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폰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일겁니다. 아이폰3GS를 산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해온 게임이 천 개는 족히 넘을거에요. 일주일에 거의 3~5개 이상 새로운 게임을 구입하거나 받아보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하는 Clash of Clans는 굉장합니다.
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다른 게임 먼저 까보죠..
흔히 부분유료화 모델에서 잘 하는 실수중 하나가 "내가 이 게임 하면서 돈쓰면 병신이다" 같은 기분 들게 만드는 경우죠. 억울함 없게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잘 못만든 게임으로는 G5 Entertainment의 Virtual City - Playground가 있습니다.
Virtual City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돈을 지속적으로 빨아낼 게임이 필요했나본데, 돈을 써서 게임내 크레딧을 사지 않으면 진행이 힘들게 만들어놨습니다. 예를 들어 유료 건물을 만드는 퀘스트 등을 집어 넣어서.. 게다가 중간중간 버그 때문에 클리어한 퀘스트도 (차고 업그레이드 관련)클리어 안했다고 옆에 남아있는데 짜증나더군요. 제가 오죽 빡쳤으면 이 게임 제가 지워버렸습니다. 아 이자식이 잘때도 알림창 띄워서 게임하라고 부르잖아요. 나 돈 쓰기 싫다니까? 이 쓰레기 사기꾼들아! 아무튼 이런 머저리같은 설계는 보이콧되어야합니다.
이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최근 나온 게임중에선 Era of Sail이 있습니다. Flight Tycoon을 제작한 Dream in Game에서 만든 게임인데.. 전작처럼 게임은 무료 배포하고 IAP(In App Purchase)로 돈 버는건 마찬가지지만 원작보다 더 상업적으로 변했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이런 지랄맞은 퀘스트는 좀 없애버렸으면 좋겠어요. 제일 싫음. 거기다가 옆에 다른 퀘스트 영역 비어있는 버그 하며.. 이 게임도 업데이트 이후로 망조가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은요, 재미있어야지 억울하거나 반감이 들게 하면 안되죠. 여튼 이런 게임들 하다가 Clash of Clans를 해보니까 자동으로 돈을 꺼내 바치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이 게임이 왜 굉장한지 한번 보죠.
일단 그래픽도 흠잡을 데가 없죠. 전 일단 로딩 화면에서 깜짝 놀랬는데요, 다른 농장류 게임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로딩이 빠릅니다. 정말 말 그대로 라이트닝 패스트. 특히 저 지랄맞은 Era of Sail이나 Flight Tycoon이랑 비교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에요. 에.. 아마 Simpson - Tapped Out인지 Spring Field인지 그거 로딩 속도에 질려보신 분이라면 이 게임 켜봤을 때 으악 하고 놀랄겁니다. 진짜 엄청 로딩이 빠릅니다. 특히 멀티태스킹 이후 다시 로딩할때 속도가 대단해요. 체감상 1~2초?
게임 시스템은 일단은 전형적인 농장 시스템이나 전략 시뮬레이션이랑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자원 생산하는 건물이 있고, 몇분마다 한번씩 수확해서 그 돈으로 다른거 짓고, 업그레이드하고, 뭐 그런 식이죠.
저기 가운데에 있는 제일 큰 건물이 마을 회관입니다. 7시 방향의 죽 늘어선 파이프 달린 건물들이 엘릭서 추출 건물이구요, 12시에서 3시 방향으로 주루룩 보이는 건물들이 골드 캐내는 광산입니다. 그리고 저것들을 캐내서 마을회관 옆에 마련된 골드와 엘릭서 보관하는 건물에 모아두는거죠. 그게 화면 우상단에 보이는 골드, 엘릭서입니다. 게임의 주요 자원이지요. 그 바로 아래 보이는 녹색 보석은 이 게임내 현질 자산입니다. 주로 생산 속도를 빠르게 해주거나, Builder's Hut을 추가로 생산하는게 사용됩니다.
번 돈으로 건물을 더 지을 수도 있지만 병력을 뽑아서 적을 공격하고 약탈할 수도 있습니다. 12시 방향, 9시 방향, 6시 방향에 보이는 붉은색 건물에서 병력을 뽑아다가.. 7,8시 방향의 모닥불 있는 넓은 곳에 모으로, 요걸로 쳐들어가는거죠. 화면 좌하단의 Attack! 버튼을 누르면 이 게임을 하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마을을 자동으로 검색하여 골라 쳐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돈을 약탈하여 우리 저장고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셈.
이 게임을 즐기며 발견한 몇가지 감탄할 점에 대해 좀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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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1. 예행 연습
이 게임을 시작할 때 다른 플레이어가 쳐들어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쳐들어올 수 없게 이틀간 쉴드가 발동됩니다. 그리고 튜토리얼 도중 마을에 고블린들이 공격해오고, 그걸 반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싸우는 방법을 익힐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요렇게 좌측의 Find a Match 버튼을 눌러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마을을 공격할 수도 있고, 우측처럼 고블린 마을을 토벌할 수도 있습니다. 심심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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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2. 제한 시간
전투는 반드시 제한 시간 3분 안에 끝내야 합니다. 이렇게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적은 유닛으로 천천히 전멸 시키는 공격 행태를 방지할 수가 있죠. 예를 들어 공중 유닛 하나를 띄워서 대공 방어가 없는 기지를 천천히 쑥밭으로 만든다던가, 방어탑 없는 곳에 고블린 한마리를 보내서 천천히 부수는 식의 플레이를 막았습니다. 그래서 암만 약한 상대라도 자기쪽 병사 출혈을 각오하고 쳐들어가도록 짜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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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3. 휘발성 유닛
전투에 투입한 유닛은 모두 사라집니다. 전투가 끝난 후에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기지로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강한 유닛을 떼로 집어넣어 힘으로 압도한 다음 다음 전투에 계속 집어넣는 식의 쉬운 플레이를 막았지요. 고랩 유저의 경우 P.E.K.K.A 같은 고가의 유닛을 여럿 뽑아서 싹 밀어버리면 다음 전투에 또 넣고 또 넣고 계속 이길 수 있잖아요. 반드시 공격 후에 또 유닛을 생산해야 하는 준비 과정을 거치도록 만들어서 게임의 지속 시간을 늘렸습니다. 이거 중요합니다. 디아블로3가 한국 시장에서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꺼진 사례를 보세요. 게임 컨텐츠가 너무 빨리 소비되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죠. 요 경우 의도적으로 게임 시간을 지연시킨겁니다. 또한 약한 상대를 마구잡이로 공격하지 않고 공격대비 효용을 저울질 하도록 생각할 거리를 만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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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4. 빡침 방지
적의 공격으로 많은 피해를 본 상대방 마을은 자동으로 '쉴드'가 발동됩니다. 이 기간동안은 적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지요. 게임을 잠시 꺼두고 몇시간 후에 들어와보니 승점이 다 떨어지거나 자원이 모두 털려서 망연자실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내가 남에게 쳐들어갈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이 막 15만 골드 이런식으로 모아놓은걸 보고 고블린을 투입해서 싹 쓸어버렸다- 이 경우 저는 15만 골드를 얻지만, 적이 15만 골드를 모두 털리는건 아닙니다. 아주 일부만 돈이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남아있지요. 빡쳐서 관두지 않게 하는, 플레이어가 다시 재기할 기회를 주는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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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5. 인과응보
많은 적을 약탈하여 재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적에게 공격 목표가 되기 쉽습니다. 돈이 적으면 공격할 가치도 낮으니까요. 투입한 병사만 아까운거죠.. 돈 많은 적을 공격하여 떼돈을 벌기는 참 쉽지만, 돈을 소모하는 속도는 빌더의 숫자와 비례하여 상대적으로 아주 느립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놓는다고 좋은게 아닌거죠. 돈을 많이 벌었으면 바로바로 써야 합니다. 그래서 빌더가 작업을 완료했다고 알림이 뜨면 번개같이 게임을 켜서 돈을 소모하게 합니다. 위 스샷의 경우 거의 떼돈을 벌다시피 한겁니다. 저같이 레벨 낮은 사람이 저렇게 많은 돈을 들고 있다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공격하려고 들겠지요.
와, 무려 18만 골드나 갖고 있네요. 고블린 76마리를 투입해서 싹 쓸어담고 싶네요. Next 버튼 계속 누르다가 이런 보물상자 보면 환장합니다. 남의 돈 많이 털어먹었으면 이제 당할 차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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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6. 항상 손 닿는 곳에..
플레이어가 자리에 없을 때만 공격이 들어옵니다. 게임을 꺼두면 공격을 받을 수 있는거죠.. 심지어는 켜놓고 몇분 지나면 자동으로 물어봅니다. "거기 누구 있나요? 있으면 버튼을 눌러서 리로드하세요." 켜놓고 안심하고 밥먹으로 갔다간 공격당하는 거지요 ㅎㅎ 이런식으로 항상 게임을 가까이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중독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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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7. 복수심
다른 플레이어에게 마을이 공격 당하면 푸쉬 알림으로 알려줍니다. 바로 확인하고 응징하러 들어가게 되지요.. 이런게 바로 이게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게 된 이유인것 같습니다. 그냥 작물이 다 익었다고 알려주는 일반 농장 게임이랑 차원이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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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8. IAP 단위 장난
게임을 하다 보면 골드로는 Builer's Hut을 두개 밖에 지을 수가 없습니다. 더 지으려면 젬이 500개가 필요한데요, 참고로 IAP(앱 내부 결제)로 젬은 500개, 1200개, 2500개, 6500개 단위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작시에 기본으로 주는 젬이 200몇개 있어서, 젬 1200개를 10달러에 지르면 젬 500개짜리 빌더 건물을 세개까지 더 지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5개 꽉 채우는거죠. 근데 하나 지으니 이놈 가격이 젬 1000개로 올라버리네요 -_-;; 아오. 사람 참 잘 낚아요. 하지만 희망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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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9. 잔돈벌이
이 게임은 쓰레기를 치우면서도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위 화면은 제가 젬 999개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나무를 치웠더니 젬 2개를 얻어 1000개짜리 빌더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 상황입니다. 유료로 결제하면 쉽게 젬을 얻을 수 있지만, 유료 결제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놔야 사람들이 좋아하지요. 비록 그게 너무 푼돈이라 쓸모가 없을지라도.. 이런식으로 티끌모아 태산을 느끼게 해주네요. 처음에 주는 200여개의 젬, 그리고 10달러에 1200개라는 젬 갯수도 정말 정밀하게 계산한 분량인것 같습니다. 천재들. 아무튼 빌더 헛을 하나 더 짓고나니 마지막 1개를 더 지을 수 있는데, 그거 가격은 젬 2000개입니다. IAP으로 1200개를 질러서 모으느냐, 2500개를 질러서 남기느냐 고민해야하죠? 아주 악독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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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10. 반면교사, 학습
남의 마을을 공격하며 "난 이렇게 허접하게 만들지 말아야지" 하며 생각할 수도 있고, 랭킹이 높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마을을 살펴보며 학습을 하는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리플레이 기능을 통해 남들이 내 마을을 어떤 과정을 통해 부쉈는지 돌려보며 기존의 시설물 배치를 고민하고, 트릭을 고안하는 식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농장 게임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되는 순간이지요. 위의 경우 밖으로 노출된 광산들이 "날 털어주세요" 하고 외치고 있군요.
위는 제 마을의 최근 모습인데요, 원래 격자형으로 도저히 뚫을 수 없을 것 처럼 생긴 마을을 만들어놨는데 그렇게 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지레 겁먹어 쳐들어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저렇게 상단에 일부러 약점을 만들어놓고, 안에 트랩을 배치해놨습니다. 요렇게 하면 자연히 적들이 쳐들어와서 공격을 시도하다가 좌절되며 제 승점이 올라가겠지요. 그 반면 7시 방향에는 고블린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저는 져도 되니 남의 마을에서 돈만 빼앗으면 되는 식이지요. 아직 방어 건물들 화력이 약해서.. 승률은 3:1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나마도 돈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쳐들어오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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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무서운 기획 11. 클랜 시스템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혼자 하면 질리기 마련이죠. 이 게임은 게임 제목에도 포함되어있다시피 클랜 시스템을 마련해두었습니다. 각 마을에 클랜 홀을 지으면, 전세계의 여러 클랜을 골라 가입할 수 있습니다. 자기 유닛을 클랜에 기부하면, 해당 클랜에 소속된 다른 마을들에 적이 쳐들어왔을 때 지원 공격을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그래서 약한 플레이어라고 얕보며 쳐들어왔다가 된맛을 보고 나올 수도 있는 식입니다. 제가 아직 클랜에 가입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이것도 역시 대단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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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 게임을 하는 내내 섬세하게 기획된 각종 시스템에 놀랐습니다. 사용자의 지갑을 어떻게 여는지, 어떤 식으로 흥분시키고 어떻게 게임을 다시 켜게 하는지, 어떻게 재미를 느끼는지, 게임의 컨텐츠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하게 만들기도 하는 등 잘 나갈 요소가 다분하지요.
그 결과 제작사 SUPERCELL은 하루에 5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앵그리버드의 제작사인 로비오가 한달에 600만달러를 벌었다고 적었는데, 환산해보면 수퍼셀은 한달에 1500만달러를 버는 셈이죠. 로비오가 2011년 매출이 1억 630만 달러라 하니 당시 로비오만큼은 벌고 있는 겁니다. 2012년 기록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기록들 어떻게 되어갈지 정말 흥미진진하네요.
아무튼 저는 이 게임 현질했습니다. 현질하면서 헌납하는 기분이 들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