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스타트업, 크라우드 펀딩 성공하기 위한 9가지 비결
2014년 11월 27일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크라우드 펀딩 성공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아 방지 팔찌인 리니어블이 인디고고 프로젝트에 성공해 300여개 외신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 26일에는 걸음 교정 웨어러블 밴드 '아키'가 1억 원이 넘는 자금 모금에 성공했다. 인디고고, 킥스타터와 같은 플랫폼은 소위 'VC들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사냥터'라고 불린다. 따라서 펀딩에 성공하면 미디어를 통해 자동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에도 유리하다. 실제 후자 쪽이 프로젝트의 본 목적인 경우가 많다. 

아키밴드를 만든 직토의 김경태 대표는 비석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래동화라는 게 있어요. 좋은 아이디어를 펀딩 플랫폼에 올리기만 하면 짠하고 대박이 나고, 그 뒤에 투자를 받고, 대형 마트에 유통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죠. 확실한 건 운 좋게 입소문을 타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대중의 99%는 그 프로젝트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립니다.”

하루 아침에 대박이 난 것 같은 프로젝트도, 사실은 철저한 물밑 작업의 결과라는 것.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지난 26일, 덴마크의 웨어러블 스타트업 라이카(Leikr)의 프로덕트 매니저인 라이언 크렘스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웨어러블 테크 스타트업 만들기'라는 강연을 통해 그 비결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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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키아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엔지니어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으며,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돌핀 브라우저라는 스타트업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그는 라이카의 미 현지 생산을 이끌고 있다. 라이카는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 시계로, GPS 기술을 통해 수영부터 마라톤에 이르는 거의 모든 분야의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다. 라이카는 2013년 2월, 킥스타터에서 총 267,289달러(한화 약 2억9,615만 원) 모금에 성공했다.

그가 밝힌 9가지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자금 확보 / PR / 피드백 중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목표를 잡아라. 
보통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면 위의 세 가지를 동시에 얻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선택과 집중은 중요하다. 자금 확보가 주 목적이라면 목표 금액을 더 높게 잡고 적극적으로 판매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제품과 브랜드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면 어떻게해서든 미디어 노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같은 크라우드 펀딩이라도 목표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다. 

2. 크라우드 펀딩 초기와 마지막 푸쉬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크라우드 펀딩이 가장 큰 반응을 이끌어내는 시기는 막 런칭을 시작했을 때다. 그 이후로 관심도는 서서히 떨어지게 되어있다. 처음과 끝은 펀딩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라이카의 크라우드 펀딩 모금 과정.

▲라이카의 크라우드 펀딩 모금 과정.

3.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타이밍은 중요하다. 애플 이벤트 전후는 피해라. 
제 때 런칭을 해야 미디어와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면 모든 미디어의 관심이 거기로 쏠려있기 때문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실제 라이카의 경우 세계 가전 전시회인 CES 이벤트가 열리기 한 주 전에 런칭했다. 그 시기에는 모든 미디어가 하드웨어 제품과 관련된 기사를 써내고, 실제 CES 관련 기사는 화요일부터 쏟아지기 때문에 전 주 주말 효과를 노린 것이다.  

4.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서는 미국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특히 킥스타터의 경우 기본적으로 미국의 은행 계좌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5. 잠시 떠나있을 때도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펀딩 참여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할 때에도 참여자에게는 미리 부재를 알려야 한다. 

6. 킥스타터는 하나의 커뮤니티다. 열린 마음과 투명성이 필요하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단순히 물건을 선보이는 쇼윈도가 아니다. 참여자들은 아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 먼저 믿음을 준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얼리어답터들이 제공하는 양질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 많은 사진과 설명을 통해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참여자에게 최대한 프로다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라. 

7. 필요하다면 도움 요청하기를 망설이지 말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인맥과 경험을 지렛대 삼아라. 홍보 비디오를 만드는 것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8. A/B 테스팅의 성공 판단 요건(Success criteria)을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목표 펀딩액의 10%도 달성하지 못했는데, 기념품으로 줄 티셔츠를 찍어내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 당신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자체 기준을 미리 정해놔야 한다. 

9. 킥스타터 성공은 시작일 뿐, 지속적 업데이트와 정시 출시로 보답해야 한다. 
실제로 한 장의 카드에 8개 카드 정보가 담겨 있어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코인(Coin)의 경우, 펀딩에는 일찍이 성공했지만 뒤를 이은 제작과 배송이 늦어져 비난을 받았다. 

그가 이야기했듯,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은 스타트업에게 이제 한 발자국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현관문을 연 것과 같다. 펀딩을 마무리한 이후, 스타트업은 어떤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까. 

그는 펀딩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되도록이면 빨리 후속적인 벤처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자금은 거의 대부분이 직원들의 월급, 제조 비용으로 순식간에 빠져 나간다. 따라서 소위 프로젝트 성공으로 인해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져 있는 시기에 VC를 만나는 것이 좋다. 펀딩 성공은 좋은 스펙이 될 수 있지만 후속 투자 시점이 늦어진다면 크게 매력을 끌 수 없다. VC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 정도의 선주문을 받았으니, 제조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상으로도 들어맞고 설득력 있다. 

덧붙여 그는 하드웨어 전문 엑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와 파트너 관계를 맺기를 추천한다. 하이웨이1이나 헥셀러레이터와 같은 전문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들이 거점 삼고 있는 중국에서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탄탄하게 갖춰진 제조 인프라의 덕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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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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