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의 이동'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은 최근 머니 투데이의 '대한민국 대표 선배가 88만원 세대에게'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본인의 성공 비결을 '올드보이'와 '피카소'라고 밝힌 바 있다.
김범수 의장은 "영화 '올드보이'를 보면 15년을 가두잖아요. 최민식이 '어떤 놈이 대체 날 가뒀나' 고민하고 관객들도 그 느낌을 쫓아가죠. 하나씩 비밀이 풀어지니까 '저래서 가뒀구나' 하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나 싶었는데 유지태가 딱 한마디합니다. '당신이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만 찾을 수밖에 없다'고. '왜 가뒀나가 아니라 왜 풀어줬나가 올바른 질문이다'고 말이죠. 거기서 땅 때리는 느낌을 받았어요."라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정의하는 능력을 강조하며, 리더의 능력은 답을 찾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할 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또한 김범수 의장은 남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서 세계 최고가 된 피카소의 예를 들며,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의 이동'을 강조하고, 이를 내재화하고 습관화하여, 경쟁력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이 강조한 올바른 질문을 위한 관점, 즉 '프레임'은 한 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라 할 수 있겠다.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굳이 한국의 고질적인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한국의 젊은이들은 훌륭한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에 평생을 바치지,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프레임과 관점을 이동, 스스로 주인으로서 사유 하며 문제를 인지하고 정의하는 훈련에는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정답'이라 불리우는 결론을 향한 연역적인 탑다운(Top-down)방식에 길들여져 있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 올바르게 문제를 인지하고 그에 따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과 시행착오의 과정을 밟는 것은 여전히 체화되지 않은, 생산성이 의심되는 '로드맵'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창조의 DNA에 주목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과정에 다름없다. 그렇다면 당신의 내면의 철학과 가치에 기반한 프레임을 구축,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발견하는 과정은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작업이라 볼 수 있겠다.
상자 밖 사고(Out of Box thinking)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0년 작품 인셉션의 마지막 장면의 넘어질 듯 돌고 있는 팽이(극중 코브 부인의 토템이기도하다)는 감독이 작품 전반에 제기한 꿈과 현실에 대한 그만의 프레임을 응축하여 보여준다.
대부분의 관객은 팽이가 넘어질 것인가? 아니면 계속 돌 것인가? 에 집중하며, 극중 코브가 돌아온 곳이 현실인가? 꿈인가? 에 대한 단편적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꿈과 현실에 대한 프레임은 한 단계 너머에 있었다.인센셥에서 깨어날 때 사용된 에디뜨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를 영화 전체의 엔딩 뮤직으로 사용하며, 꿈 혹은 현실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 속의 관객에게 "꿈에서 깨어나라, 당신은 이제 하나의 현실만 있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자 밖 사고(Out of Box thinking)는 역설적으로 당신의 프레임을 더욱 견고하고 입체적으로 조직화 시킨다. 스타트업 역시, 자신의 서비스와 고객에 대한 확신이 당신 안에 갇혀진 프레임에 의한 착각은 아닌 지 지속적으로 객관화하여 관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문제의 정의[WHY]과 상자 밖 사고[Outofbox thinking] 중심의 프레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사례와 논점들을 살펴 보았다. 이외에도, 스타트업에게는 현재와 실행(Present&Action) 중심, 그리고 고객 및 파트너의 자발적 에너지를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생태적(ECO) 프레임 또한 필요하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프레임에 자신만의 고유성을 담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감정수업'의 저자 강신주 박사의 '인문정신'에 대해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입니다. 그렇습니다. 인문정신을 회복하는 순간, 우리는 정치가나 자본가 혹은 멘토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문정신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우리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스스로 주인으로 사유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은 용기가 있는가? 당신은 주인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힘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