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유목민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을 일컫는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원격으로 일을 하는데, 하나의 고정된 업무 공간에서 수행되던 과제와 목표를 자신의 집이나 커피숍, 도서관, 심지어 캠핑카등에서 원격으로 수행한다. - 위키피디아 ‘Digital Nomads’
“반드시 하나의 고정된 공간에서 틀에 박힌 업무 시간에 맞춰 일을 하며 일생을 보내야만 할까? 생산성과 개인의 행복 측면에서 더 나은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일하고 살아가는 곳을 자유롭게 선택하며 여행과 새로운 경험을 함께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바로 그러하다. 필자 역시 현재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며 여행과 일을 함께 하는 디지털 노마드 새내기인데, 삶의 질적인 측면이나 자유로운 시간 활용, 새로운 배움과 만남 등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놀라운 삶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필자 블로그: 디지털 노마드, 당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를 허하라).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노마드 인구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이에 관련된 각종 서비스들 역시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 최근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노마드리스트의 새로운 온라인 커뮤니티 해시태그 노마드(#nomads)와 텔레포트(Teleport)를 소개하려 한다.
해시태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기사 ‘12개월 12개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피터(Pieter Levels)가 노마드 리스트에 이어 디지털 노마드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해시태그 노마드(#nomads)'를 슬랙(Slack)에 개설했다(최근 급격한 성장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협업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슬랙은 최근 구글 벤처와 KPCB로부터 1.2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약 11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해시태그 노마드는 11월 1일 론칭 첫날 300명이 가입했으며 17일 현재 약 1000명의 노마드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엄격한 룰이나 격식없이 자유롭게 토론과 정보 교류가 이뤄지는 오픈 커뮤니티로, 현재 전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약 10명의 노마드들이 채널 개설과 밋업 주최 보조 등의 역할을 맡아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관리해 나가고 있다.
가입 과정은 간단하다. 가입신청 후 승인 메일을 받으면 가입절차 완료. 승인 메일을 받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11월 17일 업데이트: 최근 일일 가입자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가입시 15 달러가 청구된다고 하니 참고). 모든 참가자들은 #nomads 채널에 기본으로 가입되고, 좌측 채널 메뉴에서 관심가는 채널을 찾아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채팅창에서 '/join #채널이름'을 입력하는 방식으로도 채널 가입이 가능하며, 이 명령어를 통해 새로운 채널을 오픈하는 것도 가능한데 현재는 관리자들이 채널 오픈 권한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채널을 개설하고 싶다면 좌측의 메시지 기능을 이용하여 관리자들에게 개설을 원하는 채널의 이름과 함께 요청 메세지를 보내면 된다. (필자에게 메세지를 보내도 된다@youjindo)
▲11월 5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번째 노마드 밋업(Source: 노마드 리스트 트위터)
디지털 노마드들의 발길이 많이 향하는 주요 도시와 저렴한 항공권(cheap flight tips), 구인구직(jobs), 밋업(meetups), 스타트업(startups), 컨퍼런스(conference) 등 목적별로 100여개의 채널이 개설되어 있으며, 각 지역별 채널을 통해 밋업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현재 2014년 중에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는 밋업 장소로는 홍콩, 몬트리올, 베를린, 방콕, 치앙마이, 상하이, 암스테르담, 쿠알라룸푸르, 발리 등이 있다. 서울에서는 언제나 열리려나 고대하고 있다. (정식 이벤트도 이벤트지만, '지금 XX 바에 있다고? 나 바로 근처 호스텔에 있는데! 당장 갈게'와 같은 번개도 어마어마하게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들에게는 소통과 구인구직을,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는 동기 부여와 길을 떠날 준비에 필요한 각종 정보 수집을 도와줄 수 있는 믿음직한 커뮤니티가 생긴 셈이다.
텔레포트, 디지털 노마드들을 위한 검색 엔진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스타트업 사람들이 모여 조촐하게 담소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이 날 스피커로 초대받은 실버(Silver Keskküla)는 디지털 노마드들을 위한 검색 엔진 텔레포트(Teleport)의 공동 창업자로, 스카이프 초창기 멤버이자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없는 '진짜' 노마드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현재 모국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약 2억 3천 2백여명에 이르며, 경제활동 인구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이미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와 물질적인 업무 공간의 중요도가 점차 줄고 있고, 여행을 하며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들과 또다른 기회를 찾아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지난 10년 간 원격으로 일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실리콘밸리의 팔로 알토에서 집세로 내고 있는 금액이면 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해 매주 다른 도시에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낯선 곳으로의 이동은 만만치 않은 일이며, 미리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실버는 구글 검색에 몇 주를 거뜬히 보내는 현재의 이동 준비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텔레포트의 슬로건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People should be able to move so freely)"이다.
개인의 생애 주기에서 정기적으로 지출하는 금액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거 공간과 세금이다. 텔레포트는 '지리적 차익 거래(Geo arbitrage)'의 개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한 발만 움직이면 지출 규모가 확연하게 달라지는데, 이를 위해 사람들이 이동을 할 때 투자하고 있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겠다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스웨덴의 경우 개발자는 일년 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스타트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각종 비자 및 세제 혜택을 시행 중인 나라들도 많다. 지리적 차익 거래의 개념은 개인이 아닌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해당되는데,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받는다 해도 그 중 상당한 금액을 사무실 임대 비용에 소비하게 된다. 팀원들이 주거 공간에 지출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사실 현명한 의사결정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
유저들은 텔레포트에서 비자와 세금에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주거지, 대중교통 수단,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 예상되는 생활비 등의 정보를 한 곳에서 수집할 수 있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를 위시한 실리콘밸리 지역을 우선 타겟으로 테스팅 중에 있으며, 차차 지역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텔레포트의 공동 창업자 세 명은 모두 스카이프 출신으로서, 이 중 실버를 제외한 스텐(Sten Tamkivi)과 밸러지(Balaji Srinivasan)는 과거 벤처캐피탈 앤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이 덕분인지 지난 5월 텔레포트는 앤드리센 홀로위츠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 9월에는 SV 엔젤(SV Angel)과 시드캠프(Seedcamp)등으로부터 추가로 투자를 유치하며 총 2.5M 규모의 시드 라운드 자금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디지털 노마드들을 타겟으로 한 서비스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을 위한 여행사 워크어웨이(Workaway)나 원격근무하는 팀원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 스퀴글(Sqwiggle)도 흥미로운 서비스인지라, 다음 순서에 차근차근 다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