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주류시장으로 인도하는 캐즘 마케팅(Chasm Marketing)
2015년 01월 20일

캐즘이란 땅이나 얼음 속에 난 깊은 틈을 말하는 지질학적 용어 캐즘은 마케팅에서는 신제품이 시장에 진입할 때, 초기시장과 주류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을 말한다. 사실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으며 얼리어답터들의 관심을 받는 것과 기술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대다수 일반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새로운 기술을 열심히 개발했다. 정말 내가 만들었지만 봐도 새로운 참신한 기술이다. 본격적 출시에 앞서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역시나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대부분 관련 업계 사람이거나 개발자다. 개발자들이 인정한 기술인 것이다. 투자도 받고 직원 수도 늘리고, 사무실도 옮겼다. 회사 규모도 늘렸겠다. 이제 양산을 해서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만 하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대표적으로 캐즘의 강을 건너지 못한 예시로는 ‘전자책’이 있다. 전자책, E-북은 한때 앞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디바이스와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출시됐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E-북을 사용하고 있는가? 많은 전문가는 E-북이 캐즘을 건너고 있다고 말한다. E-북은 캐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대로 캐즘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인가?

캐즘 마케팅의 제프리 무어(Jeffrey Moore)

캐즘 마케팅의 제프리 무어(Jeffrey Moore)

캐즘이라는 개념은 제프리 무어가 그의 저서 <캐즘 마케팅(Cross the Chasm)>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스탠퍼드대 영문학박사 출신의 제프리 무어는 90년대 초 ‘하이테크 마케팅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캐즘 마케팅>을 출간한 후 현재 컨설팅회사 캐즘그룹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IBM, 애플, HP 등 미국의 초일류 기업들의 경영자문과 강연을 하며 활동하고 있다. 또한, 그는 스탠퍼드 대학이 선정한 ‘첨단기술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술수용주기모형과 캐즘

제프리 무어의 캐즘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사회학자 애버릿 로저스(Everrette Rogers)의 ‘기술수용주기모형(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을 먼저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애버릿 로저스가 저서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서 소개한 기술수용주기모형은 첨단 기술이나 새로운 제품을 수용하는 소비자를 소비행태에 따라 5개의 그룹으로 나눈 이론이다. 얼마나 빨리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를 나눈 것이다.

기술수용주기모형의 5가지 그룹은 혁신수용자(Innovators), 선각수용자(Early Adoptors), 전기 다수수용자(Early Majority), 후기 다수사용자(Late Majority), 지각수용자(Laggards)로 나뉜다.

최지

혁신수용자는 가장 먼저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는 약 2.5%의 소비자층이다. 이들은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가 빠르며 분석하기를 좋아해 신기술이나 제품 발굴에 적극 참여하기도 한다. 제품의 실제 효용보다는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이 정도 되면 떠오르는 집단이 있다. 바로 공대. 실제로 이 집단의 대부분은 ‘공대 남자’라고 한다. 공대 남자답게 새로운 제품에 열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좀처럼 입소문을 내지 않는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 것이 초기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수용자 다음으로 첨단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선각수용자는 혁신수용자처럼 분석하기를 좋아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잘 주변의 평가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직관과 분석에 의존한다. 일반대중보다 첨단 기술을 빨리 접하고 혁신수용자와 달리 입소문 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마케팅 시 주요 공략대상이 된다.

전기다수사용자는 얼리어답터의 행동을 보고 첨단 기술이나 제품의 실용적인 활용방법을 모색하는 집단이다. 전체 소비자층의 약 1/3에 해당하는 이 소비자층은 어느 정도 기술과 신제품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혁신수용자나 선각수용자보다 실용성에 더 무게를 둔다.

후기다수수용자는 신기술 제품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린 후 제품을 구매하는 층이다. 첨단기술을 소화하는 데 있어 전기다수사용자들 만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지 않는다. 후기다수수용자는 제품 구매 후에도 많은 지원을 기대해 큰 회사의 상품을 구매하고 AS가 확실한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전기다수사용자와 후기다수사용자를 묶어 주류시장이라고 한다.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이 주류시장은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시장이 된다.

지각수용자는 좀처럼 신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개인적 성향일 수도 있고 경제적 이유일 수도 있다. 이들이 첨단 기술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제품의 기술성과 필요성은 모를 확률이 높다.

학계에서는 이 소비자들을 캐즘의 전과 후로 초기시장, 주류시장로 나누기도 하고 더 세분하게는 후기소비자를 다시 2개로 쪼개 주류시장, 후기시장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경우 혁신수용자와 선각수용자가 초기시장에, 전기 및 후기 다수사용자가 주류시장에, 지각수용자가 후기시장에 포함된다. 전기시장은 기술의 실용성에, 주류시장는 보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5-01-15-crossingthechas-thumb

캐즘은 초기시장과 주류시장의 사이 즉, 선각수용자와 전기다수수용자의 사이에서 발생한다. 캐즘이 발생하는 이유는 ‘혁신의 불연속성’ 때문이다. 5개의 소비자층은 매끄럽게 연결돼 있는 게 아니라 가뭄에 쩍쩍 갈라진 땅처럼 단절돼있다. 그리고 초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린 자세로 수용하는 혁신수용자와 선각수용자, 그리고 실용주의자인 다수사용자들의 사이에는 특히나 큰 갭, ‘캐즘’이 존재한다. 초기시장과 달리 주류시장의 소비자들은 급격한 변화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처음에는 저항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첨단 기술을 다루는 업계에서 이 캐즘은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더 진보적인 기술일수록 다수시장으로의 진입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는 새롭고 뛰어난 기술을 소비자가 이해 못 할 수도 있고 시장에 적용할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사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계는 다양한 시도를 바탕으로 혁신과 개혁이 일어나는 곳이다. 그래서 더 캐즘의 구렁텅이에 빠질 위험이 큰 곳이다. 캐즘을 극복하는 것, 초기시장을 선점한 이후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이 마케팅에서 풀어야 하는 가장 큰 숙제다. 캐즘을 넘는 기업은 성공하고 캐즘을 넘지 못하는 기업은 한때 존재했던 그렇고 그런 기업이 된다.

캐즘을 넘을 솔루션, 캐즘마케팅

시장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혁신을 대다수인 주류시장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리어답터들에게 퍼진 제품의 인식을 짧은 시간 안에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캐즘을 극복하는 마케팅이 바로 캐즘마케팅이다. 캐즘마케팅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자.

캐즘마케팅의 핵심은 각 소비 단계에 맞는 고객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표적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앞서 우리가 열심히 5개로 소비자를 나눠 분석한 것은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쟁 상대에 대한 완전한 이해

초기시장이 형성되는 경우의 경쟁은 타사의 제품이 아니라 신제품이 대체할 기존의 상품과의 경쟁이다. 즉, 신기술을 지지하는 선구자와 기존의 기술을 고수하는 실용주의자간의 경쟁인 것이다. 또한 경쟁의 대상이 특정 상품이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 현상을 유지하려는 관성과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면 주류시장은 실용주의자들의 영역으로 경쟁의 대상이 완전 다르다. 그래서 주류시장에서의 경쟁은 같은 범주에 있는 타제품이다. 실용주의자는 타사의 제품과 비교해 보고 실용성을 따져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제품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보완재를 구축한다

새로운 첨단 기술인 만큼 관련 인프라와 보완재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사용을 이끌기 위해 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프라 구축을 참 잘한 첨단기술이 바로 MP3다. MP3는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손쉽게 음원을 다운받아 MP3에 넣어 들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다수시장으로의 진입을 앞당겼다.

볼링핀 전략

볼링을 생각해보자. 10개의 핀을 넘어뜨리기 위해서 10개의 핀 모두를 공이 맞출 필요는 없다. 가장 앞에 나와 있는 핀 하나만 정확히 넘어뜨리면 뒤에 있는 나머지 9개의 핀은 알아서 넘어진다. 볼링처럼 소비자를 세분화한 후 공격 지점을 선정해 한 고객층을 표적하는 것이다. 이렇게 먼저 표적한 곳을 더 광범위한 소비자층을 노릴 거점으로 삼고 캐즘을 뛰어 넘을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절대무적, 완전완비제품을 내놓는다

완전완비제품이나 최종소비자의 구매와 사용을 유도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가치를 만족하는 제품이다. 즉, 모든 소비자가 사고 싶어하는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내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무적인 완전한 솔루션이 아닐 수 없다.

 사진 출처 : Channel 9, Huff Post

0 0 votes
Article Rating
최지연 기자 (2014~2015)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