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 월 22 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KRX”)가 승인요청한 KOSDAQ 및 유가증권 시장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승인하였다. KRX가 요청한 이번 개정안은 크게, 1) 창업 초기 벤처들이 거래될 수 있는 코넥스(KONEX) 시장을 신설하고, 2) 유가증권 시장은 대형기업 및 우량기업 위주로 재편하며, 3) KOSDAQ은 기술형/성장형 혁신기업 중심의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세 가지 골자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금융위원회는 이번 KONEX의 신설이 창업초기의 중소기업들을 위한 자금조달 시장으로 작동함으로써 그들을 위한 자본시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자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온 바 있으나, 실제로 국내 기업의 자본시장 상장(Listing) 성공률은 전체 규모에서 2%에도 미치고 있지 못하고 있다.그리고업계에서는 이러한 낮은 상장 성공률이, 큰 틀에서 국내 자본시장, 특히 신생기업들의 상장주무대인 KOSDAQ의 상장규정이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라 이야기한다.
표 1 KOSDAQ 상장 요건 (출처: KRX)
실제로도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규모만 갖추면 상장이 가능한 미국의 NASDAQ이나, 성장형(Growth) 기업으로서의 잠재력 기준만을 충족하고 자본잠식 상태에만 있지 않으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상장이 가능한 옆 나라 일본의 JASDAQ의 그것들에 비해 KOSDAQ의 상장기준 달성은 중소기업들에게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신성장동력기업’이라는 범주를 최근 신설, 자본금규모에 대한 요구수준만 충족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있지 않으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 범주 신설 당시 편입된 7 개 기업을 제외하면 그 이후 신규편입종목은 2012년 말 현재 2 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지정된 일부 특정 산업군에 한정되어 있어 그 효과가 매우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2012 년 말 현재 해당 범주에 속한 종목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초 편입된 7 개 종목 중 한 곳은 심지어 최근 매출액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으로 이동되는 등, 해당 기업들의 실제 잠재력 및 시장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이에 KRX는 ‘이러한 상황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향후 수익성을 꼼꼼히 따질 수 밖에 없다’고 해명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KONEX가 벤처기업의 자금시장 진출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 답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KONEX가 어떤 것인지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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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http://www.fsc.go.kr)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창업초기기업들을 위한 자본시장이 될KONEX는 기업이 1) 자본금 5억 원 이상, 2) 매출액 10억 원 이상, 3) 순이익 3 억 의 세 가지 규정 중 하나를 충족하고 감사의견이 ‘적정’ 등급을 획득하면 상장이 가능하다.
표 2 KONEX 상장 요건 (출처: 금융위원회)
아울러 KONEX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상장기간, 시가총액, 거래랑 및 공모실적 등의 측면에서)를 거둔 기업은 향후 KOSDAQ으로의 이전상장을 유도하여 추가적인 자금의 확보를 가능하게 할 계획을 금융위는 가지고 있다. 거기에 잠재 종목들의 상장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KOSDAQ로의 이전상장 시 최대주주 및 VC 등의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의무(일정기간동안 보유주식의 거래를 금지하는)를 면제하여 주는 등의 방안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하나 소위 ‘테마주’ 등의 효과로 인해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에 악영향을 미친 바 있는 기존 ‘신성장동록기업’ 범주의 폐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KONEX에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전문투자자(기관), VC, 기본예탁금 3억 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자산가에 한해서만 허용되며, 거래방식 역시 30 분마다의 단일가 경쟁매매(일정주기, 즉 30 분 동안 호가를 접수한 후 거래가 가장 많이 체결될 수 있는 가격을 선정한 후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외관상 이처럼 상당한 고민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KONEX가 실제 시장에서 벤처기업들을 위한 의미있는 장치가 되어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세 가지 관점을 살펴보자.
먼저 투자 활성화의 측면이다.
지난 2000 년 한국금융투자협회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자본시장을 만들어 장기적 관첨에서 투자 및 거래를 증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과 KOSDAQ외 제 3 시장인 ‘장외주식 호가중개시스템’을 만든바 있으며, 이는 2005 년에 현재의 프리보드(Free Board)라는 이름으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재편 후 7 년 이상 운영되어 온 프리보드에는 현재 단53 개 기업만이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으며 일 평균 거래대금은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 1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의 벤처에 대한 투자의지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및 KOSDAQ 이외에도 이미 OTC (장외시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향후 성과에 대한 판단근거가 미미한 벤처에 투자해야 하는 당위성을 투자자들이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즉, 벤처들의 체질이 아직 투자에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시장 내 자금 유동성의 감소가 발생하고, 이 것이 다시금 시장 전반의 계속적인 둔화로 이어지는시장 실패의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가시적으로 관찰되는 상황에서 그 투자주체 등 일부 요소들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프리보드와 동일한 KONEX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관점은 IPO에 대한 관점의 문제이다.
투자에 대한 이익 실현을 기대하는 FI (Financial Investor, 재무적 투자자)들의 관점과는 달리 기업들이 IPO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성장을 위한 자금의 확보’에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IPO가 기업의 Exit이 이루어지는 M&A와는 다른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신속하게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IPO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위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시장 내에서의 투자자금 유동성이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되는 상황 하에서는 그와 같은 자금의 확보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창출되기 어렵고, 이는 기업에게 해당 시장에서의 IPO가 갖는 당위성을 희석시키게 된다. 게다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1) 자본금 5 억 이상, 2) 매출 10 억 이상, 3) 순이익 3 억 이상임을 요구하는 KONEX의 상장요건을 충족시키는 기업들이라면 ‘현 상황에서 외부감사, IR 등과 같은 추가적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IPO를 굳이 선택해야만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될 여지 역시 충분히 존재한다.
만약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창업초기 기업들이 시장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진입을 포기하는 경우 결국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것은 자생력이 없는 2류 벤처기업들이 될 것이 자명하다. 반면 개인이 아니라 충분한 분석능력을 갖춘 전문투자자들로 구성될 KONEX의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역량이 부족한 2류 벤처들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이 상장기준을 충족하여 IPO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결국 전문투자가들이 청약을 하지 않는, 즉 투자자들이 IPO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마저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시장 전체가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 역시 매우 큰 것이다.
이를 방지하고 우량 초기기업들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위는 KONEX에서 KOSDAQ으로의 이전상장 시 KOSDAQ 상장요건의 50% 완화 등의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때에는 오히려 KONEX가 ‘자금확보가 어려운 초기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잃고 오히려 KOSDAQ으로 가기 위한 우회방편으로 전략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논하기 이전에 시장 내 Dynamics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직 선진시장에 비해 그 기초체력(fundamental)이 약한 국내의 유가증권시장은 벤치마크들에 비해 그 변동성(volatility)가 상당히 크다. 이와 같은 큰 변동성은 소위 ‘큰 손’들이라 불리우는 기관 및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의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국내 기관들 못지 않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Euro Zone의 신용경색이 일시 완화되었던 작년 1 월에서 3 월 사의 기간 동안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1조 원의 순매수를 보였고, 그 결과 KOSPI는 10.3%라는 큰 폭의 반등을 보였다. 그러나 그 직후인 4 월에서 7 월 사이에 그리스의 신용위기가 불거지자 외국인들은 5조 2,000억 원의 순매도를 보였고 KOSPI는 다시 6.6% 하락하였다. 또,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되었던 지난 해 12 월에는 외국인들의 3조 9,000억 원의 순매수에 힘입어 KOSPI가 다시 3.3% 반등하였다. (관련기사)
외국인들의 영향력은 KOSDAQ 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자본의 유가증시로의 쏠림현상은, KOSDAQ에 상장된 종목들의 성장성 및 신뢰도가 제한적인 것에서 기인하였고, 따라서 외국인들은 그 관심을 KOSPI에 집중하여 왔다. 그 결과, 2013 년 3 월 4 일 현재 국내 증시 중 외국인들은 KOPSI 계열에서 35.07%를 보유하고 있으나, KOSDAQ 계열애서는 8.57%만을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출처: KRX)반면, 최근 들어 외국인들은 KOSDAQ에서 3,387억 원을 순매수하고 있는데, 그 결과 KOSDAQ이 지수 600 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이러한 상황적 요소들은 곧 자본시장의 성패에 있어 기관 투자자들의 유치만이 아니라 외국인들의 증시 참여 유도가 매우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여 주고 있다. 게다가 KONEX가 초기 벤처기업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내수시장의 한계성으로 말미암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절박한 이들 기업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으로의 bridge 역할을 하여 줄 수 있는 외국계 자본들의 참여가 더욱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국인들은 그 성장성 및 신뢰성이 의심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국경간 투자(Cross-border Investment)를 하지 않는다. 자국에서 쉽게 발굴할 수 있는 것들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한 매력도를 가진 투자처라면 굳이 절차상, 법률상, 문화상의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투자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실제로 외국인들은 환율과 시장의 포화 등을 이유로 아시아 시장 내에서 한국의 매력도를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기사)
따라서 이는 다시 투자처로서의 KONEX의 매력도라는 문제로 회귀한다. 결국 얼마나 높은 성장가능성을 갖춘 종목들로 구성되었는가가 시장의 성패, 더 나아가 해당 구성종목들의 시장에서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류 벤처들로 구성된 2류 시장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KONEX는 프리보드에 이어 또 다른 시장실패의 사례로 귀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KONEX의 실제 개설에 앞서 이러한 세 가지 문제, 즉 1) 글로벌 적 차원에서 충분한 매력도를 갖춘 벤처기업들의 상장과 2) 그를 기본으로 한 보다 세밀한 시장참여활성화 대책의 마련, 그리고 3) 시장내 종목들의 심화 성장 및 시장기능의 본격적 작동을 위한 외국인 투자 유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그 중에서도 앞서 KRX 스스로도 이야기하였던 것과 같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의 등장 및 상장에서만 시작될 수 있음을 정책입안주체들은 보다 세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