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카레이싱으로부터 배운 경영(전편은 이곳을 클릭),
두 번째는 "같은 서킷을 계속 돌다 보면 빨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운전을 한다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출퇴근 시 무심코 다니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을 처음 갔을 때 걸린 시간과 오늘 걸린 시간을 비교해 보시라. 놀라울 정도로 빨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연습은 완벽을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라는 서양 속담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다!
그러나 이 말은 위와 같은 수동적 측면에서의 체득 이외에 또 다른 측면을 내포한다.
모두가 이기기를 원하는 서킷 위에서는 일반 도로에서와는 달리 드라이버가 승리 이외에도 자신의 포지션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이는 일반 도로에서 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서킷에서 드라이버는 매 주행 시마다 발생한 다양한 요소들을 즉시 복기하고 분석하여 다음 Lap에서 같은 지점을 지나갈 때 적용해야 한다. 각 Lap이 1분에서 2분 남짓임을 고려해 보면 이는 엄청나게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드라이버는 실제 서킷에서 가능한 많은 연습을 통해 서킷에 적응하는 것과 동시에 실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그려보고 대비하여야 한다. 즉, 서킷에 많이 올라서 볼수록 승리에 가까이 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훌륭한 드라이버들은 차량을 가지고 서킷을 도는 것 이외에도 걸어서 서킷을 돌며 구간마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나 차량 조작 방법을 연구하고 숙지한다.
이는 경영에서도 정확히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의 성공은 결코 한 방의 대박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가능한 많은 수의 실험을 하고, 실험마다 획득되는 시장에서의 결과를 다음 번 실험에 적용함으로써 점차 성공 가능성을 증대시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당신이 훌륭한 경영자라면, 당신은 지루할 정도로 같은 실험과정을 그것도 적극적으로 반복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들을 즉시 분석하여 다음번 실험에 적용해야 함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카레이싱은 최고 속도가 아니라
레이스 내내 얼마만큼의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결국 관건이라는 것이다.
(It's about how much speed you carry, not how fast you go)
레이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최고속도가 가장 빠른 차, 혹은 가속이 가장 빠른 차가 우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어서 가속이 빠르고 최고속도가 더 높으면 그만큼 승리의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말했듯이 레이스 결과의 80%는 차량의 기계적 성능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선을 달리는 드래그 레이싱이 아닌, 서킷에서는 최고속도가 시속 250km인 A 차량이 시속 230km가 최고 속도인 B 차량을 반드시 이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서 250km로 달리던 A의 드라이버가 턴을 돌기 위해 턴의 100m 앞에서부터 감속해 120km까지 속도를 줄여야 하지만, 230km로 달리던 B의 드라이버는 더 좋은 라인을 잡아 50m 앞에서부터 감속하여 160km에서 턴을 돌아나갈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턴을 돌고 난 후에는 두 차량이 비슷하게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더욱이 턴 탈출 이후에는 진입 속도가 더 높았던 B 차량이 더욱 빠르게 가속하여 앞서 나가기 시작할 수도 있다.
턴(Turn)들이 있어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야 하는 실제 서킷에서는 그보다 드라이버가 각 턴을 지날 때 어느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고 달릴 수가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은 얼마만큼의 모멘텀(Momentum)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킷(Circuit) 중 하나인 라구나 세카(Laguna Seca)에서의 가속/감속 그래프]
다양한 상황이 매 순간 발생하는 경영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성장이나 기업의 운명은 결코 직선으로 되어있지 않다. 모든 기업은 여러 상황 속에서 수많은 Up과 Down을 경험하며 성장하게 된다. 이때 Up의 순간만큼, 즉 가속의 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Down, 즉 감속의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모멘텀을 유지하여 빠르게 다시 가속으로 전환하여 탈출할 수 있는가이다. 감속이 길어질수록 그 턴의 탈출에 긴 시간이 걸리며, 아울러 가속으로 전환한 후에도 속도를 회복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기업 역량의 성장 곡선: 기업의 성장은 A가 아니라 B와 같이
수많은 Up과 Down의 순간을 거쳐 이루어진다.]
따라서 훌륭한 경영자라면, 기업의 퍼포먼스 관리만큼이나 모멘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모멘텀은 결국 그 구성원들이 얼마만큼의 드라이브(Drive)와 텐션(Tension)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훌륭한 경영자들은 이것이 결국 Vision과 Leadership의 관리에서 시작함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맺음말
레이싱과 경영의 유사성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하루가 모자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필자가 지난 10여 년간 사업을 하면서 카레이싱으로부터 배워 직접, 그리고 고객사의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검증한 세 가지 가장 중요한 경영의 원리, 즉 “기회를 위해 라인을 버릴 수 있는 용기”, “반복 연습과 실험을 통한 성공”, 그리고 “모멘텀 의 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2014 년에도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여러 도전을 겪게 되실 것임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부디, 각 과정은 여러분들이 라인을 벗어나 앞차를 추월할 기회이며, 그 경험들이 축적되어 결국 기업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모든 기업은 수없이 많은 Up과 Down의 순간을 겪으며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계속해서 모멘텀(Momentum)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쪼록 올 한 해가 끝났을 때 필자를 포함한 우리 여러분 모두가 만족스러운 순위의 체커기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