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선데이토즈를 찾아라!"
최근 '애니팡'의 선데이토즈가 상장에 성공하고 게임주를 평정하면서, 각종 벤처캐피털과 대형 게임사들의 이목이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에게 집중되고 있다. '내일의 국민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건 모든 개발사의 바람이지만, 모두가 그 왕좌에 앉는 것은 아니다.
게임 스타트업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과 생각, 그리고 고충은 무엇일까. 네오위즈 산하의 인큐베이팅 공간인 네오플라이에 입주해 있는 4개의 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이야기가 담긴 게임을 만드는 '가치온 소프트'의 이규호 대표와의 유쾌한 대담으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안녕하세요, 가치온소프트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합니다.
가치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현재는 네오위즈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네오플라이 센터에 입주해 열심히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강원도 삼척 출신 게임 회사, ‘가치온 소프트’
그들은 왜 삼척에 내려갔을까?
특이하게도 강원도 삼척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게임과 삼척,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데 말이예요.
2009년부터 준비한 관광관련 특허 2개가 등록되면서, 2011년에 고향인 삼척에 내려가 지자체에서 하는 관광 홍보와 연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어요. 보통 지자체에서 관광지 홍보를 위해 최소 연간 3천 만원 정도를 쓰는데, 방식이 다 지하철 광고처럼 천편일률적이었어요. 스마트 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비즈니스 기회를 봤죠.
관광과 관련된 게임이라니 재밌네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저희가 당시에 만든 것은, 각 지역의 특색있는 놀이문화를 스마트폰 게임으로 가상 체험하는 게임이었어요. 또 GPS 자동 실행 시스템을 통해 특정 지역에 가면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거나 고성의 공룡발자국을 따라 실물 크기의 공룡도 관찰할 수도 있었죠. 보통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관광지에 아주머니들을 모시고 오면, 지자체에서 일종의 홍보 비용으로 돈을 드리거든요. 저희 게임과 연계하면 삼척시에서는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독특한 콘텐츠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길거라고 생각했죠.
사업이 난항을 겪은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저희를 서울에서 다 실패해 귀향한 사람들인 줄 아셨대요.(웃음) 지자체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죠. 정장 차려 입고, 서류 가방 들고 가서 이야기를 하니까 서울에서 내려와서 지자체에 헛바람 넣는 사람으로 오해하셨어요. 세상의 관광 서비스를 단박에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말짱 헛것이 되어 버리니까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죠.
이후 직원들 월급을 못 줄 정도로 어려워졌다고 들었습니다.
계속 사정이 어려워졌고, 결국 개인 신용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어요. 원래 4억을 투자해주기로 했었던 회사에서도 첫 1억 이후의 나머지 3억을 지급 해주지 못하는 등 복잡한 일도 얽혀 있었죠. 다행히도 네오플라이에 입주하면서 네오위즈가 구주 매각을 해주시면서 재정적으로 안정을 찾게 됐어요. 2011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삼척에 있는 동안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걸 계기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은,
스토리가 있는 풀 3D 스케이드 보드 레이싱
우여곡절 끝에 네오플라이에 입주하셨는데, 지금 개발 중이신 게임이 궁금합니다.
현재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익스트림버트(가제)라는 풀 3D 캐주얼 게임이고 또 하나는 풀 3D 호러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익스트림버트는 인간 대신 위험한 스포츠에 참여하는 휴닛(Human+UNIT)이라는 피규어를 조종하는 스케이드 보드 경주 게임입니다.
‘다함께 차차차' 같은 레이싱 게임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기존 캐주얼 레이싱 게임과의 큰 차별점은 게임 안에 이야기가 녹아있다는 점입니다. 게임의 시나리오 속에서 한 박사가 등장해요. 엑스 스포츠 게임(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극한 스포츠)에 무리해서 참가했다가 하반신 불구가 된 사람이죠. 이 사고로 아이들이 재미있고 안전하게 엑스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휴닛이라는 피규어를 만들게 됩니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많은 만화들처럼, 아이들이 스케이드 보드 게임을 하며 그려나가게 되는 성장 스토리가 게임의 배경이 됩니다.
가치온소프트 게임의 강점은 ‘스토리텔링’
호러 게임 기획을 위해 폐교에서 한달 간 살기도
스토리텔링이 강점이라고 하셨는데, 특별한 배경이 있다면
특별한 백그라운드는 없고, 원래 글 쓰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우연치 않게 2007년도 KBS에서 하는 근로 문학제에서 ‘자기야 사랑해’라는 스릴러 물로 극본상도 수상한 적이 있고요.(웃음) 예전에 ‘손노리’라는 게임사에서 기획 일을 맡고 있었는데, 당시 회사 주력 게임이었던 호러 게임의 속편을 만들기 위해 혼자서 강원도에 있는 폐교에서 한 달을 지낸 적도 있어요.
정말 특이한 경험을 갖고 계시네요.
당시에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았어요. 페교 이름도 하필이면 기곡 국민학교였는데(웃음). 한 여름에 텐트 치고, 인터넷도 안되는 곳에서 여섯 번이나 데모수정을 하면서 게임 기획을 했죠. 눈 앞에 청소도구함이 보이면 ‘청소도구함에서 귀신이 튀어나온다.’라는 시나리오를 쓰는 식이었어요.(웃음) 기본적으로 게임에 스토리를 녹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대표님의 성향이 팀 색깔에도 그대로 녹아있네요.
사업 초기부터 저희 팀은 스토리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단기 목표를 계속 세워왔어요. 게임 대회에서 상을 수상하기도하고, 중간중간 소기의 성과들도 있었죠. 현재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도록 팀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도, 팀원들 모두가 저의 이 ‘스토리텔링’이라는 강점을 믿고 따라와줬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상태에서 10년 간 팀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팀원들이 2004년부터 게임 학원 선후배로 만나 오랜 세월 함께 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강점입니다.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 다른 직업을 가졌던 적도 있었는데, 그 때에도 나중을 위해 각자 공부할 것들을 정해 놓곤 했었어요. 네오플라이에 입주하게 된 것도, 팀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던 것처럼 ‘스토리텔링’이라는 강점에 대한 확신, 그리고 팀원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타로 점을 믿고 여태 남아있는 친구도 있고요.(웃음)
점점 더 심화되는 모바일 게임 시장,
유행을 쫓지 말고, 강점을 찾아 집요하게 매달려라
치열한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게임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유행을 쫓지 않고,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현재 풀 3D 게임을 개발 중에 있는데, 2011년부터 한눈 팔지 않고 노력한 결과 노하우가 쌓여서 저희 팀의 강점이 됐습니다. 자신도 없는 2D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면, 현재 고퀄리티 미들코어 게임이 큰 이슈가 된 이 시장에서 투자를 받지도 못했을거예요. 트렌드를 쫓더라도, 반드시 그 가운데 자기 팀만의 강점 요소를 찾고 거기에 집요하게 매달리세요.
다른 분야랑 다르게, 게임 스타트업은 대기업 인수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국내 게임 스타트업의 역량은 어느 수준이라고 보시나요.
수준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외국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반면 국내에서는 시장에서 유행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점이 아쉬워요. 아까 말했듯 미들코어 게임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지금까지 다 캐주얼 게임만 개발해왔기 때문에 인수할만한 스타트업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시장의 유행에 초점을 맞추는 것 보다는, 세상을 바꾸고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은 추후에 훨씬 더 투자나 인수의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카톡 생태계에 잠겨있다는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게임사들이 카카오톡과 제휴를 맺는 것이 결국 모두 마케팅 때문인데, 요즘엔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많이 생겼습니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고, 팀 역량이 충분하다면 앞으로는 굳이 카카오톡에 기대지 않고도 자체 서비스를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긴 인터뷰 감사합니다. 가치온 소프트의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을 2014년 여름에 론칭할 예정입니다. 별개의 게임 간에 그래픽 컨셉을 연계시켜서 2015년 까지 개발 라인업이 갖춰져 있는 상태입니다. 좀 더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이니,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