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Pharmaceutical Industry)에 관한 뉴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뉴스는 물론 인류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신약(新藥)의 개발에 관한 것이다. ‘어느 제약 회사에서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혹은 ‘개발에 들어갔다’는 부류의 뉴스가 될 것이다. 이런 뉴스는 기업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예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뉴스임이 틀림없다.
반면, 그와 같은 특징적 신약이 아니라면 제약 산업은 제네릭 약품(Generic, 특허로 보호받는 기간이 끝나 누구든 합법적으로 복제할 수 있는 약품)을 비롯해 그 효력에 있어 서로 큰 차이가 없는 다양한 약제(藥劑)가 경쟁(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하고 있는 매우 치열한 산업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산업 내 치열한 경쟁상황은 때때로 불법리베이트 등과 같은 불법적, 음성적 영업 행태라는 제약산업의 두 번째 뉴스거리를 만들어낸다.
오늘은 이러한 불법적, 음성적 산업 구조를 효과적으로 혁신하여 훌륭한 사업적 성과와 더불어 사회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더 나아가 올 한 해 창업을 시도하려는 독자들이 계신다면 그 방향성에 조금이나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보고자 한다.
Figure 1 메드피어 홈페이지
메드피어(Medpeer)는 ‘의사들이 진료 과정에서 갖게 되는 질문은 그 한 명의 의사만이 아니라 의사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가정 위에서 2004년 창업한 일본의 벤처기업이다.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이며, 스스로 의사이기도 한 이와미 요(石見 陽)는 이러한 가설에 대한 해답으로, “동료(의사)의 시간을 늘려 그러한 고민을 해결하게 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없으나, 만약 전국의 모든 의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 있다면 그들의 지식이 집약되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창업의 변을 말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이와미가 창업한 메드피어는 유명 임상 연수 지정 병원의 케이스 스터디(症例検討会)를 비롯하여 각 질환 영역의 전문가와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Meet the Expert’ 등 의사들이 각자의 진료 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일본 내 의사 4명 중 1명을 상회하는 수준인 7만 명 이상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명실공히 최대의 의사 커뮤니티로 성장하였다.
Figure 2 메드피어 서비스 컨셉트 (출처: Medpeer)
비즈니스 측면에 있어서 메드피어는 의사커뮤니티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2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제약 및 의료기기/용품의 직접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하였다. 즉, 제약 회사가 신약을 출시한 경우 해당 기업은 기존의 관행대로 의사에게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대신 메드피어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된 의사들에게 해당 신약을 홍보할 수 있는 것인데, 이때 신약의 성과는 메드피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약품리뷰(위 Figure 2 중, Rx Review)를 통해 검증되어 의사 커뮤니티 내에서 보다 높은 신뢰도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Figure 3 메드피어 비즈니스 솔루션 컨셉트 (출처: Medpeer)
Figure 4 메드피어 Rx Review 화면-1 (출처: Medpeer)
Figure 5 메드피어 Rx Review 화면-2 (출처: Medpeer)
이와 같은 메드피어의 의사 커뮤니티 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솔루션은 신약의 홍보를 원하는 제약회사의 니즈와 보다 나은 효과를 내는 검증된 신약을 찾는 의사들의 니즈를 훌륭히 만족시켰고, 기본적으로 의사들이 무료로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였던 메드피어는 단 29명의 직원이 2014 년 말을 기준으로 9억 58만 엔, 우리 돈으로 9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아울러 메드피어는 이와 같은 사업적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의 Mothers를 거쳐 현재는 동경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약 13억 엔의 시가총액(약 130억 원)을 가지고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상장회사로 성장하였다.
Figure 6 메드피어 Peer Analysis (출처: FT.com)
비즈니스 차원에서 필자는 특정 환경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산업들에서의 혁신 가능성에 큰 관심이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특정 자격에 의해 진입이 제한되는 헬스케어를 비롯한 의료산업에서의 혁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반가운 사실은 국내의 벤처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헬스케어 및 의료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게 늘고 이다는 것이다. 반면, 그와 같은 시도 대부분이 B2C 영역, 즉 의사와 소비자 간의 접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쉽다. 결국 가치사슬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B2C 접점에서의 불합리성은 그 이전의 수많은 B2B 접점에서의 불합리성이 적충되어 발생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와 같은 후방에서의 불합리성의 개선이 전제될 때에만 전체적 범위에서의 효과성이 획득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살펴본 메드피어의 예는 필자가 느끼고 있는 가치사슬 상 후방에서의 혁신에 대한 갈증을 매우 스마트하게 해결해 주고 있는 사례로 들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혁신을 바탕으로 동경증권거래소에 상장이라는 성과까지 이루어 냈으니 더할 나위가 없는 좋은 예가 아닌가?
그러나 그러한 사업적 성과는 차치하고라도 필자는 2015년에는 국내에서도 메드피어와 같이 산업의 음성적 관행을 효과적으로 양성화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들이 많이 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사회에 훌륭한 임팩트를 남긴다’는 오늘날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훌륭한 마음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