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창립된 앤드류 매이슨의 그루폰은 2년 반 만에 IPO를 신청한다. 이후 43개국에 7,000명의 직원과 8,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며 급성장한 그루폰은 '포스트 월마트'로 불리며,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다. 그러나 로컬시장에 대한 R&D와 현지화 전략이 부재한 상황 속에, Top-down 방식의 무리한 확장은 서서히 그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시그널의 진원지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텐센트와 합작한 가오펑닷컴이 중국 전역에서 사무소 10곳 이상을 폐쇄하며, 직원 400명이 해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루폰이 860만달러(약 93억 원)를 투자하여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합작사 가오펑은 "사무소 폐쇄는 사업전략 전환의 일환이며, 우리는 절대로 중국 사업을 축소할 뜻이 없다"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가오펑의 시장 점유율은 8위에 불과하며, 1위 업체인 라쇼우닷컴에 비해 방문객 수는 30%나 적었다. 심지어 한 현지업체는 그루폰의 중국도메인(Groupon.cn)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방문객의 수는 가오펑보다 많았다.
그루폰이 지향하는 가치에 기반을 둔 브랜딩에 대한 고민과 그 틀을 바탕으로 펼쳐져야 하는 정교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이 부재했던 실정은 한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루폰코리아는 자사의 첫 번째 '메가 딜'로 3,000원 상당의 '파리바게뜨' 자유이용권을 50만 장을 준비, 공짜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약 15억 원 상당 규모의 이벤트로서, 당시 국내 시장점유율 4위에 머물던 상황을 한방에 뒤집기 위한 설익은 시도이기도 했다. 이 행사는 파트너사와 마지막 조율 단계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행사 2시간 전에 취소가 되며, 국내 고객들의 신용도에 큰 타격을 입히고 말았다.
확장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역성에 대한 고민과 현지파트너들과의 스킨쉽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보다는 자본력에 기반을 둔, 손쉬운 인수 전략을 취했다. 당시 그루폰 코리아는 천안.안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웬쿠폰'을 인수하며 대구, 전주, 청주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영향력을 확보하려 하였지만, 인수한 각 지역의 소셜 커머스 업체들을 통합해 낼 그루폰의 브랜딩 인지도와 상품의 기획력에 있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때 포털이나 오픈마켓과 같은 플랫폼으로 성장하리라 예측되었던 소셜 커머스가 20~30대 중심의 트렌디한 전자 상거래라는 포지셔닝을 얻어내며, 벤처기업 특유의 낭만과 자유로움을 잃어 가며, 조직 운영에 문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었다. 지속적으로 도전을 즐기는 젊은 인재들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아닌, 조직 내부의 사내 정치와 편가르기를 통한 의사결정 구조라인이 조성되기 시작되었다.
결국, 그루폰은 창립 5년만에, 창업자 앤드류 매이슨은 경질되고 만다. 재미있는 건 매이슨의 해고가 확정된 후 그루폰의 주가가 4%나 급등했다는 것. 매이슨의 경영 문제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이다. 회의시간에 맥주를 마시고, 음악을 전공했던 자유로운 영혼 매이슨은 현재, 새로운 스타트업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에어비앤비는 그루폰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신중하고 진정성있는 글로벌 진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네이선은 베이쉐어 공유경제연합의 화원이자 감독관인 데이비드 츄와 협력해, 재난 피해자들에게 응급 숙소를 제공한 재난 대응 툴을 출시했다. 이 재난 대응툴은 지난 해 허리케인 샌디(Sandy)가 미국 동북지역을 강타했을 때, 에이비앤비의 커뮤니티에서 수혜자들에게 집이나 방을 무료로 내어 주었던 것을 계기로 시작된 것으로,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 무료로 숙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약과 지급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이는 그루폰의 Top-down 방식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로컬 커뮤니티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수요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확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아태지역 총괄 이사인 올레 러치(Ole Ruch)는 "에어비앤비는 전세계 사람들이 신뢰, 존중, 이해와 공유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독특한 공간을 나눌 수 있는 장터가 되고 있다"며, 2012년 한 해동안 250%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어비앤비는 사용자 커뮤니티 구축과 지역 정보 제공 플랫폼 구축을 위해 네이버후즈(Neighborhoods)라는 기능을 추가 발표한 바 있는 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각 지역 관련 정보와 사진들을 보다 심도있게 제공 받을 수 있으며, 각자의 여행 목표에 맞는 지역의 리스팅 및 숙소, 주변 정보를 연동할 수 있다.
네이버 후즈와 같은 기능은 당장의 수익구조와 현금 보유율에 대한 가치보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여형을 위한 로컬 커뮤니티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야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에어비앤비는 지역의 수많은 로컬 커머스 사업자들과의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 생태계를 자생적으로 구축해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에어비앤비는 유럽 시장을 진출하는 과정에서, Wimdu라고 하는 현지 경쟁 업체의 철학과 전략을 공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역의 경쟁사들의 인수를 거절하였다. 경쟁사들을 인수하며,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유저들과의 신뢰와 로컬 커뮤니티와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전, 국내에서 소개된 '호스트 보호(Host Guarantee)프로그램이 그 예이기도 한 데, 에어비앤비 웹사이트를 통해 숙박을 예약하고 머문 여행객에 의해 발생한 객실 손상을 에어비앤비에서 호스트에게 최고 10억원까지 손해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에이비앤비가 풀어나아가야 할 숙제들도 많다. 최근 뉴욕시 법원은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방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은 뉴욕시민에게 2,400달러의 벌금을 매겼는 데, 불법 호텔을 운영한 혐의라고 한다. 관련 규정이 모호한 가운데, 호스트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애어비앤비 사업의 불안한 요소가 된다.
그루폰과 에어비앤의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각 지역과의 생태계를 구축해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전략의 차이는,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에게도 많은 인사이트를 준다. 단순한 현지화와 로컬라이징을 넘어서, 지역 생태계들과 함께 플랫폼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IPO를 앞두고 있는 트위터의 잭도시는 "우리는 지역 경제의 힘이, 국가의 경제 그리고는 글로벌 경제의 문제를 해결을 도울 수 있다고 근본적인 힘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