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업(業) #5] 청계천을 넘어 미국 캠핑장을 노리는 에너지업계의 유목민, 이노마드
2014년 11월 19일

지난 여름, 청계천의 무료 스마트폰 충전소에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밤에는 빛으로, 낮에는 음악 소리로 눈을 끌고 시민들의 스마트폰을 무료로 충전해준 이노마드(ENOMAD)의 '청계천 스마트폰 충전소(아래 청마소)' 인데요. 시민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활용에 CCTV와 CNN도 청마소를 찾아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청마소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전선이 없는 곳에도 전기와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에너지계의 유목민, 이노마드를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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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이노마드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희 이노마드는 강, 계곡, 하천의 흐르는 물을 에너지로 해서 세상을 연결할 수 있는 소형 발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전기를 쓰고 있는데요. 인도 배낭여행을 할 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해가 지고 깜깜해지면 촛불 하나 켜놓고 밥 먹는 그런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이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태양광이나 조력 등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활용해 소외된 산간, 도서지방이나 개발도상국에 전기를 공급하려는 시도는 아직 활발하지 않아요. 기존에 발전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어서 전기를 못 쓰던 사람은 계속해서 전기를 못쓰는 형태인데, 이 사람들을 위한 전기를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마소 텀블벅 프로젝트 과정 보러가기)

 

Q. 산간, 도서 이런 전기가 못 들어오는 곳이 타깃 시장이 될 수 있겠네요.

A. 맞아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시장도 개발도상국입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오히려 더 빠릅니다. 그리고 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죠. 그런데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생활 소득의 반을 충전하는 데 다 쓰고 있더라고요. 우리의 기술을 여기에 접목하면 좋은 가치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바로 그 시장으로 지금 진입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작할 여력도 없고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단계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 단계 중 하나로 저희가  보고있는 곳이 바로 캠핑시장입니다. 개발도상국과 굉장히 유사한 조건이고, 기꺼이 돈을 지불 할 용이가 있는 고개들이 있는 곳이 바로 캠핑시장이죠.

 

Q. 청마소로 이노마드를 많이 알렸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제품의 안정성 등을 위해서 저희는 다양한 장소에서 실험하고 있는데요. 사실 장기간 성능 테스트를 못 해봤었어요.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 3개월 정도 테스트를 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장기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곳이 바로 청계천이었어요. 청계천은 안정적으로 물이 흘러 장기적 성능 테스트에도 적합하고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어서 사용자 피드백도 받아볼 수 있으니까요. 청계천에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시에 요청을 했는데 청계천이 워낙 사람도 많고 민원도 많은 곳이어서 쉽지가 않았어요. 그동안 외부기업에 허가를 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후 지속적으로 청계천 환경 조사를 하고 시민들을 인터뷰해서 운영 계획과 예상되는 문제점, 해결책 등을 준비해 계속 설득했고 그 결과 허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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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로젝트 이후 서울시에 더 많이 설치하겠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 사실 지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어요. 사실 저희는 도심보다는 전기가 안 들어오는 곳에 먼저 설치하고 싶어요. 사실 청마소 이후에 투자자분들도 많이 연락이 왔었는데요. 대부분 토목공사 개념으로 큰 그림을 많이 보세요. 아무래도 경제성을 고려해야 하니 많이 설치해서 전기를 만들어 팔자, 이렇게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만들려는 목적과 방향을 잘 이해해주시는 분들은 만나기가 힘들었어요. 저희는 빨리 돈을 버는 것보다는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Q. 그럼 청마소 이후로 요즘에는 뭘 하고 있어요?

A. 청마소는 실험이었어요. 실험을 마치고 그 때 발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역시 장기적 실험을 해보니 예상치 못한 부품 손상도 생기고 강이 필요한 점이 바로바로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12월 미국에 갈 예정이어서 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이 필요한가요?

A.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희는 개발자다 보니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지, 어떻게 설치를 해야 하는지 알지만,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사실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다른 점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터빈이 반만 잠기면 더 잘 돌아갈 것 같다고 많이들 하시는데, 사실 완전히 잠겨야 잘 돌아가요.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설명서도 잘 안 읽죠. (웃음) 사용자가 사용하기에는 사실 지금 제품은 불편해요. 어떻게 하면 그들이 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개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우리 상품을 어디에 쓸 수 있을지를 생각해서 같이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서비스 디자인 측면도 고려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은 완성된 게 아니에요. 아직 갈 길이 아주 멀죠. 풀어야 할 문제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Q. 앞서 미국으로 갈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일로 가시는 거에요?

A. 청마소 같은 프로젝트를 미국에서도 해보려고 해요. 저희가 뭘 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어하는지 직접 보여주기 위한 건데요. 내년 7월 프로젝트 런칭을 목표로 12월에 가서 2달 정도 설치하기 좋은 장소를 발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업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Q. 개발도상국을 목표로 한다고 하셨는데 미국을 가시네요.

A. 저희가 지금 내다보고 있는 시장은 캠핑시장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미국에서 캠핑시장이 굉장히 성장하고 있어요. 미국엔 12만 개가 넘는 캠핑장이 있고 매달 50만 명이 캠핑을 가죠. 그리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캠핑을 가면 보통 7일~10일, 장기적으로 머물러서 전기가 더 필수적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전력 지도를 보면 중부에서 서부로 갈수록 산이 많아서 전기가 없어서 저희 제품이 필요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Q. 미국의 반응은 어떨 것 같아요?

A. 사실 미국에 아직 가보지 않아서 예상하는 게 어렵기는 한데요. 지금까지 봐서는 긍정적인 것 같아요. 보스턴에서 오신 VC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MIT의 세미나에서 우리 얘기가 나왔다며 미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지향하는 콘셉트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가봐야 아는 거죠.

 

Q. 사실 조력발전 기술은 어렵거나 새로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노마드 만의 강점이 따로 있다면요?

A. 저희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기계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저희가 그리는 그림은 저희밖에 못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희가 미국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요. 지금은 이걸 개인에게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 기업에 판매해서, 통신이 못 들어오는 지역에 인터넷 존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습니다. 터빈이 설치돼 전기가 안정적으로 나오면 라우터나 브릿지를 연결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노마드족에게 저전력으로 쓸 수 있는 라우터나 스테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해주면 캠핑장이 아웃도어 오피스가 될 수도 있고 이를 문화생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기술적인 부분도 보강하며 쌓아나가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은 잘 못 본 것 같아요.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으로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A.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이 국내에는 많지 않은데 미국에는 많아요. 잉크500(Inc.500)만 봐도 30%가 에너지 스타트업이죠. 우리나라는 정부가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생길 수가 없어요. 사실 한국에서 에너지, 전기라고 하면 큰 발전소를 떠올리시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 하시는 게 있어요. 그래서 신재생 에너지를 한다고 하면, ‘정부 돈 따먹는 애들이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죠. 저희가 새로 만들어보자는 접근 방식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생활하는 데 필요해서 전기를 만드는 만큼 쓰는 사람이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저희 생각을 잘 몰라주시죠.

 

Q. 참 착한 기업인 것 같아요.

A.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가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희는 처음부터 사회적 임무를 가지고 이로운 일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고 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으면 하는 거에요.

저희는 시장의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미국의 휴대용 태양광 발전 회사와 바이오메스 회사가 저희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데 두 회사의 매출이 3년 만에 1만 5천% 늘었어요.

그리고 저희는 저희 제품으로 다양한 재미있는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버라이존(verizon)이나 AT&T 같은 미국 통신회사에서 산간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데 조류발전을 활용하면 1/10의 가격으로 보급할 수 있죠. 조류발전으로 만들어가 수 있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에너지, 제조 쪽이다 보니 상관없는 분야라 생각해서 대부분 관심을 안 가지시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3D 프린트, IoT 등 저희 기술과 접목되면 재미있을 것 같은 분야가 많아요. 이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리는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들이고, 에너지는 활용해서 무언가를 해야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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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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