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책을 많이 안 읽었는데 짐 콜린스의 ‘Great by Choice’는 즐겁게 읽었다. 그의 책들은 항상 주옥같은 사례와 교훈으로 가득한데, 이번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그가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꾸준한 ’20마일(=32km) 행군’이다.
20마일 행군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 콜린스씨는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아문센과 실패한 스콧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서 잘 설명한다. 1911년 12월 12일, 아문센 팀은 남극에서 45마일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미 춥고 험한 산을 넘어서 650마일 이상 어렵게 왔고, 조금만 더 분발해서 24시간 연속 행군을 하면 한번에 남극점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문센은 무리하지 않고 딱 17마일만 행군했다. 탐험 내내 아문센은 팀원에게 ‘꾸준함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화창한 날씨에도 15~20마일만 행군했고 눈보라가 치는 악조건에서도 마찬가지로 15~20마일을 행군했다.
결국, 아문센 팀은 남극점을 먼저 정복했다. 하루 평균 15.5마일을 이동한 셈이다.
반대로 스콧 팀은 날씨와 조건이 좋은 날은 쓰러질 때까지 행군하고, 악조건에서는 텐트에 남아서 나쁜 날씨만 탓하면서 행군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또한 남극점에 도착했지만, 아문센에게 뒤진 걸 알고 낙심했고 돌아오는 길에 모두 동사했다.
모든 창업자들은 이 ’20마일 행군’의 법칙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짐 콜린스는 수십 년 넘게 성공을 유지하는 위대한 기업 뒤에는 바로 20마일 행군 법칙이 있다고 한다.
2008년 미국에서 뮤직쉐이크 업무를 시작했을 때 최단 시간에 최대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당시만 해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둘러 싸여있으니 난 항상 바쁘고 초조했던 것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음악 분야에 Playlist란 서비스가 있었는데 2006년 중반에 사용자가 50만 명이었는데 2년 만에 2,000만 명으로 3,900%증가했다. 이런 서비스를 보면서 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나는 급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만 찾고 있었다.
하지만 Playlist는 끊임없는 저작권 소송과 경영진 불화로 급격하게 성장한거 보다 더 급격하게 하락했고 적절한 수익 모델을 찾는데 실패해서 지금은 거의 죽은 서비스가 되었다. 반대로 뮤직쉐이크는 아직 살아있고 조금씩, 아주 꾸준히 성장을 했다. 방문자 수는 Playlist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주저앉지 않고 성장해서 회사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급성장보다는 꾸준한 성장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룻밤에 백만 명의 얼리 어답터들이 갑자기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고 해서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돈이 되는 ‘시장’을 찾은 게 아니라는 걸 모두 명심하기 바란다 (물론 페이스북과 같은 예외도 있다).
영화 감독 Woody Allen도 인터뷰에서 “하루에 3~5시간만 일하면 능률이 훨씬 더 오릅니다.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타자기 앞에 앉아 있는 거죠”라고 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루에 20마일만 꾸준히 가자. 그러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한다. 다만, 정상이 어딘지는 정확하게 방향을 알고 가자.
From ‘스타트업 바이블2: 계명 33 – 매 순간 전력질주를 하면 장거리를 못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