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Lab Startup Story]사업가는 따로 있을까
2013년 08월 21일

entrepreneur답이 없는 질문이라고해서 질문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절대로 답을 내릴 수는 없으나 그것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숭고한 학문중에 하나가 되었듯이 말이다.

사업가는 따로 있느냐에 대한 질문도 그렇다. ‘직업’으로써의 사업가가 존재할까. ‘사업가’에 필요한 재능은 선험적 지식에 기반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후천적 교육을 통하여 탄생하는 것일까. 그렇지않으면 시대의 산물인 것인가. 수많은 질문이 존재하지만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재벌’이라는 존재가 상당히 흥미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재벌은 전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사업구조이며, 영어단어도 ‘chaebol’ 이다.  conglomerate라고 영어단어가 있긴 하지만,  conglomerate 와 chaebol의 어감은 분명히 다르긴 하다.  (재벌은 위키피디아에서도 Conglomerate와는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

한국의 재벌은 대개 일제강점기에서 전쟁직후에 태동하여 경제성장기와 맞물려 성장한다. 재벌의 총수(그 당시 기업의 사이즈에 총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20-30대에 갖은 실패를 이겨내고 30대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자리잡고, 그 후에 매년 커리어하이를 기록한다. 중요한 것은, 이즈음에 이들이 건드리는 사업의 상당수는 그저 ‘마켓’을 보고 들어간 것이었다. 요즘 용어로는, 마켓 메트릭을 직관으로 분석해서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해야할까.

시계를 되돌아서 그 때의 상황을 좀 더 분석하자면, 시장경제의 관점에서는 이상하게 들릴 수 밖에 없겠지만 ‘돈이 넘치는 시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난한 국가경제의 상황에서 무슨 말이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도 ‘세이의 법칙’이 통했던 시대임은 분명해보인다. 락희의 경우는 플라스틱 빗만 만들어내면 쭉쭉 팔리는 상황, 삼성과 같은 경우는 설탕만 만들어내면 마구 팔리던 시대가 세이의 법칙이 통용되는 세계, 유럽과같은경우는 근대유럽정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당시 제일모직이나 락희의 퀄리티를 폄하하는 것은 아지만, ‘신상’을 팔기는 요즘보다 쉬웠을 것이다. 사실 이 때에는 물자가 부족한 시대로 통용된다. 물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돈을 주고도 물자를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어찌보면 돈이 싸다는 말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가 쉽다는 말이지 않을까.

이 때에는 ‘사업가’라는 직군이 따로 존재할 수 있음은 거의 확실해보인다. 반대로, 요즘들어 마크주커버그가 유통업을 시작한다면 모두들 당황할 것이다. 이 시대는 주커버그는 ‘사업가’ 보다는 ‘개발자’로 인식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 당시에 삼성이 어느날 갑자기 건설에 진출한다고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였던 것 같다. 그리고 금융업, 중공업 등등을 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이로보면 이병철은 ‘사업가’라는 직군에 어울린다.

요즘은 어떨까.사업가’라는 직군이 따로 존재하려면 금융업에서 성공한 누군가가 갑자기 IT직군에서 성공하고, 또 유통업에가서 성공하고, 이럴 수 있어야 한다. NHN이 갑자기 커피숍 사업에 진출한다면 어떨까. 세상이 호락호락해지진 않았다고 느끼는게, 다음이 보험쪽에 진출을 했다가 되돌아온 것으로 봐도 알 수 있다. 70년대는 ‘조직력’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었고, 조직을 잘 움직이는 사람이 승승장구했다면, 요즘은 조직 뿐 만 아니라 분야에 대한 지식도 깊이 갖춰져야 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들어, 롯데가 엔젤리너스를 만들어 성공했다고 해도 IT포탈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잡스’는 사업가라는 직군에 포함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코딩을 빡시게 하는 것도 아닌데 NexT를 만들었다거나, 애니메이션 전공도 아닌데 픽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업가’직군에 확실히 포함될 수 있는 커리어 – 학부에서 Business를 전공하여 MBA를 나온 Generalist – 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좁아졌다는 느낌이다. 이쪽의 핵심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은 유통, 금융사업과같이 일종의 General한 비지니스가 통용되는 세상이다. 뒷받침해 주는 역량은 아마 영업이나 관리일 것이다. 어찌말하면 ‘깊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직군이라고 생각된다. 분명히 7년전에는 이러한 Generalist 가 치고나갔던 시기라고 생각된다.

현재는 이러한 사람보다 ‘잔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다. ‘각 분야마다 경쟁이 치열해졌으니 한 개라도 잘해라’ 라는 느낌이다. 과거엔 MBA출신들이 회사 대표를 맡았다면 현재는 백오피스를 다룬다는 느낌이다 (물론 금융사업은 이 논의에서 제외한다). 그리고 이 기저에는 추정컨데, 각 대학들의 재정마련때문에 MBA공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퀄리티가이 마켓에 쏟아져나왔고, 수요공급 미스매치로 니즈가 하락하면서 잡마켓 상황이 우울해지진 않았을까 라는 추정을 해본다. 즉, 과거에는 웬만한 마켓에서 10%만 먹을 수 있는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러 마켓을 넘나들면서 돈을 벌었다면, 현재는 한 마켓이라도 죽어라고 파서 80%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한다는 느낌이다.

미래에 ‘사업가’라는 직군이 따로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대답엔 상당히 대답하기 어렵다.  좋은 MBA들지금처럼 브랜딩, 광고, 금융쪽에선 여전히 역량을 발휘하겠지만 테크분야에서는 그 지위가 약해지지 않을까 한다. 특히나 통신산업을 제외한 IT분야와 화학, 생명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특히 바이오산업에서는 사업가라는 직군이 역향을 발휘하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10년후에 MBA 졸업생들이 금융업에 한정되어서 진출되게 될까. 아니면 MBA도 세분화되어 Bio-MBA라는 커리큘럼이 생길까. 이정도로 MBA가 세분화될 정도면 사업가라는 직군은 사실 의미가 없게 된다. (또한, 경영학과 사람들에게 일년안에 생화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도전이 될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테크에선 한 발 물러서야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도 있다. 테크-Like한 산업, 예를들면 화장품산업에선 오히려 더 큰 마켓이 열릴 수도 있다. 이런식으로 ‘사업가’라는 직군이 오히려 번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by 보통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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