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3일, 양재동 aT센터에서 대한민국 최대 IT벤처 컨퍼런스 beLAUNCH 2012가 개최되었다. 정현욱 beSUCCESS 대표의 행사 소개와 동시에, 컨퍼런스의 첫 세션으로서 한국 벤처캐피탈계의 큰손인 고영하 고벤처 회장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인 Altos Ventures에서 온 Han Kim과의 대담, '집중대화'가 한국경제신문 임원기 기자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고영하 회장은 요즘 경제계에서도 화두는 단연 스타트업이라며, 이들과 반대선상에 있다고 여겨지는 공기업들조차도 향후 10,20년간의 한국경제에서 희망을 스타트업에서 찾고 있다고 서두를 꺼내며, 한국에서는 창업인에 대한 지원이 많지 않음을 우려했다.
그가 바라본 지금까지의 한국 경제상황은 많이 회의적이었는데, '부자'의 숫자는 줄고 집중도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인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10년 전 인터넷이 갓 대중화되었을 때와는 달리, ‘Social, Mobile, Cloud’ 의 시대가 오면서 24시간 몸에 컴퓨터를 지니고 다니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10년 전에 창업을 하려고 했을 때에는 장비 등 많은 부대비용의 필요로 인하여 창업 자체가 자본금의 압박으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면, 요즘은 기술, 디자인 그리고 개발력이라는 핵심요소만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년 전부터 불게 된 벤처창업 붐과, 해외 VC들의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의 증가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지금은 영웅이 필요한 시대, 10~20년 내 한국에도 잡스, 주커버그와 같은 영웅이 나타나길”
2006년 한국에 투자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매년 1~2개정도의 프로젝트에 투자중인 미국 벤처캐피탈 Altos Ventures의 Han Kim은 '실리콘밸리에서도 과거에 실패한 경력이 마이너스가 되냐'는 질문을 받고서, ‘실패 자체보다는 과정,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 일하며 어떤 경험을 쌓고, 그 모티베이션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오히려 젊은 나이에 창업했다가 실패를 통해 좌절하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하고, 그것을 통하여 청년들이 배울 수 있다면 실패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한, 창업가는 많은데 함께할 창업자가 없다는 지적에 고회장은 한국 투자 생태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기업가 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으면서 성장하는 반면, 한국의 교육은 오로지 입시 등에만 특화되고, 기성세대 또한 자녀에게 고시나 대기업 취업과 같은 안정된 직장만을 좇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년창업 희망자의 수는 자연스럽게 적을 수밖에 없고, 마음이 맞는 팀원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는 것 또한 어렵다. 그는 또한 팀과 그 구성원을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Han Kim은 스스로의 위치를 떠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 능력이 있는지, 보충해 줄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회사가 시작할 때는 팔방미인이 각광받지만, 막상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특정 분야에서 특화된 , 즉 자신보다 뛰어난 전문가를 영입하게 되는 시점의 딜레마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야말로 더욱 큰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라 설명했다.
고영하(회장, 고벤처) ”정부 주도하에 한국 벤처 생태계 구축해야”
Han Kim(Altos Ventures) “기업 스스로도 경쟁력 갖추어 진화해 나가야”
반면, 한국의 투자환경 정착과 생태계 구성에는 고회장과 Han Kim이 각자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고회장은 연간 1조원규모의 벤처캐피털이라는 비교적 충분한 초기투자자금에 비교하여, 앤젤투자 자체는 한국의 앤젤투자는 벤처캐피탈 대비 3%로 절대적으로 불균형이라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중간규모이상의 사업이 투자가 받기 힘든 이유는 우량기업의 부재임을 지적했지만, 오히려 초기투자 유치 이후 성과를 가지고 새로운 투자자를 설득할 준비가 된 기업이라면 중간규모 이상 투자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고회장은 가능성 있는 기업을 키워내는 초기투자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우려했지만, Han Kim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초기투자, 중간 투자 모두 어렵고 힘들어야만 경쟁을 통해 열성기업들이 도태되고, 잘 되는 회사를 보면서 더 큰 규모의 투자환경이 형성되기 때문에, 지금의 무분별한 정부 투자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정부지원을 받는 것이 결국 10년 전의 닷컴 버블 악몽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에 대해서 고영하 회장은 한국은 사회복지/청년실업이 화두인 만큼 일을 해보려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오히려 득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 정부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간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일 것이라 충고했다. 반면, Han Kim은 ‘투자사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극대화 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Venture Capitalist로서의 의견을 제시했다.
‘고벤처 포럼’을 통해 예비 창업자들과의 교류가 잦은 고회장은 “대화를 하다보면 많은 수의 창업자들이 창업은 하였으나 동업 계획서조차 쓰지 않고 성과가 가시화되며 문제가 생기고 불화가 생기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투자받은 자본을 자신의 자본으로 여기는 순간 사업은 백전 백패한다는 점, 이에 따른 창업 교육과 사회적 차원의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영웅이 없는 시대”임을 지적하며, 한국에도 10년이나 20년 안에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나 주커버그 같은 영웅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대담을 마무리하였다.
*이 글은 beLAUNCH 2012 기자단 박도형 님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