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사람이나 지나가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궁수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쏘아대는 것과 같다.”
- 구약성서 잠언 26장 10절-
독자 여러분께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들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아는가? 알고 있다면 기업가 정신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또, 전통적으로 경영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을 어떤 요소들로 구성해 두었는지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기사는 독자에게 분명 흥미로운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른다고 해서, 답을 할 수 없다 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글을 시작하면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설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무엇인가?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뜨겁게 논쟁하고 있다. 마치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것과 같이 논의가 좀처럼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개인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한 기회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조직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제나 기업가 정신은 ‘개인 수준’에서 분석되어야 하고, ‘개인 수준의 특질(individual level trait)’ 으로만 취급해야 한다. (※ 팀 수준 기업가 정신, 조직 수준 기업가 정신은 조직심리학적 접근으로 보면 고쳐야 할 점들이 있다.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개인 수준의 설문 문항을 가지고 팀과 조직을 측정하려고 하는데, 사실은 팀 수준 기업가 정신과 조직 수준 기업가 정신은 개인의 영향력으로 발휘된 ‘기업가적 풍토로서의 조직 풍토’이다.)
전통적으로 기업가 정신은 Schumpeter가 주장한 Entrepreneurship 3요인 이론이 가장 많이 알려졌으며, 혁신성, 진취성(또는 적극성), 위험 감수성으로 알려졌다. 이 세 가지 요인을 확장한 것이 Lumpkin과 Dess의 Entrepreneurial Orientation 5요인 이론인데, 기존의 이론에 자율성과 경쟁적 공격성을 추가한 모습이다. 따라서 Schumpeter의 주장을 따르는 학계의 연구자들은 Lumpkin과 Dess의 Entrepreneurial Orientation 이론을 점차 지지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학계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측정하는 이유는, 스타트업 성장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기업가 정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연구들을 통합분석(meta-analysis)을 통해 통합하여 벤처기업의 기업가 정신과 기업 성과 간 관련성을 약 10개 연구를 근거로 분석해보면, 교정된 평균 상관관계 - 이 값은 0에서 1까지의 범위를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관련성이 높음을 뜻한다. - 값이 .4에서 .6 사이로 계산되어 중간 정도의 관련성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응답한 사람의 수는 1,578명에서 1,828명이었다. 결과는 상황에 따라서 기업가 정신이 기업 성과와 높은 관계(최대 .7263)를 가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최저 .211)을 통계치를 통해 나타내고 있으며, 오차 교정 후 분산 비율이 75%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거나 발휘를 저해하는 인적자본적·환경적 배경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기업가 정신 측정은 창업자 선발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만한 근거가 있으며, 기업가 정신이 높은 대표자가 있을수록 기업 성과가 높아진단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세 요소 간의 관계성이 높으면 실제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추가적으로 통합분석(meta-analysis)을 수행하여 기업가 정신의 구성 요소 간 관계성을 확인하였다.
확인 결과, 기존의 기업가 정신을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상황에 따라 관계성이 너무 높게 나타났다. 통계학적으로 예측을 위해 사용할 때는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하여 서로 간의 관계 점수가 .6을 넘기면 안 되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세 가지 요소들이 거의 완벽하게 ‘쌍둥이’와 가까운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 이론의 가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Schumpeter의 이론을 채택해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Schumpeter의 이론에 의존하여 실제 적용이 어렵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필자는 산업심리학에서 사람을 뽑을 때 사용하는 ‘직무 분석’과 ‘역량 모델링’을 사용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기법을 사용해서 기업가 정신을 새롭게, 그리고 종합적으로 구성하고, 실제 과업을 주어 평가하는 인사선발 체계를 만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필자가 아는 한, 새로운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엔젤 투자자나 국가 기관이 창업자를 선발할 때 단 한 번도 기업가 정신을 고려하지 않았다. 기업가 정신은 경제가 어려울 때에만 나타나거나, 자본가들이 법망을 피하고자 ‘처벌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쇠퇴하게 하지 말라’고 하는 핑계로만 쓰이곤 했다. 실제로는 항상 사업계획서를 통해 사업 아이템의 독창성과 실현 가능성, 유행 가능성만을 측정해왔지,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을 측정한 일은 없었다. 그 때문에 정부 기관에서 100명의 개인에게 투자하면 단 1명만이 수익을 내며, 창업 기업 100개 중 단 1개의 회사만 성장하여, 1년에 약 5000억의 창업 예산이 낭비됨으로써 예산 집행의 비효율을 보여주었다.
100명 중 1명이 성공하는 것을 산업심리학의 단어로 바꾸면 ‘기초율 .01’이라고 부른다. 선발한 사람 중 성공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수 / 선발된 사람의 수) 산업심리학의 전통에서 일반적으로 기초율이 낮은 검사는 효용 가치가 낮다 하여,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한다. 심사를 통해 100명을 뽑으면 50명이 성공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기업가 정신을 측정하는 새로운 인사선발 검사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어떤 기사를 보면 외국에서는 장시간에 걸쳐 평가자가 따라다니면서 창업 지원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이것보다는 실제로 하루라는 시간 안에 다수의 모의 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고, 이를 풀어가는 과정을 평가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필자는 심사를 통해 100명을 뽑으면 50명이 성공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 평가센터를 개발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산업 및 조직심리학의 전통 위에서 정밀하게 만든다면, 성공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격에 미달하는 사람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기업가 정신이 지난 100년간 연구되었지만, 그간 방법을 몰라서 활용하지 못한 비극을 이젠 종식하여 누구든지 창업을 통하여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단 점이다.
이제 인간의 수명은 100세라고 한다. 보통 조직에서 퇴직하는 때는 50세 전후이고, 퇴직금으로 창업하면 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년이라 한다. 이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기업가 정신 측정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모두 합력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