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간 파일 전송을 하는 데 왜 USB나 클라우드가 필요하지?” 이스트몹의 센드애니웨어(Sendanywhere)는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했다. 센드애니웨어를 사용하면 마치 테니스 공이 라켓 사이를 왔다 갔다 하듯이 서로 다른 기기 간 직접적인 파일 전송이 가능하다. USB 케이블도, 클라우드 서버도 필요없다.
‘Simple is the best’ 간단하지만 분명하고도 강력한 기술에 해외 VC와 기업이 먼저 주머니를 열었다. 지난 5월 일본의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Rakuten)은 10억 원을 이스트몹에 투자했다. 기술력 뿐 아니라 설립자인 오윤식 대표에 대한 신뢰 역시 투자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이스트소프트에서 알집, 알약 등 알툴즈 프로그램은 물론 온라인 게임 카발, 인터넷 검색포털 줌닷컴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 12년 경력의 숙련된 개발자다. 이스트몹은 이스트소프트의 사내 공모프로그램에서의 우승을 계기로 설립된 사내 벤처다.
정말 좋은 기술이란 아무나 만들 순 없지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센드애니웨어를 만들어낸 그들의 핵심 기술은 무엇일까. 퓨처플레이의 한재선 CTO가 이스트몹 오윤식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스트몹의 주요 사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개 센드애니웨어(Sendanywhere)는 한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케이블 연결이나 별도의 공간에 파일을 저장할 필요 없이 기기 간 직접 전송이 가능합니다. 스마트폰, 데스크톱, 태블릿 등 웹 브라우징이 가능한 모든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식 메일 첨부, 메신저 전송, 케이블 연결 등 기존에도 파일을 전송하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 불편한 점이 있었죠. 메신저로 보내려고 하면 용량 제한이 있고, 자기에게 파일을 보내려고 하면 이중 로그인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일 케이블을 들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요. PC시대에서는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모두 PC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USB같은 이동식 장치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콘텐츠가 생성되고 이를 여러 기기를 통해 소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파일 전송 방식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어요.
솔루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드애니웨어 앱은, 전송하려고 하는 파일을 선택한 후 6 자리 숫자만 타 기기에서 입력하면 다른 설정이 필요 없이 파일을 전송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별도의 회원가입도 필요없고, 그 어떤 방법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파일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센드애니웨어 시연 동영상
- 센드애니웨어의 핵심 기술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요.
모바일 P2P(Peer to Peer) 기술 : 가장 빠른 전송 경로 찾기 기본적으로 두 기기 간 가장 빠른 전송 경로를 찾아 파일을 원본 그대로 전송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파일을 전송할 때 특정 서버가 중계를 하게 되는데, 이 때 모든 서버가 한국에 있다면 미국에서는 전송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세계 여러 곳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의 서버를 추적해 그 곳으로부터 전달을 합니다.
▲2014년 기준 해저 케이블 설치 현황
바다 아래에 깔린 해저 통신 케이블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저 통신 케이블이 깔린 지역은 사용자와 조금 거리가 있어도 속도가 훨씬 빠르죠. 이러한 글로벌한 네트워크의 구조를 파악해서 최단 경로를 찾아 파일을 전송하는 것이 저희의 핵심 기술입니다.
네트워크 환경도 전송 속도에 있어서 하나의 변수입니다. 예를 들어 LTE인지, 와이파이인지, 3G인지에 따라 파일 전송 경로가 달라집니다. 전 세계 통신사 별로도 P2P가 되는 아이피가 있고 안되는 아이피가 있죠. 이스트몹은 그런 것들을 구별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기 때문에 최적의 P2P 기술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센드애니웨어 기술이 적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요.
메신저 서비스와의 협업 현재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국내 메신저들이 해외 진출을 하고 있죠. 이 경우 이미지나 비디오 전송 시 자체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센드애니웨어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좀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한 네트워크 상황을 일일이 고려하기 힘들 테니까요. 실제로 메신저 서비스를 하는 기업과도 연결이 되었었는데, 저희 측이 세워둔 마일스톤하고 조금 맞지 않아서 일단은 센드애니웨어 사용자 확보에 집중하기로 하고 연기했습니다.
-현재 센드애니웨어의 경쟁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나요.
블루투스, NFC, 클라우드 기술 / 이 기종 간 파일 전송 경쟁 기술이라기보다 비교가 될 수 있는 것은 블루투스와 NFC , 클라우드 기술입니다. 블루투스나 NFC의 같은 경우 속도도 의외로 빠르지 않고 버전도 다양해서 오류율이 높은 것이 단점입니다. 또 블루투스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페어링(pairing) 해야 하는 수고를 감당해야 하죠. 서비스 측면에서보면 클라우드 기술 역시 경쟁 상대인데, 센드애니웨어의 경우 파일 용량의 제한이 없고 가장 빠른 경로를 찾아 전송해준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비트토렌트 / P2P 기술 P2P 기술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유명한 서비스가 비트토렌트예요.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서비스라고도 생각하고요. 가장 큰 차이점은 센드애니웨어는 TCP 기반, 비트토렌트는 UDP 기반의 프로토콜을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TCP와 UDP 프로토콜의 차이
TCP와 UDP의 프로토콜의 가장 큰 차이는 신뢰성과 속도입니다. 예를 들어 공을 던진다고 칠 때, TCP의 경우 상대편이 순서에 맞춰 공을 잘 받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파일을 전송합니다. 받지 못한 공이 있을 경우 다시 던져주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릴 순 있지만, 전송의 신뢰성이 확보되죠. 반면 UDP의 경우, 상대편이 공을 잘 받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적으로 공을 던져댑니다. 속도는 훨씬 빠를 수 있겠지만 데이터가 손실되거나, 순서가 뒤죽박죽일 수 있죠. 결국 전송의 안정성이 센드애니웨어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향후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예정인가요.
통계 분석을 통한 전송 속도 향상 P2P 전송이라는 것이 연결을 시도하게 되면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도 횟수를 줄이고 좀 더 정확한 경로를 잡을 수 있도록 통계 분석에 힘쓰는 일이 주요 이슈입니다. 단말과 플랫폼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나가고 있어요.
사용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현재 센드애니웨어는 로그인 없이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사용자 계정 하에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결시킬 수 있는 ‘마이디바이스(my device)’ 기능을 추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스크톱, 스마트폰, 태블릿 등 사용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를 계정에 등록하고 일종의 클라우드 서버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더 나아가 친구와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 이예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영화 디렉토리를 만들어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 한국에서 테크 스타트업으로서 생존하며 느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테크 스타트업을 하며 겪는 어려움 테크 스타트업에게는 특히나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테크 스타트업은 결국 핵심 인력 한, 두 명으로 하는 것이거든요. 애초부터 우리가 하고 있는 기술을 정확히 아는 개발자를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하고, 가르치면서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습득력이 빠르고 한 분야에 파고들어 연구하는 성향을 가진 분들을 찾는 것이 참 어렵죠.
정부·대기업에게의 바람 사실 테크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한데, 막상 R&D에 대한 자금 지원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이렇게 정부 과제나 자금 지원해주는 곳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말이예요. R&D 항목에 대한 투자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결국 R&D 기업은 인건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인건비로는 쓰지 못하고 자재비용으로 할당해야 하는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요.
테크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테크 스타트업을 하실 때, R&D 분야라는 것이 연구를 하게 되면 끝이 없어요.(웃음)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1차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문제예요. 1차적으로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핵심 기술을 빠르게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고 지속적인 검증을 거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또 기술을 하나부터 끝까지 다 본인이 구현을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는 많은 좋은 기술들이 이미 나와 있어요. 핵심 기술은 스스로가 구현하되, 부족한 부분은 이미 나와있는 좋은 기술들을 첨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비글로벌 2014 스타트업 배틀에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강수혁 CSO
이스트몹은 지난 9월 12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되었던 ‘비글로벌2014(beGLOBAL2014)’의 최종 10개 기업으로 선정되어 현지 VC들 앞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수상의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현지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글로벌 진출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무대였다. 입소문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 20만 명의 활성 사용자를 유치한 샌드애니웨어가 파일 전송 분야에 있어, 하나의 글로벌한 기준이 될 수 있기를 그들의 앞 날을 응원해본다.
Editor’s Note: 국내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비석세스에서는, 선배 기술 창업가이자 퓨처플레이 한재선 CTO의 기획과 도움으로 국내 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테크인사이드(techinside)’ 코너를 선보입니다. 다음 [테크인사이드]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엔에프랩'을 소개해드립니다.
- 인터뷰 진행 : 한재선 퓨처플레이 CTO
- 기사 작성: 정새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