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월세 때문에 ‘최지윤 법’을 만든 회사”- 이노레드 박현우 대표 인터뷰
2014년 04월 23일

이노레드(innored, 대표 박현우)는 친구 추가를 한 이래로 줄곧 필자의 타임라인을 북적북적하게 만들었던 회사다. '청춘은 별'이라는 공간 이동 자판기 프로모션으로 유투브 200만 뷰를 훌쩍 넘기더니, 요즘에는 '김투황', '부르갭' 이라는 어플리케이션까지 만들었다. 일이 바쁘기로 유명한 마케팅 대행사에서 어플리케이션을, 그것도 장난처럼 내놓다니. 놀라웠다.

"죄송합니다. 귀사의 프로젝트를 그만두겠습니다." 라는 모든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대사로 유명해진 회사, 이노레드. 이미 유명해진 복지보다는 도대체 '뭐'하는 회사길래, '어떻게'하는 회사길래 이런 창의적 잉여 생산물들이 줄줄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노레드 박현우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노레드 박현우▲이노레드 박현우 대표

모두가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회사, 여기에 비밀이 있다 

"저희 회사에서는 모두가 개발자고, 기획자고 디자이너예요."
이노레드의 딜리노들은 자기 일을 누구보다 잘하지만,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도 망설임 없는 다전공자들이다. 2시간 동안 좀 더 여유있게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매주 금요일 '프런치 데이'에는 기획자, 개발자, 경영진이 다 같이 모여 그림을 그리거나 늘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배운다. (물론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사내에 레드테크(Redtech)라는 일종의 프로그램 개발 경진대회도 생겼다. 대행사 업무를 하다보면 타 기업 일만 하게 되는데, 이제 '우리 것'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조직된 TFT 안에서 개발자도 포토샵을 하고 디자이너도 기획 아이디어를 낸다. SNS 채널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존 대행사와 달리 이노레드는 프로그래밍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터랙션 광고가 특기다. 이들에게 간단한 앱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 바로 이 레드테크에서 '김투황', '부르갭' 같은 재미난 어플리케이션들이 탄생했다.

어플리케이션▲레드테크에서 탄생한 어플리케이션 '부르갭','김투황'

업무 밖의 이 '특별 활동'에 대해 직원들이 정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때로는 복지차원에서 도입한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때도 많기 때문. "시즌 2는 언제하느냐고 벌써부터 열의에 불타있더라고요." 그렇다고 한다. 시즌 2 때는 1등 팀에게 전원 홍콩 여행권을 수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조직이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승화시키는 비결은 '페이스북 비밀 게시판'에서 오고가는 직원들의 수 많은 스몰톡(small talk)에 있다. 이 곳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페이지 라이크 만 명이 넘으면 모든 직원이 조기 퇴근하는 '소셜 퇴근' 이벤트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따금 놀이는 일로 연결 된다. 후에 이를 응용해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잘 노는 회사가 생산력마저 좋다. 모든 아이디어가 실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 안해본 일도 별로 없다고 박현우 대표는 말했다.

소셜퇴근▲하루 동안 직원들의 모습이 생중계되었던 '소셜 퇴근' 이벤트 (출처 - 이노레드 블로그)

그는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느 강연에서는 "당신이 망설이는 순간 누군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이디어의 주인은 실행하는 사람이다"라고 했고, 타임라인에서는 "숙련된 시니어들이 만드는 안전한 아이디어가 두렵다"고 말했다. 사훈 마저 '사랑받는 아이디어, 사랑받는 회사(Loved idea, Loved Company)'로 정했다.

내 생각이 아무리 엉뚱할지라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 누군가가 낸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것을 지켜봐왔던 공동체적 경험들. 결국 박현우 대표가 팀원들을 위해 일구어놓았던 것은 비옥한 신뢰의 텃밭이다. 잘 다져진 땅 위에서 딜리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어떤 생각이든 나눌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무엇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간다.

"혹자는 너희는 광고회사니까 그런 재밌는 일들을 할 수 있는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 광고회사는 바빠서 이렇게 안해요. 사실 의지만 있다면 건설회사나 방송사같은 보수적인 집단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예요. 재미를 아는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멋진 것을 만들어내고 그러다보면 새로운 프로젝트의 기회도 오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이노레드에는 이런 작은 성공 케이스들이 너무 많아요."

가장 값 비싼 복지는 '끈질긴 관심'이다

"직원을 1:多 관계가 아닌 1:1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을 다수의 집단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이 조직이라는 기계가 원활히 돌아가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한 부분이라도 삐그덕 거리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고, 결함이 있는 부속품은 수리되거나 버려진다.

'이노레드가 직원을 사랑하는 방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으로 그는 '1 대 1의 관계'라고 답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친구가 대구에서 상경해 자취를 해야하는데, 고시텔도 월 50. 초봉을 가지고는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단다. 딱한 마음에 그는 신입 직원의 이름을 딴 일명 '최지윤(가명) 법'을 만들었다. 1년 차 직원들이 자취할 경우 월세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눈물나는 법령이다. 신입사원의 주머니 사정과 타향살이의 서러움, 라이프스타일을 집요하게 관찰해 나온 결과물이다.

sdfsdf▲매일 아침 사진을 찍는 G모닝로그 시간, 이노레드의 팀원들 (출처- 이노레드 블로그)

성과를 못내는 직원에 대한 케어에도 소홀함이 없다. '저 친구 요즘 왜 저리 표정이 어둡지?'가 임원 회의의 주요 안건일 때가 많다.

"뽑을 때는 잘할 것 같았던 사람이, 회사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대기만성형으로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기에 쉽게 포기하지 않죠. 중요한 것은 조금 기다려주는 것, 그 과정에서 회사가 힘들어하는 직원을 모르는 척 하지 않는 것, 소외되지 않게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조금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2년 내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직원도 있었다. 스스로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을 붙잡은 것은 회사다. '2년 동안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내지 못한 직원이 나가서 즐거운 출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설득을 통해 그의 직무를 광고기획자에서 바이럴마케팅 담당으로 전환했고, 그 결과 현재 그는 사내에서 유일하게 2개 팀을 총괄하고 있는 최연소 팀장으로 성장했다.

여기까지 듣고보니 문득 대표직은 연구직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들 직원을 '관리'하고 '경영'한다고 하는 데, 그는 하루 종일 직원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생각해보니 직원이 재고조사해야 하는 물건도 아니고, 뭘 관리하고 경영해야 한다는 것일까.

"사실 요즘 어마어마한 복지 제도로 유명해진 회사들이 좀 걱정돼요. 좋은 사무실과 두둑한 보너스보다 더 중요한 건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예요. 우리 복지를 보면 돈 많이 드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웃음) 하지만 직원 개개인을 주목해서 연구하고 스터디할 때 진짜 그 사람을 위한 '복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보너스같은 복지가 아니라 고마운 복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따뜻한 진심. 입사 선택의 기준이 아닌, 장기 근속의 이유. 맞다. 직원 한 명에 대한 끈질긴 관심, 그것이 가장 값 비싼 복지다.

이노레드는 스타트업에게 [          ]다

이노레드는 일반적인 업종 분류에 따르면 디지털 광고 대행사다. 2010년 부터 기업과 진행한 프로젝트는 대략 47개, 지난 해 매출은 90억 원에 이른다. 직원은 55명으로 늘었다. 꽤 몸집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현우 대표는 '우리 역시 스타트업들의 동료 스타트업일 뿐'이라고 말한다. 롤모델로 삼는 기업 중 이노레드보다 더 작은 곳도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ㅇㅇ이다

요즘 유명세를 타며 이노레드는 세계적 클라이언트로부터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의도치 않은 강제 글로벌 진출에 얼떨떨하지만, 내부에도 글로벌 팀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광고 인더스트리를 넘어서 프로덕트, 공간, 기술, 벤처를 결합시키며 더 영역을 확장시켜나갈 계획이예요. 소비자의 라이프에 닿아있는 모든 것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어요. 변치않는 목적은 그들에게 '마법같은 경험'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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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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