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에게 듣는다 – 매력적인 스타트업 만들기
2012년 08월 02일

지난 글에서 필자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지원 노력에 대해 다루었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지원을 다루는 본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이번 주에는 스타트업 업계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이하 “VC”)로부터 들어보는 실질적인 조언들을 소개한다. 퀄컴벤처스(Qualcomm Ventures)를 이끌고 있는 권일환 총괄로부터 매력적인 스타트업 만들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들어보자.

그의 생각을 듣기 전, 필자는 퀄컴벤처스가 어떤 특정한 산업이나 시장에 전략적 초점을맞추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퀄컴이라는 모기업 덕분에 많은 분들이 우리가 특정 세그멘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권일환 총괄은 말한다. “우리가 가진 포트폴리오 중 일부가 퀄컴과 긴밀하게 일하고 있기도 하고, 또 일부는 퀄컴의 고객이기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든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비즈니스에 전략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분명 현재 모바일 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활발한 창업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한국의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감안할 때 비즈니스를 지속시키기에 충분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투자자의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었다.

“한국 시장 규모가 작기는 하죠.” 권일환 총괄이 대답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회수방안(exit model)로서의 M&A가 아직 미미한 것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이라면 매력적인 M&A 대상으로서의 충분한 매력도를 형성하기 힘들죠. 하지만 동시에 성공적인 M&A 케이스들이 있기도 합니다. Enswers나 Lotiple, 그리고 ThinkReals 들이 그러한 예가 되겠죠.”

권일환 총괄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결국 어떤 코어(core)나 에지(edge)를 가지고 있느냐, 혹은 그에 앞서 코어나 에지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Enswers는 기술에 에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Enswers는 원천기술을 만들어냈죠. 반면 Lotiple이나 ThinkReals의 에지는 사람이었습니다. 스타엔지니어들이었지요. 결국 성공적으로 스타트업을 일구려면 단지 좋은 프로덕트(product)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특별한 무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권일환 총괄은 또한, “M&A를 통해 Exit하기를 원하는 분들은 자신들의 스타트업과 잠재적 구매자(즉, 기업)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일치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더했다.

창업가의 한 사람으로써 필자는 때때로 창업가들이 “상장(IPO를 통한)”이라는 특정 목표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이전의 보고서에서 소개하였듯 국내 기업의 IPO 성공률은 2%에 못 미친다. 그리고 M&A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필자가 투자자였다면 그러한 상황이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필자는 권일환 총괄에게 한국의 그와 같은 상황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는가를 물었다.

“저는 그것(낮은 IPO 성공률)이 벤처캐피털의 투자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권일환 총괄이 대답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을 자연스러운 경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100 개의 투자제안을 받는다면 약 두 개 정도만이 실제 투자로 이어집니다. 한 2% 정도 되는 것이지요. 이 비율을 생각해보면 IPO 성공률이 2%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그게 특별히 어려운 상황인 것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또 저는 그것이 우리나라만의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IPO 성공률이 어떻게 되었든 저희는 좋은 회사들에 투자를 계속 할 것입니다.”

분명 이것은 스타트업들에게 희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회사”란 무엇일까? ‘좋은 회사’를 그는 어떻게 정의 내릴까? 권일환 총괄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저는 한 시간 동안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펼칠 수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제가 ‘그래서 지금 Tackle 하고자 하는 Pain-point가 무엇이죠?’라고 물을 때마다, 놀랍게도 많은 수의 창업가들이 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여러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기술 분야의 창업가, 특히 하이테크 시장의 창업가들이 자신들의 프로덕트가 그 기술 수준에서 타 프로덕트들에 비해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고객들이 자신들을 선택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객들은 하이테크 프로덕트의 구매를 다음 두 가지의 주된 이유로 주저하게 된다. 먼저 고객들은 레퍼런스(reference)가 존재하지 않는 생소한 제품의 구매를 주저한다. 둘 째, 고객들은 이제 경험에 의해 자신들이 현재 구매하는 하이테크 제품에 대해 가까운 미래에 급격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빠르게 ‘구식’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역설을 보인다.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상당한 자원을 마케팅과 고객획득에 투입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고객들이 새로운 프로덕트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Vidquik의 창업자이자 CEO인 Bernard Moon이 지적한 바와 같이 “많은 스타트업들, 특히 B2C의 스타트업들은 고객획득비용을 과소계상한다.”

제한적인 자원만을 가지고 있어 값비싼 광고를 할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이 Tackle하고자 하는 명확한 Pain-point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명확한 Pain-point를 공략하려 하는 경우, 무엇보다도 같은 Pain-point를 인식한 고객들이 같은 편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앞서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매우 명확한 답을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권일환 총괄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서 그 문제에 대해 매우 명확한 에지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솔루션을 내어놓아야 하지요.”

전략에서 우리는 그것을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러나 그 이름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요지는 스타트업들 역시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무엇인가”는 단순히 좋은 프로덕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바로 그 “무엇인가”에 기반해 특정 Pain-point에 대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솔루션을 내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원래 권일환 총괄에게 부탁한 대담 시간은 30 분이었으나 이미 시간은 1 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필자는 서둘러 권일환 총괄에게 우리나라 창업가들과 나누고 싶은 마지막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독창적인 서비스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바일 앱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요.”라고 권일환 총괄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창업생태계가 훨씬 커다란 역동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혹자들은 한국의 창업가를 위한 생태계가 미국의 그것보다 약하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것은 일정부분 사실이지요. 하지만 저는 그것이 미국의 창업 업계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통해 선대의 창업가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노하우가 축적된 것입니다. XG 벤처스를 예로 들어보면, 과거 구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성공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를 후대에 전수해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작은 규모의 M&A를 비롯해 많은 성공스토리들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들이 일반인들의 레이더망 아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것이지요.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는 우리나라도 훌륭한 생태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일환 총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많은 벤처캐피털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으나 훌륭한 투자처를 찾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고 한다. 모든 기회는 도전과 함께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기회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창업생태계가 가진 낮은 성숙도(maturity level)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에 도전하여 당신을 성가시게 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권일환 총괄이 들려준 이 이야기가 당신의 기회를 여는 열쇠로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은세 eunse(dot)lee(at)gmail(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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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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