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꿈 공장 두 곳에서 배우는 창의적 성공의 열쇠
2013년 11월 13일

 

이름부터 꿈의 공장, “Dreamworks”

쿵푸팬더와 슈렉의 공통점은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즐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성인들에게도 엄청난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작품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이 두 작품이, 드레곤 길들이기, 마다가스카, 몬스터 대 에일리언, 치킨런 등과 같은 여러 히트 작품들과 함께, 미국의 드림웍스(Dreamworks, 이하 “DW”)라는 제작사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점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도 사실 이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에, DW가 과연 어떻게 그와 같은 창의적이면서도 재미있고, 게다가 남녀노소를 막론한 모든 이들에게서 엄청난 사랑을 받는 성공적인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DW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 이하 “제프”)가 방한하여 한 대담(대담 전체 TV 방영분 시청은 이 곳을 클릭)을 통해 그 창의적 성공의 공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오늘은 독자들과 이 창의적 성공의 공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초기 기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애니메이션은 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프로세스의 결과물”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보통의 동영상은 초당 30 Frame의 정지 이미지가 순차적으로 재생됨으로써 움직임을 재현하게 된다. 이는 90 분의 Running Time을 가진 영상이라면 [90 (분) X 60 (초) X 30 (Frame/sec)]에 따라 약 16만 장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 때 그러나 필자가 몰랐던 것은, 이 16만 장 이상의 이미지 각각이 (DW의 경우) ‘스토리보드’, ‘레이아웃’, ‘애니메이션(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 ‘라이팅(lighting)’, ‘특수효과’ 등의 총 12 단계의 작업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즉, 90 분간 상영되는 애니메이션 한 편이 제작되기 위해서는 최하 190만 장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 결과, DW의 경우에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데 평균 4 년에서 5 년에 달하는 긴 시간이 걸리며, 그를 위해 총 2,500 명에 달하는 Full-time Artist들이 협업하고 있다고 한다.

제프는 따라서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이지만 그 방대한 프로세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시장에 의미있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들은 비즈니스를 End Product라는 단편적인 것으로만 보는,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 90 분 간의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드는 데에 엄청나게 많은 작업들과 그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유기적 연결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역시 매우 복잡한 Process의 결과물로 탄생한다. 따라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하는 기업가들 역시 자신의 비즈니스 처음에 예상했던 것 이상의 방대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할 것임을 이해하여야 하며, 비즈니스의 창조 과정에서 이 프로세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최적화 해 나아가야 할 것임을 이해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또 하나의 꿈의 공장, Pixar

슈렉과 쿵푸팬더 말고도 우리는 토이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 그리고 라따뚜이와 그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인크레더블에 열광했었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또 하나의 놀라운 꿈의 공장인 픽사(Pixar)가 있다.

영화 산업에서 히트작품은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는다. 10 편의 영화 중 8 편은 실패작으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Pixar의 작품들은 100% 흥행했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Pixar의 사장인 에드 캣멀(Edwin Catmull, 이하 “에드”)는,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Weekly Biz 기사 전문).

 

한 방의 성공은 없다

“픽사에선 3-4 개의 영화 제작이 동시에 진행되며, 영화 하나 하나에 200-300 명이 매달린다. 이 제작팀이 매일 오전 의식처럼 치르는 행사는, 애니메이터와 디렉터들이 그룹별로 작은 영화방에 모여 전날의 업무 진척 상황(미완성 작품)을 발표한 뒤, 상사와 동료의 피드백을 받는 일일 리뷰회이이다. 경영진과 다른 부서 직원도 수시로 참여한다. 소파에 반쯤 누워 커피와 과자를 즐기면서 하는 회의이지만 피드백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영화 하나를 만들기까지 이런 회의를 꼬박 2 년 동안 한다.”

“’두뇌위원회’라는 제도도 있다. 존 래시터(John Lasseter, Toy Story의 감독)등 픽사의 대표 감독 7-8 명이 1 년에 3-4 차례 모여 현재 진행되는 영화 프로젝트에 대해 비평하는 것이다. 그 모토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Brutally honest)’이다.”

즉, Pixar의 성공의 비밀은 그 프로젝트의 진행과정 중 ‘과연 이것이 시장에서 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매일매일 통과토록 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가감없는 피드백과 재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100%라는 기적과 같은 흥행 성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DW 역시 이와 정확히 일치하는 방식으로 흥행 작품을 시장에 선보인다. 제프는 자신들의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적인 영화는 스크립트를 쓰고 난 후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지요? DW에서는 다릅니다. 우리는 스크립트 작업과 동시에 그림을 그려 스토리보드를 만듭니다. 이런 스크립트 작업만 짧게는 2 년 반에서 길게는 5 년이 걸리는데, 우리는 그 동안 수 회에 걸쳐 실제 성우가 아닌 기본적인 목소리만 녹음된 스케치 버전에 대한 시사회를 진행합니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 사내의 극장에 모여 스케치 버전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 때 관객들이 재미있다고 평가한 부분은 더욱 강화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작업을 합니다.”

“일례로 슈렉의 경우에는, 실제 애니메이팅 작업이 진행된 후에 Eddie Murphy를 섭외하여 ‘동키(Donkey)” 캐릭터를 녹음하게 하였는데, 이 동키에 대한 평이 좋아서 슈렉 전반에 걸쳐 동키의 분량을 늘이도록 재작업을 하였습니다. 또, 슈렉의 목소리는 Mike Myers가 녹음하였는데, 녹음 후 Myers가 ‘슈렉의 캐릭터가 너무 평범하고 재미없으니 스코틀랜드 액센트를 섞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이 시점은 이미 전체 중 1/3 가량이 완성된 때였는데, 우리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의 버전을 버리고 재작업을 했습니다. 500만 달러 어치의 작업이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지요.”

DW와 Pixar의 이야기는, 그들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동시에 ‘이게 시장에서 통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함으로써 시장성을 주입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즉, 될만한 것들만 만들어내는 것이 100% 성공의 비밀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린스타트업(기존 경영학에서는 Expeditionary Marketing이라고 불린다, 관련 기존 컬럼)의 개념과 너무도 유사한 과정이다. 비즈니스의 설계에 있어 RP(Rapid Prototyping) 후 시장에서의 학습을 통해 다음 버전을 출시하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Product-market fit을 증진시키는 과정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필자는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만났음에도 효과적으로 시장에 대해서 학습하고 그를 적용한 다음 버전을 출시하는 과정을 적용하는 경우를 마주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초기기업들이, 마치 감독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실사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DW와 픽사의 검증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있으며, 검증과정을 적용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방법론에서 잘못되어 있거나, 시장에서의 Feedback을 효과적으로 해석/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에서는 기업의 역량을 Process라고도 부른다. 이는 기업이 어떠한 Process를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그 Process의 전반을, 그리고 각 과정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지속적으로 최적화하여 나아가느냐 등의 이슈들이 그 기업의 역량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살펴본 DW와 픽사의 이야기는 이러한 Process의 중요성이 창의성이나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에서 역시 변함없이 적용되는 것임을 알려준다. 따라서 초기의 기업이라 할 지라도, 아니 초기의 기업이라면 더더욱, ‘우리는 어떠한 프로세스를 만들어갈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프로세스가 시장에서 될만한 것들만 만들어내기에 충분한가’를 끊임없이 고민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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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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