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A CIO At Tesla Motors, A Startup That Builds Cars And Its Own IT" 기사에서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의 CIO 제이 비자얀(Jay Vijayan)은 테슬라의 독특하고 빠르고 유연한 기업 프로세스를 소화할 수 있는 ERP 시스템(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테슬라 전기 자동차 제작 과정 자체가 전통적인 자동자 제조 방식과 다르기도 하며, 타사처럼 딜러 네트워크를 통해 차를 판매하지 않고 직접 고객에게 차를 판매한다. 테슬라만의 이런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현존하는 Oracle이나 SAP ERP가 수용할 수 없어서 테슬라 IT 팀원 250명 이상이 모여 4개월 만에 자사 고유의 ERP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용 중이다.2000년 초 필자는 한국의 자이오넥스라는 벤처기업에서 3년 동안 영업을 했다. ERP와 연관된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개발·구축하는 몇 안되는 - 거의 유일한 - 국내 스타트업이었다. 외산 소프트웨어와 다른 자이오넥스만의 강점은 바로 생산과 제조 프로세스가 독특한 한국의 제조업체에 가장 최적화(super customized)된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 이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당시 이 분야는 SAP가 장악한 시장이었고 SAP 제품은 생산, 회계, 인사 등 여러 업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모듈화하였다. SAP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듈을 각 회사의 프로세스에 맞추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자이오넥스는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최적화시킬 수 있는(Super customization) 유연성과 장점이 있었다. 실제로 이 전략 때문에 - 그리고 외산 제품보다 싼 가격으로 - SAP와의 입찰에서 이겨 프로젝트를 수주한 경험도 있다.
필자가 자이오넥스에 근무하던 시절 ERP처럼 무거운 소프트웨어를 내부적으로 직접 구축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직접하더라도 수 년이 걸리는 일이었다 - 물론 테슬라는 GM이나 Ford 규모의 회사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테슬라 모터스 기사를 읽으면서 10년 만에 세상이 또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빠르게 변화하고 남보다 한 발 앞서가는 회사는 이제 자신만의 독특한 프로세스를 소화하기 위해 내부 IT 시스템도 직접 만든다. 더 놀라운 점은 짧은 기간에 ERP처럼 복잡한 시스템을 직접 제작하는 세상이 왔다. 이게 다 소프트웨어의 눈부신 발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