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크기가 중요해요.” – 미국 기업법 전문 이채영 변호사 인터뷰
2014년 01월 02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터뷰이(Interviewee)가 내뱉는 말 중에서 탁 꽂히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인터뷰이의 성격을 규정하고 전체 인터뷰의 콘셉트를 잡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필자는 이채영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에 그녀가 쓴 책 '꿈을 이뤄드립니다'를 살펴보았다. 그 책의 제목을 보면서 꿈이라는 말이 변호사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정말로 변호사가 꿈인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에겐 변호사란 직업은 꿈보다는 현실을 쫓아 택한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꿈을 이뤄드립니다'라는 제목과 변호사인 저자 사이의 틈, 그 간극에서 이채영 변호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미국 기업법 변호사로서 대형 로펌에서 높은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그녀가 방송진행자로, 작가로, 또 beSUCCESS의 기고자로 스타트업 미국진출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인터뷰 중간중간 "꿈의 크기가 중요하다."거나 "어려운 일이 가치가 있다."라고 말하는 이채영 변호사는 꿈이라는 단어가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변호사였다. 꿈을 자양분 삼아 자라는 스타트업에게 꿈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변호사라…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채영 변호사

미국은 법이 중요한 나라

미국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법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을까.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미국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미국 진출을 하려는 스타트업의 경우 델라웨어 주가 유리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미국은 법이 복잡하고 주마다 달라서 오히려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이채영 변호사는 말했다.

미국 진출을 하려는 한국 중소기업은 처음에는 코트라(KOTRA)를 통해 법률자문을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더 전문적인 도움을 얻으려면 전문 변호사가 필요하다. "미국은 부동산 계약을 할 때도 변호사가 필요해요. 인생 전반에 걸쳐 변호사가 필요하므로, 변호사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죠."

준비는 꿈의 크기에 맞춰라

미국에 사는 한인 이민사회는 법률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인식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이민사회에서도 잘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레스토랑, 카페 같은 맘앤팝스토어(Mom&pop store; 구멍가게)를 할 경우에는 덜 중요해요." 반대로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해 미국시장에 나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면 법률 지식을 알고 가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처럼 사내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고 제품(혹은 서비스)을 관리하기에도 벅찬 스타트업이 완벽하게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법률에 대해 얼마나 준비를 해야 적당할까. "회사 설립에 유리한 주가 어딘지 그리고  LLC, S Corp ,C Corp 설립형태의 차이점 같은 기본지식만 알고 있어도 변호사에게 전문상담을 받을 때 유리해요. 수업 준비를 해온 학생이 질문을 잘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뭘 원하는지 알면 더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 거에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꿈을 꾸는가에요." 조그만 가게를 할거라면 서류 제출과정이 복잡한 델라웨어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 없이 뉴욕에서 열면 되는 것이다. IPO를 할 것인지, 조그만 가게를 열 것인지에 따라 법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지가 결정된다.

법은 투자…처음부터 제대로 투자해야

스타트업이 디자인이나 다른 외주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 "변호사 비용은 감수해야 하는 투자비용이라고 생각해요. 비용 문제 때문에 꺼리거나 비용을 낮추려고 잘못된 변호사를 고용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처음에 제대로 투자하는 게 중요해요."라고 이채영 변호사는 말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초기 비용을 아끼려다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심지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초기비용을 감당할 용의가 없이 섣부른 해외진출은 위험한 일이다. "제가 요새 강의하고 글도 쓰다 보니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도 모르는 나라의 언어와 문화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에요.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은 쉬운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일이기에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B Corporation

미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제도가 생겨나고 있다. "B Corporation은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이채영 변호사가 말한 바로는, 하나는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으로 회사 설립방법 중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Certified B Corp으로 일종의 인증제도를 말한다. 전자인 베네핏 코퍼레이션은 설립 시 선택하는 회사형태를 의미하며, 뉴욕과 캘리포니아, 델라웨어를 비롯하여 최근 20개 주에서 통과가 되었다고 한다. 기존 기업법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보다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써야 했고 값싼 재료를 수입해서 썼다. 이에 반할 경우, 경영진의 선택이 주주의 이익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하여 소송 당할 수 있다. 그러나 베네핏 코퍼레이션은 회사의 의무란에 주주의 이익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추가하여, 사회적 책임을 위한 경영 때문에 주주로부터 소송 당하는 일을 방지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형태로 Certified B Corp이 있는데, 이것은 심사를 통과한 회사에 한해 환경과 사회를 위한 회사라는 인증을 해주는 것이다. 이 인증제도는 B LAB이라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에 의해 운영되며 엄격한 심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파타고니아(Patagonia), 벤앤제리(Ben & Jerry's), 엣치(Etsy) 등 유명 업체들이 인증 받은 상태이고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딜라이트가 B corp인증을 통과했다. 눔(Noom) 서비스 또한 B Corp 심사 중에 있다고 한다.

B Corp 인증을 받으면 비싼 광고보다도 회사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다. 설립 당시에 결정하는 것과 설립 후 인증받는 것에 차이가 있지만 두 방식 모두 사회와 공존하는 회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예전에는 영리 기업은 영리 활동만, 비영리는 비영리 활동만 했지만, 지금은 탐스 슈즈처럼 좋은 일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B Corp 개념으로 바뀌고 있어요."

Jobs Act

"KAPP Festival에서 시간관계상 말하지 못했는데, 미국에서 Jobs Act라는 법이 통과되었어요." 이 법은 해외에서 펀드레이징(fundraising)할 때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형태로 주주를 모집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기존 크라우드 펀딩이 돈에 대한 대가로 일종의 보상(reward)을 제공했다면, 보상 대신 주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법은 해외기업들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노리는 미국 기업에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얼마 전에 뉴욕의 ff 벤처 캐피털(ff Venture Capital)이 미국 최초로 벤처투자를 Jobs Act를 통해 받겠다고 발표했다. 킥스타터를 비롯한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덕분에 이 법이 통과되었지만, 투자자 보호 등의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 "미국 내에서도 획기적인 법이라 사람들이 많은 토론을 하고 있어요. 아직 초반이라 이 법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미지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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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이든 비영리이든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매력적인 디자인, 편리한 인터페이스, 재치있는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나다. 사람이 미래다. ryansung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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