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고문을 맡으며 주목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파운트'는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사용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는 기업 간 사업(B2B) 모델을 통해 국내 다수의 은행 및 증권사 상품에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저비용으로 누구나 최고의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할 것
파운트가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 빅데이터를 사용한 알고리즘으로 시장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다. 장기적으로는 웹·모바일 앱을 활용한 서비스의 접근성 확대와 낮은 수수료·가입 금액을 통한 자산관리의 대중화로 '모두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흔히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라고 하면 투자를 진행할 타이밍을 예측해 준다거나 대박이 날 종목을 추천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운트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사용자에게 맞춤화된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을 통해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발생할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파운트의 김영빈 대표는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을 보고 파운트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고성장하던 국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15+%의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를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펀드(active fund)형 스타 플레이어들이 투자를 주도했다. 한 예로 파운트의 전략 투자자이자 고문인 짐 로저스가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설립한 '퀀텀펀드(Quantum Fund)'는 한때 4,20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 한 바 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는 스타 플레이어나 액티브 펀드 운용사들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를 겪기도 했고 장기적으로 고성장을 내는 사업들이 자취를 감추며 워런 버핏마저도 쉽지 않은 시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속해서 글로벌 경제의 성장성이 떨어지게 되면서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인해 4~8%대의 시장 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분산 투자하는 패시브(passive) 형태의 자산 운용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 시장을 미국의 뱅가드(Vangurd)와 블랙록(BlackRock) 같은 회사들이 주도하게 되었다. 특히, 자산 운용에 대한 사용자의 비용 민감도가 커져 저비용 구조를 구축한 회사들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게 되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술에 의한 저비용 구조 구현을 촉진했다"며 로보어드바이저가 미국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 자산관리를 받는 이들은 자산 5억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가 대부분"이라며 "파운트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저비용 구조, 접근성, 투명성 구현을 통해 누구나 최고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자산관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
김 대표는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평균 60% 이상으로 성장 중이다. 컨설팅 전문 회사 맥킨지와 AT커니는 현재 미국 자산관리 시장 1경 8천조 원 중 1.5%를 차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담당 비율이 향후 2020년까지 약 7%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수적인 전문가들도 로보어드바이저 담당 비율이 4년 안에 최소 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한편,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선두 기업인 웰스프론트(Wealthfront)와 베터먼트(Betterment)가 제공하는 수익률은 S&P 500(주가지수) 즉 시장 평균 수익률 대비 낮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그런데도 사용자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고객들이 이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 포트폴리오 상품의 '확정 수익률'을 펀드 상품에 적용한다면 상위 5% 이상의 성과와 비슷한 셈이다. 또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수익률의 변동성이 작다는 것이다"라고 로보어드바이저의 특성을 설명했다.
분산 투자 개념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적인 자산 증대를 경험한 이들은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3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할 당시 미국 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보고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예측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수요가 바탕이 되는 시장 기회뿐 아니라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으로 연결되는 가치의 측면을 보았다. 즉 지금의 30대는 자산관리를 받지 않으면 나중에 은퇴 2~30년 이후인 8~90세 때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때가 되면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더 늘어 인구 구조상 국민연금이 멈추게 돼 자산관리가 선택이 아닌 시대가 왔다는 것. "지금도 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가고 있고 이는 계속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은행에만 돈을 맡겨 놓는 사람은 노후대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의 원리
"어떤 투자 상품의 가격이 오를지 또는 내려갈지, 즉 다음을 예측하는게 '시스템(알고리즘) 트레이딩'의 분석 목표다. 하지만 웰스프론트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버튼 말키엘(Burton Malkiel)도 그의 책 '랜덤워크 투자(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를 통해 '과거 주식의 움직임이 미래 주식의 움직임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이론을 밝혔듯 과거의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를 만들어낸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자산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에 있다"고 김 대표가 설명했다.
즉 어떤 비율로 각각의 투자 요소를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데, 이를 돕는 최적의 시스템이 로보어드바이저라는 것이다.
그는 "이전 자산관리를 담당해온 프라이빗뱅커(PB)들이 주식, 채권, 대체투자 상품을 적당히 배분해서 포트폴리오 구성했다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팅 기술을 통해 많은 양의 데이터를 훨씬 더 정교하게 분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모든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금융 공학적으로 계산·분석해 최적의 조합(포트폴리오)을 만들고 시장 변화 패턴을 읽어 포트폴리오 비율을 최적으로 재조정(리밸런싱)하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는 ISA와 같은 장기 상품에 적용되어 상품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현재의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투자의 형태는 안정적이며 꾸준히 오르는 것이다. 즉 사용자는 대박이 아니어도, 자산 증대 그래프의 기울기가 설사 낮아진다 하더라고 투자한 원금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산 불려서 노후에 안정적인 자산을 마련하는 것을 원한다. 특히 현재의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을수록 평균 4~8%의 수익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자산 증식에 더 효과적이다"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파운트는 IBK기업은행과 협업해 지난 4월 로보어드바이저가 적용된 ISA 상품을 출시했으며, 우리은행과 베타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또 ISA 상품 등 은행과의 협업을 통한 B2B 솔루션 제공 이외에도 향후 규제 개선에 따라 개인 사용자를 위한 자문형 상품 등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국내에서의 투자 및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과 비슷한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 중이다.
컴퓨터를 통한 알고리즘 투자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짐 로저스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대중화를 통한 다수의 혜택'으로 설득해 파운트의 투자 고문으로 영입한 김영빈 대표가 앞으로 '모든 사람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자'라는 미션을 사업을 통해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