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프로젝트의 형태로 플랫폼에 올려,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펀딩을 받아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크라우드펀딩(지난 기사-크라우드펀딩 :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늘로 손을 올려줘!, 7.31)은 이제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본지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유캔펀딩을 만나 그간 유캔펀딩의 성장 및 개괄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유캔펀딩 전준하 이사>
국내 크라우드 펀딩은 대부분 킥스타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캔펀딩도 킥스타터를 벤치마킹하여 시작했다고 알려졌는데, 초기 자리 잡는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점이 어떤 것이 있었나요?
초기에는 사회적 이슈, 즉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공익적 프로젝트를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킥스타터는 기부 형태의 프로젝트는 등록이 안 됩니다. 하지만 국내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인식이 낮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프로젝트여야 쉽게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서경덕 교수의 아리랑 프로젝트는 서경덕 교수도 유명하고 아리랑을 지키자는 애국심에 호소하여 성공적으로 모금을 완료했는데요. 이런 성격의 자체 기획한 프로젝트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관심을 불러내고 유캔펀딩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킥스타터 본연의 프로젝트 문화 예술과 같은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체적으로 유캔펀딩이 기획하는 프로젝트와 이용자가 직접 신청하는(유입되는) 프로젝트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처음에는 기획하는 프로젝트가 10~9 유입되는 프로젝트가 0~1이었지만 현재는 7:3 혹은 6:4 정도 됩니다.
2011년에 시작한 국내 크라우드 펀딩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지금까지 1,8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지만, 미국 킥스타터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약 7억 달러를 모아 양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국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낮아 프로젝트 유치와 모금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킥스타터와 유캔펀딩의 프로젝트 카테고리 비교>
킥스타터는 13개, 유캔펀딩은 11개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같은 카테고리 외에 킥스타터에는 fashion(5%), food(5%), theater(4%)가 있고 유캔펀딩에는 생활(7%), 후원(17%), 스포츠(7%)가 있다. 공연(음악과 댄스)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캔펀딩이 13% 더 높고, (킥스타터 17%, 유캔펀딩 30%) 아트&포토그래피, 영화&비디오는 킥스타터가 23% 더 높다. (킥스타터 34%, 유캔펀딩 11%)
디자인과 테크를 합치면 킥스타터 10%, 유캔펀딩 11%로 비슷한 비중이지만, 킥스타터는 각각 독립된 카테고리로서 디자인 프로젝트 280개, 테크 프로젝트 129개를 유치 중인 반면, 유캔펀딩은 디자인&테크 카테고리로 14개를 유치 중이다. 특히 테크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프로젝트의 성격에서 많은 차이가 보인다.
<테크 카테고리 비교 ; 킥스타터(좌), 유캔펀딩(우)>
-킥스타터와 비교해 약한 카테고리에는 어떤 보완을 하고 계신가요?
초기에 킥스타터 대비, 보완이 필요한 카테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속해서 노력할 계획입니다.
유캔펀딩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스마트 크라우드펀딩, 다시 말해 기존 크라우드 펀딩이 프로젝트를 기다리는 수동적 중계자라면 유캔펀딩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등록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1:1 컨설팅을 하는 능동적 플랫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하셨는데, 프로젝트의 컨설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컨설팅은 주로 보상을 어떻게 제공할지, 목표금액을 얼마로 정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이 부분은 그동안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사람들로부터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인디밴드가 앨범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한다면, 그 밴드가 앨범을 내길 바라는 팬들이 있어야 합니다.
-프로젝트 유치과정에서 아쉽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시다면?
크라우드방식으로 펀딩을 시도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들이 보였는데 여건상 다 유치할 수 없었습니다. 상대방 측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인력 부족으로 전부 접촉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예를들면 최근 유행하는 락페스티벌의 경우, 기획 업체나 진행위원회 같은 곳에서 가수들을 섭외하고 선지급하여 초기비용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 방식 대신, 기획단계부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금한다면 초기 비용 리스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가수들의 라인업을 공개하고 펀딩을 하는 방식, 고객의 입장에서는 선급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대기실 투어나, 선착순 10명만 VIP석을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다양한 보상을 추가한다면 누구 하나 불만족스럽지 않은 페스티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진해보고 싶은 기획과 아이디어가 있는데 실행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앞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진출에 대해 언급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이 있습니다. 유캔펀딩이 지금의 엔젤투자나 창업투자회사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 여력이 있는 중산층의 자금이 벤처산업으로 흘러들어 올 길이 생길 것입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에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류스타들과의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수 '더원' 모금의 경우 일본 팬들이 지불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내의 낮은 인지도와 달리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초신성'과 '원킬' 같은 경우 일본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회적 이슈도 아니고, 다양한 카테고리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많은 이들로부터 '잘됐으면 좋겠다.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하는 것. 돕고자 하는 마음, 기꺼이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모으는 것에 성공한다면, 그 프로젝트가 손연재의 전지 훈련 모금이든 스타트업의 서비스/제품이든 펀딩이 가능한 것이다. 유캔펀딩은 바로 이점에 착안했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기획으로 한국판 킥스타터를 넘어서 유캔펀딩 스타일의 크라우드 펀딩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beSUCCESS 최종성 수습기자 | press@besuccess.com
edited by 최기영 기자ㅣ kychoi@besuccess.com
Editor's note : 유캔펀딩은 2012년 5월 ‘인큐젝터’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단순한 후원이 아닌 투자의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지금의 ‘유캔펀딩’으로 이름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