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운전하다가 난폭운전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난폭 운전자의 보험료를 함께 내주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더 얘기를 이어가기 전에 자동차 보험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보험사 수익구조
자동차 보험사 수익구조의 가장 기본은 보험료와 손해율입니다. 사람들이 낸 보험료 중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부분을 빼고 남는 것이 이익이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인당 보험료를 높이거나 손해율을 낮추면 됩니다. 하지만 당연히 이것이 생각처럼 쉬운 얘기는 아닙니다. [1인당 보험료*(1-손해율)*가입자 수]로 총이익이 결정되는 만큼 가입자 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물론 실제 총이익에는 그 외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입자격을 더 엄격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가입자 수가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료를 높이면 가입자 수가 하락하는 것은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겠죠.
물론 손해율은 가입자격 심사 외에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4년의 한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10월에는 9월보다 손해율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유가 하락과 단풍놀이로 인해 자동차 운행량이 증가하리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최근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손해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2016년 4월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개정된 조항 중 한 가지를 예로 들면 '가벼운 사고 시 수리비의 현금 지급 불가'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가벼운 사고 시에 수리를 꼭 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상을 받고 향후 같은 파손부위에 대해 이중으로 청구하는 일종의 보험사기가 빈번했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손해율도 하락하게 된 것이죠.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낸다?
보험 가입자들이 운전을 덜 하거나 안전하게 해서 사고가 덜 나고 법대로만 보험금을 받아간다면 손해율을 낮출 수가 있고 보험료도 낮출 수 있습니다(또는 보험사가 마케팅비를 늘리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더 많이 남기겠죠). 하지만 우리 모두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운전을 위험하게 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보험금을 더 높게 책정하고 안전하게 하는 사람에게는 보험금을 더 낮게 책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즉, 각 집단의 '기대손해율'에 따라 보험금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죠. 이상론 같지만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시도되고 있는 모델입니다. 현재 자동차 보험은 가입자의 연령, 성별, 사고경력, 자동차 배기량 및 모델 등을 바탕으로 요율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운전 습관이나 운전하는 빈도를 측정해서 보험료율에 반영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UBI(Usage Based Insurance) 또는 PHYD(Pay-How-You-Drive)라고 부르는 보험 프로그램인데요, 말 그대로 얼마나 많이 운전하는지 어떻게 운전하는지에 따라 보험금을 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보험 상품을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는 '마일리지 특약 상품'도 같은 원리입니다. 덜 운전하면 사고날 가능성도 작고 그러니까 보험료를 덜 내라는 것이죠. 실제 운전습관까지 추적하고 평가하는 UBI 보험 상품도 이미 많은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운전습관이 얼마나 손해율을 잘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보험료율과 관련된 정부 규제가 얼마나 풀릴 것인가 하는 문제까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루빨리 상품화되어서 자신에게 더 적합한 보험요금을 내고 또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UBI 보험 상품이 시장에 정착하는 것이 먼저일지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대중화되는 것이 먼저일지하는 걱정도 들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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