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발걸음, 그 신념의 도약
2014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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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을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보신 분들은 영화 막판에 다음 장면을 기억하실 거다. 최후의 성전이 보관된 요르단 페트라 사원에 인디아나 일행은 도착하지만, 성배를 찾기 위해서는 3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중 마지막 관문은 성배가 있는 건너편 계곡으로 가는 건데 여기서 인디아나 존스는 신에 대해 믿음, 아버지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눈을 꽉 감고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몸을 맡긴다. 떨어질 것만 같던 계곡에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다리가 있었고, 인디아나 존스는 무사히 이 다리를 통해서 성배가 안치된 곳으로 갈 수 있었다. 바로 ‘신념의 도약 (The Leap of Faith)’ 이었다.

인간은 본능에 따라 구속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남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막상 편하고 안정적으로 일하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나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을 극복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 또한 그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그런 상황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마치 위에서 말한 인디아나 존스가 바닥이 보이지 않던 컴컴한 계곡으로 첫발을 내 디미는 힘든 결정의 순간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나한테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신념의 도약’의 순간을 공유하자면, 2008년도에 잘 다니던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을 그만두고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LA로 이사 가서 벤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냐 결정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일단 나는 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MBA 2년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 머나먼 미국땅으로 왔었다. 또한, 더는 혼자가 아니라 이제는 가족이 있었고, 결혼과 함께 새로운 처가(extended family)의 구성원이 된 상태였다. 잘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우는 이유에 대해서 가족들한테는 뭐라고 설명할 것이며, 이 행동을 어떻게 스스로 정당화할 것인가.
당시 내 심정을 나는 내 책 「스타트업바이블」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출발을 미국에서 혼자 운영하라니,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실패에 대해 두려움이 본능처럼 나를 엄습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만 졸업해도 앞으로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굳이 불 속으로 뛰어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내와 부모님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께는 대체 뭐라고 말씀드린단 말인가.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결정을 미루고 또 미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뮤직쉐이크를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여전히 찾을 수 없었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기회를 포기한 것에 대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하고 몇 번이고 자문했지만, 그때마다 대답은 ‘No’였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내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열병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온 것인지도 몰랐다.

2008년 2월 20일, 나는 와튼 스쿨에 휴학계를 냈다. 그리고 범죄의 도시 필라델피아를 떠나 햇살이 쏟아지는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뮤직쉐이크의 미국 지사를 차렸다.

이 글을 어떤 분들이 읽는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짐작하건대 그중 많은 분들이 내가 몇 년 전에 했던 고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남을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창업을 하고는 싶지만, 막상 이런저런 계산을 해보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갈등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분들이 어디 있겠나. 그런 분들을 위해서 내가 여기서 말하는 ‘첫 번째 발걸음’을 내 아주 위해서 스스로 확인해야 할 것들을 몇 가지만 간단하게 공유해본다:

1. 후회 비용 - 경제학에서 우리는 기회비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MBA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2억 원이라는 등록금이 필요한데, 실제 비용은 그 이상이다. 왜냐하면, 2년 동안 MBA를 하지 않고 직장에서 일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우리는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후회 비용은 “내가 지금 창업을 하지 않고 그냥 직장 생활을 하면, 10년 후에 나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그리고 그때 가서 후회하는데 소모되는 내 정신적 스트레스가 (비용) 그동안 내가 벌 수 있었던 연봉과 직장생활에서 얻는 만족감/후회가 보다 더 클까 또는 적을까?”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질문을 스스로 했을 때 과연 내 대답은 어떨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나의 경우, 결론은 너무나도 뻔했다. 나는 후회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나도 싫어했으니까.

2. 가족들의 동의 - 싱글이라면 상관없지만 처자식이 있다면, 이 첫 번째 발걸음을 내 아주 전에 반드시 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부인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간혹, 주위에 미혼남녀가 “부모님이 반대하셔서요….”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부모님이 반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을 부모님 탓으로 돌리는 거겠지. 나 또한 결정을 하기 전에 부인한테 100% 허락과 동의를 받은 후에 움직였다. 뭐 반대했어도 어떻게 해서든 설득을 했겠지만. 가족도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사업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창업도 좋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거는 가족이라는 걸 잊지 말자. 가족을 불행하게 만드는 결정은 안 하는 게 좋다.

3. 솔직해지기 -MBTI란 성격유형검사가 있다. 많은 기업에서 필수적으로 시키는 테스트인데 나도 두 번 한 적이 있는 거 같다. 이 테스트를 하면서 내가 느꼈던 거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자신의 성향을 정확하게 기재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성향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내성적인 사람은 테스트의 결과가 외향적인 성향이 나올 수 있도록 성향을 기재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솔직히 이런 테스트야 거짓말을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신념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한테 1,000% 솔직해 져야 한다. 과연 내가 이걸 할 자신이 있을까? 그리고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죽을 각오로 덤빌 준비는 되었는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냉정하고 솔직하게 물어봐야 한다.

4. No room for Plan B - 많은 사람이 일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혹시 이게 안 되면’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plan B를 항상 만들어 놓는다. 물론, 일이란 게 하다 보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차선책을 마련해 두는 건 훌륭하고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차선책은 도움보다는 방해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차선책이 있다는 걸 알면 반드시 그 차선책 쪽으로 발걸음을 향하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워튼에서 MBA 한 학기를 하면서도 이런 성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었다. 많은 젊은이가 MBA 학위를 취득한 후에 경력을 바꾸고 싶어한다. 전직 엔지니어들은 졸업 후 월가에서 투자은행가나 경영 컨설턴트를 꿈꾸는 이들도 많았는데, 이들의 경력 전략을 보면 “금융이나 컨설팅을 하고는 싶지만, 나는 그쪽 경험이 없으므로 혹시 나중에 인터뷰해서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차선책으로 다른 IT 회사랑 인터뷰해야지"인 경우가 매우 많다.

내가 장담하건대 이런 친구들은 모두 본인들이 원하는 금융이나 컨설팅보다는 차선책의 직장을 얻게 될 것이다. 인간은 항상 더 편하고 수월한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5. 계산은 금물 -  이걸 하는 게 과연 맞을까 하면서 비용 대비 효과와 같은 이런저런 계산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계산은 절대 금물이다. 왜냐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 건 수학적으로 절대로 계산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친 짓이고, 결과는 항상 “그냥 현재 다니는 직장이나 잘 다니자”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그냥 지르는 수밖에 없다. 하느님을 찾던, 부처님을 부르던 신념을 지녀라.

영화 “인디아나 존스3: 최후의 성전”의 결말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결국 성배를 찾지만, 유감스럽게도 집으로 가지고 오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성배를 찾는 과정에서 성배 그 자체보다 더 갚진 경험과 재산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위에서 말한 오랫동안 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그리고 신에 대한 경외심 등이 그런 것이다. 그럼 나는?

인디애나와 마찬가지로 나도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와튼을 휴학하고 뮤직쉐이크를 시작한 게 과연 잘한 결정인지를 스스로 물어본다. 그때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고 MBA를 취득했다면 지금쯤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어딘가에서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겠지. 지금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결국엔 윗사람들 뚜껑이나 하면서 시키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남들이 그려놓은 시작점과 결승점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물론, 지금으로써는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마도 한 10년 후에나 알게 되겠지. 중요한 거는 현재 나는 나의 선택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걸 모두에게 해보라고 당당하게 권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창업함에 있어서는 첫 번째 발걸음이 - the first step- 가장 두렵고 힘들다. 하지만 일단 첫걸음을 내 뒤면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그 이후의 걸음들은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이다. 아니, 힘들더라도 계곡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계속 앞으로 나갈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던,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그 첫 번째 발걸음을 질러라. 그리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인디아나 존스와 같이 신념의 도약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ditor's Note: 본 아티클은 필자가 지난 2011년 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글 속에 담긴 인사이트의 가치는 여전하고, 모든 첫 걸음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분들과 용기와 힘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비석세스 편집부의 에디팅을 거쳐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발행함을 알려드립니다. 

원문출처: http://www.thestartupbible.com/2011/06/first-ste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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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이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한국어, 영어 및 서반아어를 구사한다.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은퇴 후 서핑을 하거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전향하려는 꿈을 20년째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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