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몰락으로 살펴보는 확장과 집중, 그리고 그 틈새의 기회
2015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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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극장에서 야후(Yahoo!)의 광고를 봤다. 그러자 앞에 앉아 있는 어떤 사람이 “야후 아직도 안 망했냐? 아직도 광고를 해?” 라고 말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세상 위에 군림했던 야후가 이 정도까지 추락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말에 집에서 야후에 대한 과거 기사들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아직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마리사 메이어도 야후를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떤 실수들을 했길래 도저히 회복불가라고 전문가들은 말할까?

물론, 한 개의 결정적인 실수 때문에 야후가 죽어가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 잘못된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을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사람들이 없는 등의 연속적 문제가 누적되면서 야후라는 배는 가라앉고 있다. 그런데 내가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가장 유력한 원인은 ‘너무 빠르게 옆으로만 확장하고 아래로 깊게 들어가지 못함’이다.

야후는 검색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검색 분야 버티컬에서는 부동의 1등이 되었다. 하지만 구글과 같이 검색을 광고와 엮는 발상을 깊게 하지는 못했고, 새로운 매출원과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 계속 다른 버티컬 서비스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포털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로 직접 진출하거나, 기존의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옆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확장이 가속화되면서 야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한때는 월가의 총애를 받는 실리콘밸리의 달링(darling)인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야후가 여러 버티컬의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수평적(horizontal)으로 성장하는 동안 ‘한 개의 제품’에만 집중하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곧 야후는 경매 분야에서는 이베이(eBay)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안내광고(classified) 분야에서는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한테 밀리기 시작했다.

또한, 야후가 개척하고 만들어낸 검색 분야에서도 구글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페이스북이 나타나면서 수백만 명의 시작페이지가 야후!에서 페이스북으로 대체되었다. 이런 현상이 대부분의 버티컬에서 발생하면서 야후의 광고수익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야후는 성장을 위해서 수많은 버티컬 서비스로 진출은 했지만, 진출만 했지 깊게 파고 들어가서 그 분야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런 과정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러 버티컬을 대중한테 노출했고 해당 분야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야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결정할 수 있었던 작은 스타트업들은 이런 버티컬 한 분야만을 공략하면서 그 분야의 제품을 아주 완벽하게 만드는 전략을 기반으로 아주 빠르고 깊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야후는 뒤늦게 불필요한 버티컬들을 제거하고 몇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는데 이미 직접 하기에는 늦었다 싶어 그 분야의 회사들을 또 인수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데 앞으로 비슷한 현상을 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구글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지만, 야후와는 다르다. 될 만한 버티컬에는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굉장히 깊게 들어가고 있고, 안 될 만한 버티컬은 빨리 버리고 그 인력과 자원을 다른 곳에 재배치하면서 야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물론, 반복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구글의 핵심인 검색과 광고는 계속 꽉 잡으면서도 옆으로 확장하고, 깊게 들어가고 있다. 야후는 확장하면서 집중력을 잃었지만, 구글은 확장과 집중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실은 많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야후!와 같은 길을 간다. 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빨리 성장하지만, 곧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린다. 옆으로 확장하면서 ‘확장’ 자체에만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기존에 하고 있거나 새로 진출한 비즈니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면서 그 버티컬을 아주 깊게 연구하고 실행하는 신생 스타트업들한테 주도권을 빼앗긴다.

정확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대기업들은 빼앗긴 주도권을 대체하기 위해 계속 다른 분야로 확장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대기업보다 더 깊게 한 버티컬을 공략한 스타트업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성장을 하면서 똑같은 길을 걷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신규 매출과 비즈니스를 위해 다른 버티컬로 확장을 한다.

이 시점에서 스타트업들한테는 굉장한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버티컬을 공략해서 잘 된 회사들이 다른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면서 기존 비즈니스를 소홀히 할 때, 그 버티컬의 제품을 더욱더 완벽하게 만들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소비자들이 있기에 역사는 반복되고 이런 기회는 계속 생길 것이다. 그리고 구글처럼 확장과 집중을 둘 다 잘하는 회사는 거의 없으므로 이러한 기회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장과 집중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이 틈새는 아무한테나 보이는 건 아니다. 이 틈새를 오랫동안 예의주시하고 준비한 회사들에게만 보인다.

 원문 출처 : THE STARTUP BIBLE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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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홍 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초기 벤처 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스트롱 벤처스의 공동대표이다. 또한, 창업가 커뮤니티의 베스트셀러 도서 ‘스타트업 바이블’과 ‘스타트업 바이블2’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한국어, 영어 및 서반아어를 구사한다. 언젠가는 하와이에서 은퇴 후 서핑을 하거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전향하려는 꿈을 20년째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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