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론치(beLAUNCH)에서 이름을 바꾼 후 국내에서 첫 번째로 개최된 올해의 비글로벌(beGLOBAL)이 성황리에 막을 내린 지도 벌써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비론치가 개최될 때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은 그야말로 다이내믹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비석세스 팀이 겪어야 했던 최초의 큰 도전은 첫 회 비론치의 스타트업 배틀 우승팀에 약속되었던 1억 원이라는 금액의 투자가 전환사채(Convertible Note 혹은 Convertible Bond, 이하 CB)로 지급되기로 하면서 일어났던 몇몇 언론사들의 비판적 보도였을 것이다. 물론 해당 언론사와는 좋은 관계로 마무리되었고, 또 결론적으로 보면 해당 보도가 당시 비론치의 홍보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기에 지금은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에 비해 국내의 초기 기업 투자시장이 상당히 성숙되었고, 그에 따라 초기 기업의 기업가들 역시 다양한 투자방법들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서 당시와 같은 CB에 대한 반감은 많이 줄어든 것이 관찰된다. 그러나 여전히 CB가 어떠한 형태로든 상환에 대한 협약을 전제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선호하는 투자유치 방법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CB는 그와 같은 상환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그 전환의 측면에서 역시 그 투자유치를 하는 기업가들과, 또 투자자(주로 VC)들에게 역시 상당히 주의해야 할 투자 방법이다.
CB의 전환이 가져오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 라운드(Round)가 진행될 때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지분의 희석(Equity Dilution)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지분희석에 대해서는 스트롱벤처스의 배기홍 대표가 이미 잘 정리하여 비석세스를 통해 소개한 바 있으므로 본문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기로 한다.)
그를 위해 Eunse Inc. 라는 가상의 스타트업을 가정하고, 이 스타트업의 지분이 각 라운드에 따라 어떻게 희석되어가는지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때, 계산 및 이해의 편의를 위해, Option Pool은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아래 표 1은, Eunse Inc.가 초기 투자 라운드(Seed Round)에서 3,000만 원(0.3억 원)의 투자를 6%에 유치한 후, 이후 시리즈 A, B, C 라운드에서 각기 10억, 100억, 그리고 500억 원의 Post-money Valuation에 모두 각 라운드의 20%에 해당하는 2억, 20억, 그리고 100억의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시리즈 C 이후에도 Eunse Inc가 잘 성장하여 결국 1,000억 원이라는 금액에 100% 지분을 매수하며 엑시트하였다고 가정하는 경우의 지분구조 변화를 나타낸다.
표 1 Eunse Inc. 지분희석 예시 (통화 단위: 억 원, 주식 수 단위: 주)
이때, Eunse Inc.는 60,000 주를 시드(seed)투자자에게 제공한 후(이 시점에 법인 설립을 가정하여 신주발행이 아닌 것으로 가정) 시리즈A 이후 각 라운드마다 각각의 투자자들에게 250,000주, 312,500주, 그리고 390,625주를 신규발행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각 라운드마다의 투자자들은 해당 수만큼의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Eunse Inc.의 20% 씩을 소유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제 CB로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자.
아래 표2는 시드 투자 이후에 CB로 1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 계산의 편의를 위해 해당 CB의 Cap (가치취득 상한선, Valuation Cap)은 10억 원이며, 만기(Maturity)는 1년이라 가정하자. 이는 해당 CB가 발해 후 1년이 돌아오는 시점까지 상환되거나, 혹은 주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만약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 투자자는 Eunse Inc.를 최대 10억 원의 밸류에이션에 평가하여 그중 1억 원의 주식, 즉 10%를 취득할 수 있다.
표 2 CB로 1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경우 (통화 단위: 억 원, 주식 수 단위: 주)
위 표 2에서, Eunse Inc..는 CB 투자 유치 이후 시리즈 A 투자자(존이라 하자)와 순조로운 협상을 거쳐 10억 원의 밸류에이션과 그중 20%, 즉 2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CB는 투자 유치 이전에 주식으로 전환되어, Eunse Inc.는 CB 투자자에게 시드라운드에서의 주식총수(#Stocks Outstanding)에 111,111주의 신주를 발행하여 제공하게 된다. 그 이후 Eunse Inc.는 다시 새로운 주식총수인 1,111,111 주로부터 존의 투자에 대한 신규 지분을 신주로 발행(277,778주)하고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CB가 이렇게 명확하게 전환되지 않고, Pre-money 안에 숨어있다가 시리즈 A에서 해 존과 함께 전환되는 경우 매우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표3 CB가 시리즈 A에서 전환되는 경우 (통화 단위: 원, 주식 수 단위: 주)
위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CB가 시리즈 A에서 존의 투자금과 함께 전환됨으로써, 이제 해당 라운드는 실질적으로 2억 원의 라운드가 아니라 3억 원의 라운드로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존은 2억 원을 투자하여 표1에서와 같은 250,000 주를 취득했지만, CB와 함께 투자한 것처럼 되어, 그가 실제 획득하게 되는 지분율은 20%가 아닌 18.37%로 낮아지게 된다.
이는 투자계약서(Term Sheet)상에 Pro-rata를 심어 다음 라운드에서도 자신의 지분율을 가능한 한 높게 유지하려 할 정도로(물론 기업이 잘 성장하고 있는 경우에) 지분율에 예민한 VC들에게 상당한 골칫거리가 된다. 아울러, 앞 표 2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엑시트 시점에서의 수익률(ROI) 역시 6,300%에서 5,778%로 크게 낮아지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CB는 투자자가 기업의 초기 단계에 투자함으로써 경험하게 되는 위험을 가능한 한 낮추어주고, 그를 통해 투자를 진작할 수 있는 장치임은 틀림없다. 아울러, 브래드 펠드(Brad Feld)가 그의 블로그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기업가들이 이와 같은 CB의 성격에 대해 미리 이해하고 있는 경우, CB는 VC 투자 유치에 앞서 자신의 밸류에이션을 적정하게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CB의 전환 시점과 관련된 모호함과 그 시점에 따른 향후 투자유치 과정에서의 주안점들은 기업가들과 투자자들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가들은 CB의 이와 같은 특성을 이해하고, 앞으로 투자 유치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예상해 투자 유치에 앞서 미리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