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이 선택한 세계 1위 ‘가상 패션’ 스타트업 – 클로버추얼 부정혁 대표 인터뷰
2014년 07월 30일

슈렉이 무려 10년간 단벌 신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래도 엄연히 속편이 세 개나 나온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데 슈렉은 잠옷을 외출복으로 입고 다녔다. 과거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주인공에게 여러 옷을 갈아입히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었다. 매 순간의 움직임마다 다른 그림을 그려 이어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디즈니와 같은 세계 정상급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마저 겪고 있었던 이 난제를 풀어준 것은, 놀랍게도 국내 기업인 클로버추얼패션이었다. 이들이 만든 3D 가상패션 솔루션을 사용해 주인공들의 옷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의 화려한 푸른 빛 드레스에도 클로버추얼패션의 솔루션이 활용됏다. 이번 달 초 45억 원의 후속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하기도 한 클로버추얼의 부정혁 대표를 만나봤다.

DSC_0401▲클로버추얼 부정혁 대표

- 클로버추얼패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클로버추얼패션은 기본적으로 3D 가상 의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가진 회사예요. 이 기술을 통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인물이 입고 있는 옷들을 제작하는 '마블러스디자이너(Marvelous Designer)'와 실제 의류 업체에서 옷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클로쓰리디(CLO3D)'라는 두 가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요.

- 겨울왕국의 엘사 드레스가 클로버추얼패션의 기술로 완성됐다는 걸 듣고 놀랐어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선택한 기술을 국내 기업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요.

가상 패션 분야에서만큼은 클로버추얼패션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가상 패션 분야에서는 현재 경쟁자가 없기도 하고요. 몇 년 전까지만해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애니메이션 등장인물들의 의상이 굉장히 단순하고 다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 기존에 있었던 기술적 한계라면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옷은 바느질의 재봉 상태, 각 원단마다의 고유한 물성, 다림질 선, 중력과 같은 아주 미묘한 차이에 의해서도 그 모양이 달라져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재봉을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고, 천의 물리적 표현은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 수 있는 툴을 만들었죠. 사용자가 바느질을 하고 나면 그 상태에서 중력 조건에 따라 자연스러운 주름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주 복잡한 수학적 연산이 들어가게 돼요. 저희 솔루션이 도입되면서부터 실제로 애니메이션 영화에 등장하는 의상 수준이 높아졌어요.


▲CLO3D의 가삼 샘플 제작 과정

- 옷의 생산 과정이나 섬유의 성질에 대해서도 굉장히 잘 알아야 할 것 같네요.

그래서 저희 회사는 인력구조가 특이해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일대일 비율입니다. 실제 옷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드는 솔루션이기 때문에 업계 사람들의 니즈를 섬세히 반영할 수 있죠. 개발팀이 만들면 디자이너팀이 직접 사용해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3년 겪었어요. 이제는 경험치가 많이 쌓였죠.

- 겨울왕국, 호빗 말고도 또 다른 재밌는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동영상이 나이키 광고인데, 거기서 저희 솔루션이 사용됐어요. 피파 온라인 게임사에서도 선수들 의상을 저희 걸로 만들었고, 이번에 드림웍스에서는 <쿵푸팬더> 속편에 나오는 의상 제작에도 저희 솔루션이 활용됩니다. 쿵푸팬더에 나오는 동물들이 옷을 얼마나 많이 입을지는 알 수 없지만요.(웃음)


▲2012 런던 올림픽 홍보 영상,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 의류 업체에서는 클로버추얼패션의 솔루션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고 있나요.

자동차, 건축, 선박을 제조하는 곳들에서는 모두 그래픽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도입됐어요. 하지만 패션 분야에서는 여전히 실제 천을 재단하고 꿰매서 샘플을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겪었죠. 저희 솔루션을 이용하면 3D 가상 샘플을 보고, 수정을 거쳐서 실제 제품을 생산해내면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요. 현재 세계 패션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저희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고, 점차 다른 곳들도 따라오게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 장벽이 꽤 높은 기술이다 보니 개발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많이 걸렸을 것 같아요.

지금의 완성도를 갖추기까지는 15년 정도 걸렸어요.(웃음) 그래도 충분하진 않아요. 시장에서는 아직도 컴플레인이 들어오니까요. 그래서 현재 개발팀 스케쥴이 3년이나 미리 잡혀있어요. 저희가 CG, 의류 산업, 쇼핑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다 보니 업계마다 원하는 니즈가 제각기 달라요. 계속해서 보완해나가고 있죠.

- 가상 패션 분야의 향후 트렌드는 어떻게 내다보고 계시나요.

다른 산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만큼, 패션에 3D를 도입하는 시도들은 계속해서 있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충돌이 있고,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 일류 기업들이 가상 패션 분야에 먼저 투자를 하는 추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흐름이 대중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 3D 프린팅 기술로 누구나 1인 디자이너, 1인 공장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어요. 현재는 기업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솔루션이지만, 개인을 상대로 하는 B2C 서비스로도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물론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기 어렵겠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의류를 디자인하고 샘플링해볼 수 있는 툴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 작업 중에 있어요.

- 클로버추얼패션의 솔루션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것 같습니다. 애초부터 해외 시장을 선점하자는 목표가 있으셨나요.

해외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했었어요. 사실 해외 홍보를 할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제품을 필요로 하는 몇몇 업체들을 위주로 솔루션을 나누어줬었는데, 그곳들이 자발적으로 유투브 동영상을 올리면서부터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말인가요? 좋은 기술의 힘이네요.

루이비통이나 나이키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알음알음 찾아오더니 어느새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한번은 청바지 브랜드인 디젤 회장이 사람들한테 저희 솔루션에 대해서 막 설명을 했더니, 경쟁사가 바로 그 다음 날 자기들이 먼저 도입하겠다고 기술 요청을 해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다음 주에 바로 프로젝트 수행하러 갔죠. 아바타를 만든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이나 소니 플레테이션, 코오롱 같은 곳도 저희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과 유럽에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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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토박이 기업으로서 해외 진출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아직 성공을 거뒀다고는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어쨌든 직접 가서 만나야 한다는 점이에요. 한국 기업들은 해외 고객을 만나면 '이 물건을 꼭 팔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데, 그렇게 되면 잡상인에 불과한 거거든요. 일단 직접 만나서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공감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유럽 쪽에서는요. 저희 같은 경우도 고객사가 판매 사원이 아니라 자기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환영해주고, 웬만한 건 모두 이야기해주는 편이에요. 거기서 많이 배우고요.

또 현지 문화와 한국의 문화 양 쪽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양 쪽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일이 수월해지고 진출 속도가 빨라지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클로버추얼패션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은 다행히 얼마 전에 두번 째 투자 유치를 해서 조금 더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를 데리고 오는 것이 첫번째 목표예요.

두번째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 영업에 나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들어오는 제의들을 받아들이는 것만 해도 벅찼었는데요. 올해 초 첫 뉴욕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이번 달에는 중국 지사를 세웁니다. 주요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 홍보 세일즈를 시작할 생각이예요.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유럽이고, 아시아 영업의 중심은 중국이예요. 미국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관련하여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하고요.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다른 전략을 채택해야하기 때문에 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클로어버추얼패션의 최종적인 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한국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서비스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제 오랜 꿈입니다. 가상패션은 앞으로 온라인 쇼핑이나 게임 등을 통해서 더욱 크게 활용될거예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저희가 이 분야를 리드하고 있어요. 이제 전세계인들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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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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