ‘글래스도어’에서 삼성전 자가 “좀비 양성소”를 취급을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매일 강조하는 것은 위기, 위기...칭찬이라는 것은 들어 본적이 없다”는 의견과 함께 삼성전자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비판하는 리뷰들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 사내 우수한 복지시 설과 높은 급여에 대한 칭찬도 꽤 있었다. 이처럼, 외부 고객에게 회사내 정보를 객관적이고, 통찰력있게 전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글래스도어’는 2,200만 명 회원이 이용중인 세계 최대의 취업정보 사이트로 발돋움하며, 작년 5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글래스도어 서비스의 핵심은 구직자에게, 구직하려는 회사의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시스템 구축에 있다. 기업에 대한 평판 및 리뷰는 그 기업의 전, 현 직원만이 쓸 수 있으며, 글을 쓰기 위해서는 회사 이메일 인증이 필요하다. 이들은 단순히 리뷰만 쓰는것이 아니라 CEO에 대한 지지도, 연봉 정보, 인터뷰 질문 내역, 회사 내부 사진 등도 올린다. 각 회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에 지쳐있는 입사 지원자에게는 그야말로, '꿀'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글래스도어는 기업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필터링하기 위하여, 엄격한 규율 하에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모니터링 한다. 실제 업로드된 리뷰중 15~20%의 리뷰는 등록이 거절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에 기반하여, 글래스 도어는 약 600만 개의 기업 리뷰를 축적하였으며, 잡코리아와 같이 일방적으로 회사 측에서 제공한 구직 정보를 제공하는 여타 취업사이트와의 차별성을 확보하였다.
국내에도 한국판 글래스도어, ‘잡플래닛'이 있다. 한 예로, ‘잡플래닛’에 업로드된 한국통신 KT의 근무환경에 대한 리뷰를 살펴 보자.
- 한국 유선망은 절대강자, 무선망은 경쟁사 추적자 전략.
-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돈받고 적당히 살고 싶을 때는 최상.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받고 스타일리쉬하게 살고 싶을때는 최악
- 안정적인 직장이란 것은 옛날 이야기. 올해도 벌써 8000 여 명을 내보내고 내년에도 더 내보낼 예정.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KT 를 안정적 인 직장이라는 이유로 선택한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됨.
- 국내 최대 통신사임에도 불구하고 무선에서 SK 에서 밀리고 LG 에 쫓기고 있음.
- 통신 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이라 앞으로의 전망이 매우 불투명
이와같이 잡플래닛에는 기존의 채용 정보 사이트에선 발견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구직자들의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의 근무환경에 대한 리뷰는 어떨까?
- 회사의 순익은 매년 나지만 그에 비해 직원의 업무 강도 역시 상당히 높음
- 자율 출퇴근은 사실상 무늬만. 자율 부서에 따라 다 르지만 보통 업무량은 반나절이상 근무해야함. 회장의 부재로 앞으로 10년뒤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며 기본급은 적으나 성과 위주의 사내 문화가 매우 압박 받을 수 있음 특히 상사가 되면.
- 회사의 특성 상, 업무가 자주 변경되어서 스페셜 리스트 보다는 충성심 강한 제너럴 리스트에게 더 추천한다.
- 모두가 무선, VD 사업부로 가는 것은 아니다. 비인기 사업부의 경우, 심한 박탈감을 느낄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와같이 마치 증권사의 기업가 치분석 자료에 준하는 통찰력과 함께, 셀러리맨으로서의 실존적 고민의 흔적도 함께 느껴지는 리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잡플래닛’의 리뷰는 작성자가 고용된 회사의 경영 부서에 대한 조언을 남길 수 있는 섹션이 있는 데, 한국을 대표하는 IT포털 네이버에 전하는 몇 가지 리뷰들도 재미있다.
- 감정에 치우친 결정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꺾지 말았으면 (조기축구회, 전 직원 성남시민, 게으름뱅이, 집가까운놈이 맨날 지각한다 드립 등)
- 반드시 낙오자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인사제도의 개편은 시급함. 하지만 바뀔 가능성은 낮아보임. 왜냐면 이 회사 오려고 나보다 훨씬 더 몸값 낮게 부르는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까...
- 국내 1 위라는 현실에 안주해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리면서도 '다음이 하니까', '네이트가 하니까' 식의 fast follower전략은 이제 그만. 입으로는 1류, 행동은 2류인 현 경영행태 개선이 없다면 네이버도 언제 소니처럼 무너질지 모름.
그루폰 코리아 전 대표 출신인 황희승 대표가 창업한 ‘잡플래닛’은 “전 국민이 천직을 찾을 때까지” 라는 슬로건으로, 기업정보를 클라우드 소싱하여, 전달하는 커리어 컨설팅 플랫폼을 지향한다. 황희승 대표는 비석세스와 인터뷰를 통해 "1999년 이후로 취업 정보 서비스는 한 번도 개혁된 적이 없어요. 모두 다 일률적인 게시판형 플랫폼들만 있죠. 구직자들에게 주는 정보 자체도 일방적이고 투명하지가 않아요. 잡플래닛은 기존의 플랫폼들이 줄 수 없었던 생생하고 투명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잡플래닛을 통해서 사용자들이 기업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라며, 기존의 취업정보사이트를 혁신하고자 하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젊은 시절 부터 뛰어난 사업적 감각을 바탕으로, 로켓인터넷 본사의 올리버 샘버 회장에 눈에 든 황희승 대표는 로켓인터넷 아시아지역 담당자를 거쳐, 그루폰 코리아 및 윔두, 글로시박스, 이지택시 등의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한 바 있다. 황희승 대표는 글래스 도어와 같이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콘텐츠의 진솔함에서 찾지만, 잡플래닛이라는 기업의 정체성은 기술회사에서 찾는다고 한다. 잡플래닛은 사용자들이 검색한 기업 정보와 작성한 기업 리뷰,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분석하여, 유저에게 최적화된 회사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에 있다. 잡플래닛은 글래스도어와 같이 기업에게 분석자료를 제공하는 비지니스모델이 아닌, 중소기업들의 홍보형 콘텐츠를 포스팅하는 비지니스 모델을 구상하며, 현재는 진솔한 콘텐츠의 DB를 쌓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글래스도어와 잡플래닛과 같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 사업 모델(User generated Content business model)의 핵심은 콘텐츠의 질을 관리하는 노력과 함께, 간헐적으로 서비스를 방문하는 일회성 방문자를 확보하고 이 사용자들이 계정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활동 사용자로 전환시키 는 인게이지먼트 퍼널을 고도화하는 것을 병행하는 과업이다. 이와 같은 퍼널을 구축하는 기준은 사용자가 퍼널을 따라 움직이면서 사업 모델에 기여하는 사용자 가치가 커지는 순서로 구성해야 하는 데, 이를 정확하게 시각화하여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코호트 분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활동 방문자의 수, 콘텐츠 생성률, 콘텐츠 공유와 바이럴 효과등 핵심지표를 설정하 여, 성장 매트릭스에서 단계별로 목표를 정확히 조준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리소스 분배와 초점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하겠다.
최근 게임 개발사 및 프로그래밍 정보를 공유하는 꿀위키가 주목을 받 듯, 버티컬 영역에서 유저들의 콘텐츠를 클라우드 소싱하며, 콘텐츠의 진솔함과 차별성을 핵심역량으로 하여, 기존의 시장을 혁신하 는 예들은 지속적으로 등장하리라 예측된다. 그 성공적인 레퍼런스로서, 한국의 온라인 취업 사이트를 혁신하고자 하는 황희승 대표의 도전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