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드 #22] 연애의 기술도 진화하는 21세기, 연애 비서 앱 ‘진저’와 함께라면 연애가 쉬워진다
2015년 04월 16일 , 양 이연

영화 허(Her)의 사만다를 기억하는가? 이미 스마트 디바이스와 시리와 같은 인공지능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가볍게 만은 볼 수 없는 영화였다. 현실인 듯 비현실적인 내용이 우리로 하여금 '가까운 미래엔 저런 모습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전혀 시기상조가 아니다. 사만다 같은 인공지능 친구는 이미 개발되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가장 좋은 분석 데이터는 채팅 내용일 것이다. 분석에 용이한 텍스트 형식이며 친밀한 관계에서 오가는, 대화와 가장 비슷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진저(Ginger)는 커플 간의 메시지 내용을 분석해 연애에 관련된 조언을 해주는 연애 인공 지능이다. 연애 비서 앱, 진저를 서비스 하고 있는 스캐터랩(ScatterLab)의 김종윤 대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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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저의 주요 사업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진저는 비트윈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연애 인공지능 서비스다. 로맨틱 릴레이션쉽 어시스턴트(Romantic Relationship Assistant), 연애 비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진저는 모니터링, 어드바이스, 위시리스트, 소중한 메시지 등 300여 가지의 기능이 카드 형태로 제공돼 연애에 관한 분석과 조언을 해준다. 카드 중 ‘모니터링’은 두 사람의 상태와 기분을 파악해서 충고해준다. 예를 들면 “여자친구분이 요즘 야근 때문에 피곤해하시네요. 비타민 음료를 선물해보는 건 어때요?”와 같은 것이다.

‘어드바이스’는 행복하게 오래 연애하는 연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착안해 조언해주는 것이다. “요즘 부쩍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하고 제안을 주고 어드바이스 이후의 대화를 추적해 조언대로 바뀌는지 피드백을 준다.

또 다른 카드인 ‘위시리스트’는 상대방 보낸 “어디 가고 싶다”, “무엇 하고 싶다” 와 같은 메시지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위시리스트에 저장해 주는 것이다. 또 ‘소중한 메시지’는 상대방이 로맨틱한 말을 했을 때 자동으로 저장해주는 기능이다. 예전에 피처폰의 문자 메시지 저장함에서 착안했는데, 저장할 메시지를 직접 고르지 않아도, 진저가 알아서 제안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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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저의 핵심 기술은?

채팅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머신러닝  앞서 말한 카드들은 메신저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분석해서 사용자에게 푸시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채팅 내용 중에서 필요한 소스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 소스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13년부터 카카오톡의 남녀 대화를 분석하는 서비스인 ‘텍스트앳’을 개발하면서 쌓아온 충분한 데이터베이스 때문에 지금의 채팅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각 카드에 해당하는 메시지 내용의 특징과 패턴을 파악해서 판단한 것이다.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메시지 빈도, 메시지 길이, 누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는지 등을 모두 고려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소중한 메시지의 경우, 로맨틱한 메시지를 저장해주는 카드인데 이런 메시지의 경우 많이 사용되는 로맨틱한 단어가 있다. 또 그 이전에 오고 간 메시지와도 상관관계가 있고 텍스트의 길이도 너무 짧지 않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리고 대게 밤에 오고 간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기준으로 ‘소중한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잘못 찾을 수도 있다. 잘못 추천된 메시지를 사용자가 저장하지 않으면 이런 행동도 데이터로 피드백에 활용된다. 진저를 계속해서 학습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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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공학을 활용한 인공지능  이렇게 상태를 분석하고 조언을 해주는 것은 ‘진저’라는 인공지능이 해주는 것이다. 진저를 기획할 때 진저에 귀여움, 다정다감함, 호기심 많음 등의 실제 성격을 부여하고자 노력했다. 진저의 인격은 미국의 만화영화 ‘ 핀과 제이크의 어드밴처 타임’의 비모(BMO)에서 많이 착안했다.

우리는 데이터 분석이나 머신러닝을 활용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머신러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서비스에게 있어서 기술의 가치는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의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요소가 잘 반영돼 경험적인 측면을 잘 풀어내고 한정된 자원을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잘 분배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평균 정확도 80%~ 85%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또 카드마다 목표 정확도도 다르다. 예를 들어 상대방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려주는 카드는 틀리면 절대 안되는 카드다. 이런 카드의 경우 에러가 나지 않게 푸시를 주는 기준을 높게 잡는다.

그렇다 보니 알고리즘이 틀렸을 때 치명타가 커서는 안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진저의 성격이다. 진저가 틀린 분석이나 제안을 해도 그냥 넘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진저의 성격은 귀엽고 어린 친구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진저가 틀려도 “귀여워” 하고 넘길 수 있는 것이다.

- 경쟁사가 있다면?

채팅을 분석해서 서비스화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보지 못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메신저 회사가 나서야 하는데 직접 하거나 데이터를 오픈한 사례가 잘 없다. 데이터 표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채팅 분석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연구 쪽에서는 채팅 데이터를 활용한 감성 분석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 아직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 먼저 시작했다는 것이 우리가 갖는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분석하는 곳은 꽤 있지만 아직 그 분야는 표면적인 의미만을 분석하기 때문에 우리와는 전혀 다른 분야라고 본다. 실제로 불특정 다수를 위해 포스팅 하는 말과 채팅에 담겨있는 말은 그 내용의 폭이나 깊이,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

- 향후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예정인가?

더 다양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진저  더 많은 상황을 인지해서 각각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고도화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GPS 정보를 통합하여 날씨와 관련해서 일주일 중 데이트하기 좋은 날을 추천해 주는 것 같은 것이다.

더 장기적으로는 같은 연인 간의 큰 행사를 진저가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결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프로포즈를 한다고 바로 부모님께 전화해서 알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저가 가장 먼저 알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결혼 업체보다 더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다.

-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언어와 메신저의 확장  언어의 확장과 메신저의 확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메신저와의 협업을 통해서 연인을 위한 서비스에서 넘어서서 더 다양한 관계에 서비스하고 싶다. 영어, 일본어 등 다른 언어로도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다.

새로운 언어로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데이터베이서의 설정 등은 변해야 하겠지만 큰 구조는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비트윈을 사용하고 있어서 비트윈의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을 시작할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영어도 페이스북 메신저의 경우 메신저를 플랫폼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서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왓츠앱과 함께 북미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다. 페이스북의 경우 API도 공개돼있다.

- 테크 스타트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기술 관련 백그라운드 없이 시작한 테크 스타트업이어서 공부하며 기술을 개발했다. 사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실제 개발하는 것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공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것을 참고해서 공부하면 된다’하는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한 것 같다. 텍스트앳을 시작한 2010년에는 머신러닝과 빅데이터의 개념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조언이나 정보를 얻는 것은 더 힘들었다.

또 기술 관련 백그라운드가 없다 보니 같이 일할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도 데이터를 분석할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주변의 지인들은 이쪽 분야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인재를 만날 수 있는, 다같이 모여서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공유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테크 스타트업이 더 생기기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를 받거나 지원을 받아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지원사업을 받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제약이 생기곤 한다. 물론 같이 잘 됐으면 하는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을 믿고 어느 정도 자율성을 주고 지켜봐 줬으면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가 보는 진저는?

텍스트 분석, 감성 분석은 이미 꽤 성숙한 기술 분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텍스트 분석은 어떤 종류의 텍스트냐에 따라 분석의 성격과 방법이 완전 달라질 수 있다. 최근까지 이슈를 받은 텍스트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데이터다. 하지만 카카오톡, 왓츠앱 등 메신저가 모바일 플랫폼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채팅 데이터 분석에 대한 중요도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학계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채팅 데이터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분석이 되어 있지 않다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스캐터랩이 확보하고 있는 모바일 채팅 데이터에 대한 분석 기술과 경험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거라 본다. 다만 비트윈 이외의 다양한 메신저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가 관건인 듯싶다. 그리고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연애 관계 이외의 콘텍스트를 추출해내야 할 수 있는데 이런 방향에 대해서도 미리 기술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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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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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이연
비부스터 6기로 활동하는 양이연입니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알아 갈 예정입니다. 기자가 되어 글을 쓰게 된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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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ㅇ
ㄴㄴㅇ
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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