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CEO 잉여의 시대이다. 너도나도 대표이사 명함을 들고, 스스로의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자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투자자를 물색한다. 흔한 자기계발 서적에서 늘 이야기 하듯이,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며, 기회가 오면 리듬을 타고 가능성의 세계로 몸을 실어야 하니, 하루 하루가 바쁘다.
칭기즈 칸을 이어 중국을 재패한 쿠빌라이 칸의 유언 중 일부를 살펴 보자.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기술은 끝없이 바뀐다. 아무리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도 반드시 방법이 있음을 믿고, 아무리 하찮은 적이라도 우리와 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라. 내가 최고라고 자만하지 말라. 옆을 보고, 앞을 보고, 뒤를 보아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라. 세상을 살되 한 뼘이라도 더 넓게 살고, 사람을 사귀되 한 명이라도 더 사귀며, 기술을 배우되 한가지라도 더 배워라. 상대가 강하면 너희를 바꾸고, 너희가 강하면 상대를 바꾸어라."
그렇다. 우리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털이라도, '나는 용의 아들이다'라고 외쳤다던 유방과 같이, 한 제국의 황제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흔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내 사람을 얻기"라는 부분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마이클 조던에게 시카고 불스가 있었듯이, 당신의 꿈과 비전을 함께하면서도, 낮은 곳을 자처하며, 영혼의 동반자가 되어 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 함께 항해할 파트너를 만나는 일이 그것이다. 한 제국 유방의 장량과 같이, 유비의 제갈량과 같은 훌륭한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 필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1. 자신의 그릇 알기
무엇보다, 자신의 그릇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람은 일종의 그릇이라고 한다. 태어날 때 그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결정되어 있는 초벌구이 같은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그 그릇을 몇 번 다시 가마에 구워 쉽게 깨지지 않도록 단련하고, 좋아하는 색깔로 채색하며, 일상의 손때를 묻혀 훌륭한 자기로 완성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작고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은 이야기한 바 있다. 작고 정교한 그릇에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없고, 세숫대야에 음식을 담아 낼 수 없다.
자신의 적합한 쓰임새를 찾는 것이 세상에 자신을 내보이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과제이다. 작은 그릇이 큰 일을 하려는 것은 과욕임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무능함은 곧 죄임을, 그것은 능력을 초과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불일치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타고난 모양대로 그 용도에 맞는 가장 훌륭한 그릇으로 자신을 다듬어 가야 그 인생이 아름답다고 구본형 소장은 이야기하였다.
2. 영혼으로 이야기하기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을 만들어 낸, 킹 매이커 데이비드 엑설로드는 오바마의 출마는 영혼을 자극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라 생각하며, "내가 만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내 인생에서 정말 위대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데이비드 엑설로드는 아직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낯선 인물일 수 있겠지만, 디트로이트의 데니스 아처, 클리블랜드의 마이클 화이트, 휴스턴의 리 브라운 등 흑인 정치인들의 시장직 도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서, 슬럼가에 사는 흑인들의 표를 모으고, 라틴계와 진보적 백인들을 끌어들여 승리를 만들어 내는 도시 정치 전문가이다. 데이비드 엑설로드는 이데올로기나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권력이나 직업이 아닌, 변화의 수단으로서 정치를 받아들인 아웃사이더, 오바마를 통해 미국을 바꾸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는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이슈나 정책 아이디어가 아닌 믿을 수 있는 진짜 모습, 퍼스널리티와 가치에 기반한 전략을 선택한다. 삶은 꿈도 연극도 아닌 가장 심각한 진실이라고 했던가? 엑설로드는 "문제는 정교한 메세지가 아니다. 메신저가 그 메시지를 진정으로 담아내지 못하면 실패한다." 라며, 개인의 삶의 내러티브에 기초한 영혼에 호소하는 스토리 텔링 전략을 구사한다.
공동 창업자 혹은 사업 파트너를 찾을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목적이 당신의 아이템, 혹은 네트워크가 얼마나 훌륭한 지를 설득하거나 확신을 주려하는 과정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상대가 나를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감을 얻어내어라. 미국의 24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참모였던 하우스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였다. "장대높이뛰기 경기가 있다. 보스의 입장에선 참모는 장대다. 참모를 이용해 높이 뛰는 것이다. 그런데, 참모의 입장에서 보면 보스가 장대다. 그를 이용해 내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3. 동물적 후각으로 타이밍 감지하기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의 조짐이 보이며, 미국의 30년 넘게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 체제가 무너질 징조가 보일 무렵, 오바마는 큰 결심을 한다. ""지금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그럴거야. 내가 그런 선입견에 도전하겠어." 그리곤, 참모와 지인들에게 출마 결심을 전화로 알렸다. 민주당내의 경선 경쟁자 힐러리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측되었지만, 그의 측근들은 호불호, 유불리를 떠나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마인드로 그와 함께 했다고 한다. 특히, 엑설로드는 "삶이 비극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미칠 듯이 기뻐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올인했다. 소처럼 어정어정하고, 겉꾸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잽싸게 행동해야 하는 시점은, 다름 아닌 뜻을 함께 할 수 많은 사람들이 미칠 듯이 기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지점이어야 한다. 도전과 파트너쉽 매이킹의 시기란, 그렇듯 삼국지의 도원결의와 같은 나이브한 개념을 넘어서, 시대의 흐름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공동의 목적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꿈을 이루고 기뻐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4. 내 자신을 사랑하기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무릇 우리는 조금은 초라하고 비겁해 보일지라도, 자신을 껴안고 진정한 자신을 대면해야 한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류시화 시인이 옮긴 데렉 월컷의 "아침의 시"로 대신할까 한다.
아침의 시_4
그때가 올 것이다
너의 문 앞에
너의 거울 속에 도착한 너 자신을
기쁨으로 맞이할 때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이할 때가그에게 말하라, 이곳에 앉으라고
그리고 먹을 것을 차려 주라
한때 너 자신이던 그 낯선 이를 너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포도주를 주고, 빵을 주라
너의 가슴을 그 가슴 자신에게 돌려주라
일생 동안 너를 사랑한 그 낯선 이에게다른 누군가를 찾느라
네가 외면했던 너 자신에게
온 마음으로 너를 아는 그에게책꽂이에 있는 사랑의 편지들을 치우라
사진과 절망적인 글들도
거울에 보이는 너의 이미지를 벗겨 내라
앉으라, 그리고 너의 삶을 살라
너의 문 앞에
너의 거울 속에 도착한 너 자신을
기쁨으로 맞이할 때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이할 때가그에게 말하라, 이곳에 앉으라고
그리고 먹을 것을 차려 주라
한때 너 자신이던 그 낯선 이를 너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포도주를 주고, 빵을 주라
너의 가슴을 그 가슴 자신에게 돌려주라
일생 동안 너를 사랑한 그 낯선 이에게다른 누군가를 찾느라
네가 외면했던 너 자신에게
온 마음으로 너를 아는 그에게책꽂이에 있는 사랑의 편지들을 치우라
사진과 절망적인 글들도
거울에 보이는 너의 이미지를 벗겨 내라
앉으라, 그리고 너의 삶을 살라
-데렉 월컷 <사랑 이후의 사랑> (류시화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