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ERA’ 대표 “한국인의 열정과 에너지, 창의력을 높게 산다”
2016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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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가 있다면 뉴욕에는 테크스타즈(TechStars)와 함께 앙터프레너스 라운드테이블 액셀러레이터(Entrepreneurs Roundtable Accelerator, 이하 ERA)가 가장 잘 알려졌다. 설립자 이자 대표인 무랏 악트하놀루(Murat Aktihanoglu)는 '알리워치(AlleyWatch)'가 뽑은 '뉴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스타트업계 20인'에 선정되었으며, 뉴욕 초기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쓴 장본인이기도 하다. 5월 악트하놀루의 방한을 맞아 그가 가진 ERA에 대한 비전과 지난 3년간 그가 경험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시각을 들어봤다.

전후석 변호사(이하 Q): 지금이야 뉴욕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주목받지만 10년 전 뉴욕에서 스타트업은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어떻게 ERA를 시작하게 되었나?

악트하놀루(이하 A): 1990년대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했다. 회사를 설립해 매각하고 1998년에 뉴욕으로 이사 왔다. 당시 뉴욕은 금융의 중심지였고 창업을 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난 엄청난 가능성을 보았다. 중간에 잠시 일본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뉴욕에서 또다시 테크 회사를 설립해 매각했다. 2007년경, '앙터프레너스 라운드테이블(ER)'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시작했다. 목적은 창업하는 혹은 희망하는 이들을 연결해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했다.  

Q: ER에서 ERA(액셀러레이터)로 거듭하게 된 경위를 알려달라

A: 2008년에 현재 공동 설립자이자 파트너인 존(Jon)을 만났는데, 우리는 늘 무엇인가 한 번 같이 해보자고 했었다. 마지막 회사를 매각하고 나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당시에 뉴욕엔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2010년 말, 존과 서로 뭉쳐 ERA를 설립했다. 뉴욕의 첫 번째 액셀러레이터였다. 뉴욕이라는 환경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었지만 당시에는 초기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이들을 이끌어주는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금융과 주식투자에 몰려있던 많은 자본이 갑자기 다른 분야의 산업으로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금융에서 일하던 수없이 많은 엘리트 집단이 대거 해고되고 금융계에 대한 회의론이 확장되며 많은 인재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ERA는 당시 시대적 변화와 잘 맞았다.

Q: 하나의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A: 자본과 인재가 중요하다. 하지만 자본과 인재가 있다고 해도 의식적으로 이 모든 요소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비영리인 ER을 통해 스타트업 커뮤니티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로를 지원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신생 창업가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전문가 집단과 시스템을 구성하면 여기에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굉장히 흥미롭다. 10년 전 뉴욕에서 직접 보고 참여했던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 친 창업 환경 조성 정책은 물론 그로 인한 많은 자본의 유출, 또 유기적, 자발적 '연결'에 대한 시도가 민간 차원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튼튼한 창업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이런 현상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Q: ERA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우리는 4개월 프로그램을 1년에 두 번 진행한다. 한 번에 10개~12개의 회사를 선정하고 보통 2,000여 개에 육박하는 지원서가 접수된다.

우리 프로그램에 들어오는 회사에 4만 달러(한화 약 4천5백만 원)를 투자하고 해당 회사에 대한 8%의 보통주(common stock)를 받는다. 더불어 사무실을 제공하며 각 스타트업에게 최적화된 리드 멘토를 4개월간 지원한다. 리드 멘토 외에 모든 스타트업은 ERA가 보유한 300명이 넘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 풀에도 접근할 수 있다. 멘토가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되었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혹시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멘토를 제외하는 등 매년 더 좋은 프로그램과 양질의 멘토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 중이다. 

Q: 프로그램 이수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A: 우리는 초기(seed) 라운드 외 시리즈 A와 B 라운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번 겨울 프로그램을 포함해 총 101개 회사가 정규 프로그램을 졸업하였는데, 이번 클래스 이전 90개 회사는 총 2억5천만 달러(한화 약 2천8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우리가 지원하는 스타트업은 초기 단계 회사들이기 때문에 투자 액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ERA 4개월 정규 프로그램을 마친 이후에도 우리는 졸업생(alumni)들에게 문을 열어둔다.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이들과 결별하는 것이 아니고 이들의 성공을 위해 사무실 제공과 멘토 연결 등 지속적인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이들의 성공을 돕는다.

Q: 2,000개가 넘는 지원서 중 10개를 선정하는데 선정기준을 알려달라

A: 리는 1) 창업팀, 2) 사업시장, 3) 아이디어 이렇게 3가지를 본다. 만약 중요성을 비율로 말하자면 창업팀(80%), 시장(15%), 아이디어(5%)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아니다. 사람과 팀이 중요하다.

Q: 좋은 팀이란 무엇인가

A: 딱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다. 열정과 창조성 등에 대해 말한다면 너무 뻔하게 들릴 듯싶다. 소프트웨어나 기술 기반의 사업일 경우 개발자 출신의 설립자가 팀에 있다면 물론 중요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꼭 개발자 출신 설립자가 필요하지는 않다.

Q: 그동안 ERA에 참여한 한국스타트업은 어떤 곳이 있나?

A: 현재까지 4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ERA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2015년으로 휴이노(Huinno), 에디켓(Ediket), 그리고 애니랙티브(Anyractive) 3개 기업이 ERA 여름 정규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나머지 하나는 아이쉐어링소프트(iSharingSoft)로 2016년 겨울 정규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며칠 전 데모데이를 훌륭하게 마쳤다. 작년 한국 방문 시 이들을 처음 만났고 이들의 기술력과 추진력에 반했다.

Q: 한국 스타트업이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나?

A: 한국 스타트업은 정말 열심히 한다. 밤과 주말에도 쉴 새가 없다. 그리고 창의력도 뛰어나다. 열정적이고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장점이 매우 많지만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영어와 네트워킹일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이 대화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영어가 구사된다면 정말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예를 들면 ERA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 출신 창업인들은 한국인들만큼의 열정과 에너지가 있지는 않지만, 이들은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더 수월하게 일이 풀리는 경우를 목격한다. 사업의 본질적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언어의 중요성은 상당하다.  

네트워킹도 비슷한 듯하다. 아마 언어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 네트워킹은 비즈니스의 한 부분이다. 어떤 모임이나 행사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협업의 관계로 발전한다. 한국이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것은 극복 가능하며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Q: 한국 스타트업이 뉴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템이 유리한가?  

A: 뉴욕은 서울과 비슷하다. 작은 면적에 많은 산업과 인구가 몰려있다. 특히 핀테크, 광고, 미디어, 스포츠, 패션, 이커머스, 하드웨어, 모바일 앱, 사물인터넷(IoT) 등이 강세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런 아이템을 갖고 있다면 뉴욕에 도전해볼 만 하다. 하지만 바이오테크(biotech), 반도체 등이 아니면 하드웨어 관련 기업은 실리콘밸리나 보스턴 등이 더 적합할 것이다.

Q: 뉴욕의 한인 스타트업 생태계 내에서 당신은 '무랏(Murat) 삼촌'으로 불린다. 한국에 애정이 있고,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의 관심이 아닌 것 같다. 터키계 미국인 무랏은 형제의 나라 출신(?)이라서 그런지 한국인들과 정서적으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A: 소주를 좋아한다. (웃음) 한국인들의 열정과 에너지, 창의력을 높게 산다. 한국인에게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고 정부가 국가적으로 새로운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시도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5월 초에 서울에서 열리는 'ERA 피치 나이트(ERA Pitch Night in Seoul)'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하는데 여러 정부-민간기관과 만나 파트너십 구축과 새로운 사업들에 대해 아이디어를 교환할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도울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또 열심히 논다. 뉴욕에서 유일하게 새벽이 되도록 활기찬 거리는 한인타운밖에 없다. 가끔 나를 뉴욕의 한인타운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웃음)

전후석 변호사, 기고자 (2014-2017) 전후석(Joseph Juhn)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살 때 한국에와 유소년, 청소년기 대부분을 보냈다. 고 2 때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미국 행을 결정, UC San Diego 에서 영화를 전공하며 한 때는 영화감독을 꿈꿨다. 학부 졸업 이후 Syracuse 법대를 졸업하기까지, 중국, 유럽, 브라질, 남아공, 중동 등에서 여행, 인턴십, 봉사활동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코트라 뉴욕 지부 재직 당시 지식재산권센터 (IP-Desk) 를 담당하며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의 미국진출 시 직면할 수 있는 지재권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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