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고민 (1)
A. Throw Good Money After Bad
VC 업계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접점에 있고, 경력이나 학력 모든면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이는 분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VC를 하는 사람들이 매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시점이 되면, 잘못된 투자의사결정을 했을리 없다는 방어기재, 자신의 투자기업에 대한 비이성적 믿음, 자신의 VC 파트너십내에서의 위치, 벤처 업계의 명성 등등 여러 생각들이 맞물리면서 망해가는 회사에 지속적인 후행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VC 업계에서 종종 “Throw good money after bad”이라고 한다.
VC가 파트너십이라는 측면은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 즉, 해당 투자회사의 담당 파트너가 점점 비이성적이 되어갈때 이를 견제해주고, 정신차리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이사회멤버를 교체해 VC내 다른 파트너가 이사회로 참여한다. 물론 또 담당 파트너를 교체했을때의 문제는 종종 자신이 투자를 리드하지 않은 딜에 대해서는 보다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실리콘밸리내 많은 VC들이 남이 투자해도 자기 투자인 것 처럼 생각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최소한 제도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누가 딜을 주도했든지 성공과 실패를 파트너십내에서 공유한다.
알버트는 BeeOrBug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리저리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았다. 만약 down round가 된다면, 어느 정도 투자를 해서 지분율을 유지해야 할지, 만약 pay-to-play 상황이 된다면 후행투자에 참여해서 우선주 권리를 지켜야 할지, 만약 recap이 된다면, 이 회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만큼 이 회사의 미래가치가 명확한지 등등을 고민하였다. 알버트가 파트너로 있는 Palo Alto Partners의 월요일 파트너십 미팅에서도 알버트는 다른 파트너들에게 현재 펀딩 상황에 대해서도 업데이트를 하고 발생가능한 시나리오에 따라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물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plan for the worst, hope for the best” 이다.
B. Plan for the Worst
미국 벤처 회사의 많은 경우가 – 특히 일반 소비자향 사업은 더욱더 – 성장 지향적인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즉, 당장의 수익 모델은 잘 모르겠거나 수익성은 떨어져도, 많은 트래픽을 끌어오고 해당 분야에서 반향 (buzzword)을 일으킬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런 사업모델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내에서는 트래픽이 많으면 대기업에서 트래픽을 인수하는 차원에서도 M&A에 높은 프리미엄이 지불되기도 하고, 최소한 독자적으로 광고로도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단가 자체도 한국에 비해 5~10배 높은 수준이고, 광고가 타겟하는 인구도 한국에 비해 6배는 많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산술적으로도 30~60배 이상 규모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런저런 사유로 20배 정도이지만.
성장중심의 사업 모델은 전반적인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래도 많은 성공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추구되고 있다. 닷컴때는 많은 기업이 그랬고, 2000년대 중반에는 MySpace, Bebo, 최근에는 OMGPOP, Instagram, Tumblr, Waze 등등이 특별한 수익이 없이 사용자의 관심과 높은 트래픽으로 높은 프리미엄에 매각되었다.
성장중심의 사업모델이 가지는 사업리스크는 운영자금을 펀딩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기 사이클이 위축됨에 따라 펀딩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 벤처회사나 투자자 모두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사업이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으면, 그래도 펀딩이 될 것이고, 기존투자자들도 지속적으로 펀딩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valuation이 기대만큼 안나온다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약간 삐끗하기 시작하면, 펀딩환경에 따라 생사가 바뀌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사업이 성장궤도에서 이탈한 경우는 몇가지 시나리오가 발생가능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ditor’s Note: 실리콘벨리에서 벤처케피탈리스트로 활동중인 이호찬님은 많은 이들에게 실리콘 벨리와 그 안에서 호흡하는 VC의 일상을 보다 상세하고 현장감있게 전달하고자 실리콘벨리와 투자자의 이야기를 소설(픽션실리콘밸리) 형태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호찬님의 픽션실리콘밸리는 beSUCCESS에서 주 1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