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iPhone 6)는 화면이 더 커진다는 믿을만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는데 이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한테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작은 화면을 가진 기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눈이 어지럽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동시에 사용할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너무 간단하지는 않은 서비스를 만드는 건 진짜로 어려운 지상과제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완성도도 높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스마트폰이다. 안드로이드폰들은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 화면이 커진다는 건 그만큼 컨텐츠를 소비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큰 장애물 하나가 낮아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건 어렵다. 화면이 커지면 ‘소비’의 경험은 많이 개선되지만, 소비만큼 더 중요한 ‘창작’의 문제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은 컨텐츠 소비에는 최적화된 기기이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즉시 켰다가 컨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화면이 작아서 소비하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은 존재하지만 그래도 작은 화면이 컨텐츠 소비를 막는 큰 장애 요소는 아니다. 다들 숨 쉴 공간조차 없는 서울의 지옥철에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얼굴을 고정하고 컨텐츠를 소비하고 소화하고 있는 게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작에서는 스마트폰은 매우 비효율적인 기기이다. 작은 화면도 문제이지만 더 큰 건 창작의 기본 입력 도구인 키보드가 없어서 별도의 키보드가 필요한데 이걸 따로 가져 다니는 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나는 virtual 키보드는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이메일을 쓰는 것도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웬만큼 급한 게 아니라면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작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메일 소비는 엄청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사양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PC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현재로써는 포토샵이나 아주 무거운 창작 프로그램들을 돌리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서 예술적 창작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시도는 해봤지만 절대로 폰을 사용해서 블로깅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PC에서 작성한 블로그를 폰으로 소비하고 검토 정도는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창작이 힘든 건 아니다. 사진 위주로 되어 있는 컨텐츠를 창작해서 올리거나, 아주 짧은 내용의 글을 쓰거나 아니면 동영상 위주의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행위는 오히려 스마트폰에서 더 쉽고 간단하게 할 수가 있다. 여기에서 바로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의 모바일 제품으로서의 강점이 여지없이 두각된다. 이 3개의 서비스는 모바일 환경에서 '창작’이 직면한 어려움을 아주 훌륭히 해소하고 창작과 소비를 동시에 가능케 하는 서비스로 발전해서 전 세계 모바일 유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사진, 동영상 그리고 140자라는 아주 파워풀한 창작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에는 하루에 평균 6,000만 개의 사진이 업로드 되며 바인(Vine)을 통해서 트위터에는 하루에 1,200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니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소비뿐만이 아니라 창작까지 가능케 하는 모든 특성을 갖춘(full-blown) 플랫폼인거 같다.
모바일 서비스를 현재 기획하거나, 개발하거나 아니면 이미 서비스하고 있다면 이 창작과 소비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우리 제품이 ‘소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 ‘창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 아니면 두 가지를 다 가능케 하는 건지에 따라서 여러 가지 고민해야 하는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새는 누구나 다 “모바일 퍼스트, 모바일 온리(mobile first, mobile only)”를 외치고 있지만 (실은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었다) 솔직히 말해서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을 먼저 하거나 모바일만 할 필요는 없다.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제품을 생각해 보자. 링크드인은 아직까지 모바일 환경에서는 강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바일에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소비만을 하고 있고, 창작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링크드인 모바일 앱을 사용하지만, 내 이력서를 올린다거나 내 경력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C와 같은 큰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링크드인 사용자들에게는 이 창작활동이(=자기 이력서를 매력적으로 꾸미기)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용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링크드인 실적 보고 내용들을 자세히 보면 ‘모바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더 큰 기기에서의 창작활동이 링크드인 비즈니스한테는 더 의미가 있고, 모바일은 현재까지는 단순 소비를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런 류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굳이 모바일에 처음부터 무리해서 큰 투자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바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엄청나게 중요하다. 앞으로 세상은 모바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비인가 창작인가 아니면 두 개를 다 하는가 또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하고 여기에 모바일을 절묘하게 잘 부합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사진, 동영상 또는 짧은 글 위주의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성공하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미 이 분야 최고의 강자들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Facebook), 트위터와 유튜브가 너무나 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 완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고 있기 때문에 웬만큼 잘 만들지 않으면 절대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jydesign.com/hci-design-the-growing-tension-between-consuming-vs-creating
원본 출처 = http://www.thestartupbible.com/2014/07/consumption-vs-creation-the-mobile-ridd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