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하도 많이 회자되는 용어라서 공유경제가 정확히 뭔지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본 사람이 몇 안될 것 같다. 요새 내가 우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오늘도 조금 하려고 한다. 아니, 오늘은 공유경제에 대한 내용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뭔가를 – 운전, 청소, 배달 등 –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기술을(주로 앱) 이용해 연결해 주면서 소비자들이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면서 디스럽트(disrupt)하고있다.
난 우버라는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솔직히 우버가 더 커지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버가 대표하는 공유경제가 과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먹고살 만한 수입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안정적인 고용을 제공할 수 있을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우버 기사분들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우버만을 통해서 먹고살 정도의 돈을 벌지만 그렇지 못 하는 기사들도 많이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공유경제에 종사하는 인력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통상적인 근무시간인 월-금, 9시에서 5시까지 일을 하지 못하는 주부, 은퇴한 사람, 학생 또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공유경제의 특징인 시간의 유연성과 자율성은 이런 사람들에게도 일 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두 번째는 노력하지만 취업을 못 하는 사람들이다. 공유경제가 실업을 완전히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정규취업을 시도하는 동안 먹고살기 위한 수입 또는 용돈을 조금이나마 제공해 줄 수 있다. 세 번째는 공유경제에 풀타임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공유경제를 통해서 꽤 짭짤한 수입을 버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아마도 가장 재미있는 부류는 – 그리고 공유경제가 탄생시킨 새로운 직업군이다 – 직장을 다니면서 사이드로 공유경제를 통해서 부수입을 버는 사람들이다. 낮에는 일반 회사에서 일하지만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남는 방 하나를 단기 임대하고, 여기서 버는 수입을 가지고 엣시닷컴(Etsy.com)에서 작은 직물공예 비즈니스를 시작한 여성분이 있다. 원래는 은행대출을 받아서 비즈니스를 해보려고 했지만, 신용등급 때문에 거절당했고 에어비앤비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에어비앤비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1만 명 이상이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창업 초기의 어려운 시기를 에어비앤비 임대로 발생하는 수입으로 버텼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창업한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킬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공유경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공유경제를 단순히 풀타임(full-time)채용과 비교할 게 아니라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만큼만 할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직업 카테고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상당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입장은 바로 공유경제는 고용창출을 하는 게 아니라 공유경제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와 이 플랫폼에서 뭔가를 팔고 있는 제공자들 간에 엄청나게 큰 불평등을 만든다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우버만 보더라도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건 플랫폼을 제공하는 우버이고, 기사들은 우버가 버는 돈에 비하면 재미를 많이 못 본다. 우버의 40조 원, 그리고 에어비앤비의 20조 원 밸류에이션은 결국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직업이 제공하는 경제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자율 계약직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기업가치라는 욕을 먹을만하다.
그럼 공유경제의 유일한 승자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같은 플랫폼일까? 아니면 전통적인 직장이 제공하는 의료보험이나 연차는 없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플랫폼 종사자들도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원문 출처 : THE STARTUP BIBLE
이미지 출처 : 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