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실리콘밸리] 투자자의 고민 (7)
2014년 01월 24일

G. 이사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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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벤쳐스(Alma Ventures)의 주요거래조건(Term Sheet)을 받아들이고 승인하기 위해 이사회가 모였다. 물론 이미 전화로 이메일로 내용은 다 알고 있고, 어느 정도 개개인의 의견이 피력된 상태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1:1로 이야기할 때와 다 같이 모여서 의견을 정리할 때는 조금은 다른 형태의 역학관계가 발생하기는 한다. 어쨌든 의사결정은 단순하다. 1) 알마 벤쳐스의 2천 만 달러(한화 약 215억) pre, 백 만 달러(한화 약 108억) 라운드 주요거래조건을 받을 것이냐, 2) 그냥 기존투자자들끼리 라운드를 구성하느냐 (insider round), 3)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다른 투자자를 더 기다려 보느냐.

일단 3안인 더 기다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현금이 30~45일 정도 지속할 수 있는 수준밖에 남지 않았다.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기 시작해서 투자금이 납입되기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없다.

(2)안인 기존투자자 라운드는 투자자들간의 서로 다른 의견과 투자자의 펀드 파트너십내에서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파트너십에서는 외부 투자자가 회사에 대해 다시 평가해 주기를 원하고, 회사의 가치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펀드 성과 및 파트너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도 기존투자자들끼리 천 만 달러를 모으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적게 모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면 회사는 몇 개월후에 다시 펀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므로, 회사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남은 안은 (1)안이다.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다른 안이 없다. 나름 위로를 삼는다면 회사가 성장하는 중간중간의 가치라는 것은 펀드 재무제표상에 나오는 미실현손익이다. 결국, 투자의 성과는 매각시점에서 회사의 가치에 자신의 지분율을 곱한 금액이다. 이번에 다운라운드(downround, 투자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펀딩을 받는 것)가 되던 회사를 믿고, 지분율을 지킬 수 있으면, 성과함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알버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리톤 벤쳐스(Lytton Ventures)의 잭이다. 잭은 올해 초부터 회사 사업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었고, 회사의 경영진과도 줄곧 편안하지 못한 관계에 있었다. 특히 리톤 벤쳐스의 파트너십내에서도 비오버그(BeeOrBug)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알버트의 불안한 예상대로 잭은 이번 라운드에 리톤 벤쳐스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즉, 페이투플레이(Pay-to-Play)를 그냥 당하고, 리톤에서는 비오버그를 내부적으로 감액하겠다는 의사결정이다.

하지만 이사회 멤버로서 잭은 알마 벤쳐스의 주요거래조건에 대해 승인 표결을 던졌고, 투자자로서 리톤 벤쳐스는 반대표결을 던졌다. 잭은 리톤 벤쳐스를 대표해서 이사회에 참여했지만, 이사회 멤버로서의 선관의무 (fiduciary duty)에 따라 회사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표결한 것이다. 알버트는 이런 경우를 가끔 봤다. 어찌보면 황당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잭은 표결이후 곧바로 이사회에서 사임한다고 밝혔고, 이사회 사임을 서면으로 이사회에 제출하였다.

이제는 알마 벤쳐스에게 천 만 달러가 아니라 820만 달러(한화 약 88억) 정도로 펀딩하는 조건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남았다. 리톤이 라운드에서 빠져서 최소조달금액기준을 못 맞출게 되어 조정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밀턴 벤쳐스(Hamilton Ventures)의 제이콥은 알버트 보다 더 긍정적이다. 만약 알마에서 조달금액을 조정해주지 않으면, 자신들이 리톤에게 할당된 180만 달러(한화 약 19억)까지 더 할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회사에 대한 강한 믿음일수도 있고, 의리일수도 있고, 아니면 막무가내일수도 있다. 어쨋든 라운드는 진행될수 있게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ditor’s Note: 실리콘벨리에서 벤처케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이호찬님은 많은 이들에게 실리콘밸리와 그 안에서 호흡하는 VC의 일상을 보다 상세하고 현장감있게 전달하고자, 실리콘밸리와 투자자의 이야기를 소설(픽션실리콘밸리) 형태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호찬님의 픽션실리콘밸리는 beSUCCESS에서 주 1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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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han Lee is Managing Director of KTB Ventures. He focuses on investments in the areas of information technology, digital media, entertainment and consumer service. He has led more than 15 investments in the United States, and has actively participated in cross-border business development efforts between Korean companies and portfolio companies. (lee.ho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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