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는 배경보다도 실력이 우선인 곳이다. 어디 출신인지보다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느냐가 성패의 여부를 가린다.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가족 중에 자신들이 첫 번째 실리콘 밸리 세대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Draper 패밀리는 예외다. Draper 사람들은 물려받은 배경에 안주하지 않는다. 간격을 두고 터지는 피스톤들이 모여 하나의 엔진을 구성하듯이, Draper 패밀리의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Draper"라는 하나의 엔진을 이룬다. 4대에 걸친 Draper 패밀리는 그 자체로 미국 벤처 캐피털의 역사이자 실리콘 밸리를 움직이는 엔진이다.
실리콘 밸리 Draper 패밀리의 역사는 Tim Draper의 조부인 William Henry Draper, Jr.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1, 2차대전 참전과 전후 복구를 내용으로 하는 마셜 플랜에 참여했던, William Henry Draper, Jr.가 미국 서부 지역 최초의 벤처 캐피탈인 Draper, Gaither & Anderson을 설립하면서, Draper 패밀리의 실리콘 밸리 역사는 시작되었다.
Bill Draper (William Henry Draper III) - 한국 전쟁에 참여했었던 역사적인 VC
VC의 살아있는 역사, Bill Draper는 William Henry Draper, Jr.의 아들로 예일 대학과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을 나왔고 학업 마친 후에 군인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 후 그의 아버지가 세운 벤처 캐피털에 직원으로 들어갔지만 1960년대 당시에는 미국에서도 벤처캐피털 개념이 생소했기 때문에 Bill은 직접 방문해서 설명하고 다녀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 밑에서 일하던 Bill은 3년 만에 독립해서 Draper & Johnson Investment Company와 Sutter Hill ventures, 두 개의 벤처 캐피털을 차렸다. 그 두 회사를 통해 Bill은 500개 이상의 하이테크 제조 회사들을 조직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헀다.
벤처 캐피털 외에도, Bill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했다. 미 레이건 정부의 요청으로 미국 수출입 은행(U.S. Export-import Bank)을 맡아 6년간(1981~86년) 일했고, 유엔 개발 프로그램의 수장으로서 10,000개의 국제 국호 프로젝트를 감독하기도 했다. 두 기간동안 Bill은 101개의 개발 도상국을 방문하고 50명의 국가원수를 만났다. 다시 벤처 캐피털로 복귀한 Bill은 벤처 캐피털 펀드, Draper International를 설립하여 업계 최초로 개발도상국(인도)에 투자했다.
Tim Draper (Timothy Cook Draper) -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가 있는 VC
Tim Draper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에서 공부했다. 그의 아버지 Bill이 미국 수출입 은행을 맡게 되면서, Tim은 본격적으로 벤처 캐피털을 운영하게 된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하던가. 자기 아버지가 조부의 회사를 나왔던 것처럼, 얼마 후 Tim은 자기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고 벤처 캐피털 Draper Fisher Jurveston(이하 DFJ) 설립했다. DFJ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30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다.
놀랍게도 Tim은 의사로부터 ADHD/AD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가 있다고 진단 받았다. 짧은 집중력으로 인해 그의 행동은 충동적으로 보인다. 한 번은 그의 여동생이자 배우인 Polly가 각본을 쓰고 있는데, 팀은 자신이 직접 연기를 하는 조건으로 그녀의 영화에 투자했다. 팀은 영화에서 스모 팬티를 입고 300파운드의 거구와 레슬링을 했다. 또, Tim의 투자 방식은 'Spray and Pray'라고 표현되는데, 일단 돈을 뿌려놓고(투자하고) 그것이 성공하길 기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의 투자 성적은 Draper 패밀리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그는 Baidu, Hotmail, Skype와 Tesla Motors에 투자했다. 특히 Tim이 창안한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은 Hotmail과 Yahoo mail의 성공에 기여했고, 이 전략은 비즈니스 업계에서 마케팅 전략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Tim Draper는 벤처 캐피털을 전도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중고등학생들에게 entrepreneurship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18~25살을 대상으로 하는 Draper University of Heroes를 설립했다. Draper university는 혁신가를 위한 8주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Tim을 포함한 여러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졸업생에게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제공하여 모든 학생이 창업할 수 있게 돕는다.
Adam Draper - 아이언맨 슈트를 꿈꾸는 VC
인생의 꿈이 아이언맨 슈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 조금 엉뚱한 청년, Adam은 Tim의 성격을 가장 많이 물려받아 장차 Draper 패밀리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의 누나 Jesse는 "아버지는 항상 위험을 무릅쓰라고 가르쳐 주셨지만 저는 그러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하지만 Adam은 달랐어요. 그는 진짜 겁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Adam은 Xpert Financial의 공동설립자이며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Boost VC의 CEO이다. 현재 Boost VC 는 pre-seed 투자 인큐베이터로 비트코인(가상화폐) 관련 스타트업들을 찾고 있다. Adam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표준 통화가 되기를 희망하며, 그 과정에서 Boost VC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Jesse Draper - 200백만 뷰(view)를 기록한 Valley Girl Show의 호스트
미디어를 전공한 Jesse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Valley Girl Show를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딸린 차고에서 남동생들에게 카메라를 들게 하고 그의 아버지 친구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번은 동생이 팔이 아프다며 에릭 슈미트를 찍던 카메라를 놔두고 도망친 해프닝도 있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인맥에 의지했지만, 이 성공적인 쇼는 그녀에게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었다. Adam은 "저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 아버지가 아니라 누나에게 부탁해요."라고 말한다. Valley Girl Show는 유투브에서 매달 2백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그녀는 주요 네트워크와의 계약으로 TV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Valley Girl Show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Billy Draper - 실리콘 밸리 귀소 본능
Billy는 아버지의 덕을 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때, Billy는 차세대 스필버그를 꿈꾸며 영화를 전공했지만, 자신의 성격이 할리우드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 실리콘 밸리로 돌아왔다. 그는 소셜 플래시 몹을 만들어주는 Mobber.net이라는 스타트업을 만들었고, 지금은 페이스북에서 근무하고 있다.
Strong Ventures의 John Nahm대표가 진행하는 beGLOBAL 2013의 'Fireside Chat with 3 Generations of Global Venture Capitalists - The Drapers'세션 패널로 3대 창업가들이 총 출동한다.
beGLOBAL 2013은 비석세스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인터넷진흥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그리고 스트롱벤처스가 함께 개최하는 'beLAUNCH 실리콘밸리'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포시즌호텔에서 현지시간 9월13일(금) 08:00, 첫 세션을 시작으로 막이 열린다. 본 행사를 위해 한국 스타트업 10팀, 성공한 한국 창업가 및 투자자, 그리고 전세계 테크놀로지 업계의 탑클래스를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