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인 박상민님이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의 에세이 '해커와 화가' 번역을 총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Y combinator를 창업한 폴 그레이엄은 Dropbox, Reddit, Airbnb등의 스타트업을 키워낸 대가로, 투자자이면서도 뛰어난 프로그래머이며 수필가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원문 보기)
대학교와 연구소가 해커가 원하는 일들을 못하게 한다면, 아마도 그들이 있을곳은 일반 기업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회사들 역시 해커가 원하는 것들을 하게끔 허락치 않는다. 학교와 연구소가 해커를 과학자가 되도록 강요한다면, 회사들은 그들을 엔지니어로 남도록 강요한다.
나는 이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야후!가 내가 세운 회사 Viaweb을 사고 나서, 내게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 물었다. 나는 비지니스쪽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저 해킹을 계속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내가 야후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에야 그들에게 해킹이 의미하는건 그저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것이지 디자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프로그래머는 그저 프로덕트 메니저의 머릿속 비전을 구현하는 기술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큰 회사들의 기본 구조인 것 같다. 큰 회사들이 이런식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예측가능한 결과를 얻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작은 퍼센트의 해커만이 실제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할 수 있는데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전면에 내세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뛰어난 해커 한 사람에게 맏기기 보다는 대부분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위원회(committee)에서 디자인하고 해커들은 단순히 디자인을 구현하게끔 한다.
여러분이 혹시 언젠가 큰 돈을 벌고 싶다면 이 사실을 꼭 명심해라. 왜냐하면 이것이 스타트업이 이기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큰 회사들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결과물의 표준편차를 줄이는 것에만 골몰한다. 하지만 표준편차를 줄이다보면 저점과 함께 고점도 모두 지워나가기 마련이다. 큰 회사들에겐 이런게 큰 문제가 안된다. 그들은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서 마켓에서 이기는게 아니라 다른 큰 회사보다 조금 더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덕트 메니저가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그런 회사가 여러분의 제품과 디자인 싸움에 뛰어들게끔 한다면, 그들은 절대 여러분을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큰 회사를 디자인 싸움에 뛰어들게 하는 것은 성벽 안쪽의 적과 싸우는 것만큼 어렵다. 예를들어, 어쩌면 MS 워드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건 쉬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 독점이라는 성벽안에서 싸우려 들것이고, 아마도 여러분의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자체도 모를것이다. (역: 큰 기업은 제품보다는 브랜드로 스타트업을 제압한다).
디자인 싸움을 펼쳐야 하는 곳은 그래서 아직 아무도 성벽을 세우지 못한 새로운 마켓이어야 한다. 그곳만이 용감하게 디자인에 접근하면서 구현과 디자인을 함께하는 당신이 크게 이길 수 있는 싸움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작할때 그랬다. 애플과 HP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모든 성공한 스타트업이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 만드는 것 말고도 훨씬 많은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 나는 Viaweb에서 시간의 25% 정도만 코딩하는데 사용해도 그날은 운 좋다고 느꼈었다. 나머지 75%는 지루하거나 다루기 겁나는 일들에 허비해야 했다. 어느날엔가 나는 이사회 회의 중에 나와 충치치료를 할 일이 있었다. 그날 치과 의자에 누워 드릴을 기다리니 마치 휴가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또 다른 스타트업의 문제는 돈벌이가 되는 소프트웨어와 만들기 재미있는 소프트웨어가 그다지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 언어는 만드는것이 재미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제품이 사실 그거였는데, 지금 시대엔 아무도 프로그램 언어를 돈주고 사지 않는다. 돈을 벌고 싶다면 아무도 공짜로는 해결해주지 않는 그런 지저분한 문제를 파고들어야 한다.
모든 maker들이 이 문제를 겪는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작업이 재미있는 그런 작품들보다는 시시하지만 고객의 개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작품들에 수요가 따르기 마련이다. 언더에서 연극하는 것은 무역박람회 부쓰에서 고릴라 복장하고 있는 것보다 돈을 받지 못한다. 소설보다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광고지 문구 작성하는게 밥벌이에 낫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해킹하는 것보다는 큰 회사의 옛날 데이터베이스를 웹서버에 연결시켜주는 일이 돈이 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은 거의 모든 maker들에게 잘 알려진 개념이다. 그것은 “낮 일 (day job)”을 갖는 것이다. 이 문구는 밤에 직업을 위해 무대를 뛰는 음악가들에게 처음 붙여졌다. 좀 더 넓게 적용하자면, 당신이 돈을 위해 하는 한가지 일과, 사랑해서 하는 다른 한가지 일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maker들의 커리어 초반기엔 낮 일이 있다. 화가와 작가들에겐 이 용어가 씁쓸한 현실이다. 당신이 운좋다면 당신의 진짜 일과 관련된 낮 일을 얻을 것이다. 음악가들은 종종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곤 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나 운영체제를 하는 해커들은 종종 같은 언어나 os를 사용하는 낮 일을 하곤 한다.
해커는 낮 일을 하면서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게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오픈소스 해커들이 오랫동안 지속한 삶의 방식이다. 이야기 하려고 하는것은, 다른 직업의 maker들에게서 확인되었듯이 오픈소스 방식이 스타트업을 하고자 하는 해커들의 올바른 모델이라는 점이다.
종종 어떤 회사들은 직원들이 오픈소스 프로젝에 참여하는 걸 꺼리는데, 나는 그 사실이 놀랍다. Viaweb에서는 오픈소스 프로젝 경험이 없는 직원을 채용하는걸 꺼렸다. 우리는 인터뷰하며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무슨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는가를 가장 관심있어했다. 어떤 일을 사랑하지 않고는 정말 잘할 수가 없다. 해킹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분명히 자신의 프로젝을 가지고 일했을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