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터를 잡은 글로벌 인큐베이터가 있다. 바로 케이만군도에서 출자한 자금으로 아시아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인매지네이터(Inmaginator)다.
인매지네이터는 ‘글로컬’을 지향한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Glocal)은 지역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아시아 각 지역의 모두 다른 생태계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이 그 장점을 살려 세계 시장을 노리게 돕는 것이다.
글로컬을 지향하는 인매지네이터가 선택한 아시아의 도시는 바로 제주다. 인매지네이터는 제주와 인도네시아의 반둥을 거점으로 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인매지네이터는 지난 2014년 12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첨단과기단지입주기업협의회, 비비트리와 함께 협약을 맺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 입주자에게 무료로 1년간 창업보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수한 창업자에게 투자 등 지원하고 있다. 또한, 그룹 컴퍼니에 속해있는 80여 명의 엔지니어와 개발자, 2백50여 명의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을 도와준다.
비비트리의 임동현 대표는 “인매지네이터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기업과 함께 가고자 한다”며 “투자 이전에도 비비트리와 인매지네이터의 방향성에 대해 같이 논의하곤 했었는데 이런 부분이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다른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매지네이터는 빠른 성장보다는 함께 문화와 테마를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런 인매지네이터에게 제주는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인매지네이터의 엘리노어 충(Eleanor Choong) 디렉터는 “자연과 함께하는 제주의 좋은 환경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와 정부의 지원이 풍부한 곳”이라며 “제주도에 있는 우리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비비트리와 함께 이곳의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뉴스를 통해 이미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요우커가 제주의 땅을 몽땅 사들이고 있네 하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에 임동현 대표는 “오락시설이나 휴양 시설에 부각돼 스타트업 소식은 감춰지는 부분이 있는데 서울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전해 왔으며 제주시에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매지네이터와 비비트리가 위치해 있는 첨단과학기술단지를 건립해 다음카카오, 이스트소프트 등 총 117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약 1천 4백5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단지는 이미 포화 됐으며 제주 월평동에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활발히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도 멀다. 해외유치자본이 아직은 IT나 BT(Bio Technology)보다는 리조트, 카지노, 테마파크와 같은 사업에 집중돼 있는게 사실이다. 또 IT를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기반 시설, 관련 교육, 커뮤니티 등 인프라도 아직은 완성되지 못했다. 제주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육지’에는 흔하고 당연한 것들이 섬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제주에서 생활을 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분이 많다. 데이터 센터가 없어 자체 데이터를 센터를 구축하거나 서버를 이전해야 하고 콘퍼런스라도 참여할라치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좋은 인재를 구하는 것도 서울보다는 제한된다. 우선 제주로 내려올 것을 제안하려면 주거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가족들과 함께 내려오는 경우 자녀들의 교육도 걱정이다. 여유롭고 깨끗한 환경 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이런 불편함이 있음에도 제주를 찾는 스타트업은 늘어나고 있다. 임동현 대표는 “영업이나 세일즈에 있어서는 지사를 둬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 외에는 제주에서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물론 제반 시설이 갖춰지고 교통 등 비즈니스를 위한 배려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