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대표 황희승∙윤신근)이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상반기 잡플래닛 내 기업 평가를 토대로 ‘2023 상반기 결산’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했다.
이번 평가는 기업별 △총만족도에 △급여·복지 △워라밸(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승진기회∙가능성 △경영진 등 6개 항목의 만족도 점수를 모두 반영해 10점 만점으로 환산해 선정했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리뷰가 남겨진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 2023 상반기 일하기 좋은 기업 전체 1위는 ‘구글코리아’, 대기업 1위는 ‘두나무’
일해본 구성원들이 "한국에서 제일 좋은 회사"라 딱 집어 말하는 곳, 구글코리아가 총 8.75점으로 2023년 상반기 일하기 좋은 기업 1위에 올랐다. "여전히 갈 만한 다른 곳이 없어" 계속 다닌다는 이 회사, 총점 8.75, 급여복지 만족도 4.61점, 사내문화 만족도 4.5점, 기업추천율은 94%에 달한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데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동료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똑똑"하다며 극찬했다.
다만 올해 초 경기 침체로 인한 글로벌 IT기업들의 구조 조정 여파를 구글코리아라고 피하진 못했다. "글로벌 레이오프 트렌드로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였다고. 한 구성원은 "살벌한 비개발직군 레이오프, 직업 안정성을 원한다면 국내 기업을 추천한다"고 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관료화 되는 분위기"와 "성장에 따라 이전의 속도와 자율성은 어려워지는 듯 하다"는 아쉬운 평가도 나왔다.
두나무가 8.74점을 받아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현 직원이 "꿈의 직장"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회사 몇이나 될까. 극소수일 것 같은데, 그중 하나가 블록체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증권거래 정보 서비스인 증권플러스 등을 운영하는 두나무다. 전체 기업 중 2위, 대기업 중 1위에 올랐다. 특히 급여·복지 만족도는 4.69점을 기록, 압도적이다. 구성원들은 "회사 다니면서 돈 쓸 일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복지가 좋고 "높은 인센티브와 최강 복지"로 "여기보다 복지 좋은 곳은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구성원들은 '워라밸'을 꼽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월급날이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고. "워라밸이 좋다고 할 순 없지만 금융치료가 되니까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또 "야근이 많지만 월급 및 인센티브와 금전적 복지를 보면 참아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이라는 리뷰에서 이 회사의 명확한 장단점이 보인다.
네이버웹툰이 8.7점으로 종합 3위에 올랐다. <2023 주목할 기업>에서 대기업 1위에 올랐던 네이버웹툰이 2023년 상반기 평가에서는 대기업 2위에 올랐다. 대기업 부문 1위 자리는 내줬지만, 전체 순위 11위에서 3위로, 총점은 8.52점에서 8.7점으로 올랐으니 구성원 만족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2022년에도 총점 8.3점으로 대기업 1위에 올랐으니, 일하기 좋은 회사 단골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다.
사내문화(4.64점) 급여·복지(4.35점) 경영진(4.27점) 기업추천율(100%), CEO지지율(91%)까지. 모든 부분에서 구성원들의 만족스러움이 엿보였다. 구성원들은 "동료, 복지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회사"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음"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개인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곳" "덕업일치를 원하면 만족할 수 있는 곳" 등 회사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완벽해 보이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워라밸(3.91점)이다. 업무량이 정말 많다고 한다. 한 구성원은 "일이 너무 너무 많음. 워라밸이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업무 강도가 높고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서, 워라밸이 중요하다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또다른 구성원은 "업무강도가 높은 만큼 성장하기 좋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 중견∙중소기업 부문 1위는 ‘VD컴퍼니’
서빙 로봇을 만드는 VD컴퍼니가 총점 8.32점으로 중견·중소 기업 부문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로 꼽혔다. VD컴퍼니는 2019년에 설립돼 서빙 로봇으로 시작해 포스 시스템, 테이블 오더, 웨이팅, 적립, 매출 관리 등의 서비스를 일원화한 'VD 솔루션'을 개발했다.
외식업계 사장님들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 중인 VD컴퍼니, 직원들이 일하기에는 어떨까? 2023년 상반기 평가에서 급여·복지 4.2점, 사내문화 4.1점, 경영진 4.2점 등 전반적으로 고르게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성장가능성에 대해서도 80%가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CEO지지율 역시 90%로 높은 수준이다. 구성원들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스타트업 특성상 단기간에 배우는 부분이 많다" "스타트업인데 중견기업보다 훨씬 좋은 다양한 복지 혜택" "열심히 일한 만큼 받아가는 상여금" 등을 장점으로 언급했다.
다만, 역시 빠른 성장과 워라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까.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업무량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라밸 만족도는 3.3점, 리뷰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띈다. "일하는 시간이 많다" "성장하는 회사이다 보니 야근도 있고, 업무량도 많다" "일이 엄청나게 많다" "체력이 좋아야 버틸 수 있다"는 리뷰에서 아쉬움이 엿보인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운영하는 그립컴퍼니가 중견·중소 기업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로는 25위다. 2018년 설립, 앱 출시 4년 만인 2022년 거래액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포브스코리아가 지난해 말 선정한 '한국인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모바일앱' 평가 쇼핑 부문에서 쿠팡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성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한 것은 사내문화 부분(4.6점)이다. 경영진 만족도 4.3점, 특히 CEO지지율은 100%로 2023년 상반기 리뷰를 남긴 모든 구성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리뷰에서도 드러난다. "자유로운 분위기,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는 곳" "좋은 사람들과 특별한 사내 정치도 없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보기 드물게 성과와 인성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 "비전 있는 CEO가 있음" 등 호평이 가득하다.
압도적으로 높은 사내문화와 경영진 만족도와 비교해 급여·복지(3.6점)와 워라밸(3.7점)에서 살짝 아쉬움이 엿보이긴 하지만, 설립 6년차 스타트업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만족도다. 조직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조직별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리뷰가 보인다. 복지를 잘 누릴 수 있는 부서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고. 한 구성원은 "조직이 급히 커지다 보니 아직 시스템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점이 있다"며 "성장을 위한 모멘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전반적인 만족도 평가에서 ‘급여∙복지’ 만족도 영향 커…’보상’에 대한 중요성 커진 올 상반기
2023년 상반기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급여·복지' 만족도가 전체 만족도에 미친 영향이다. 상위 20개 기업 중 급여·복지 부문에서 4점 대 이하를 받은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상위권 기업이라도 워라밸이나 사내문화, 경영진 만족도 등 회사별 장단점에 따라 3점대를 기록한 항목이 있기도 한데, 유독 급여·복지에서만은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직장인들이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평가할 때, 급여·복지 수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워라밸이 조금 안 좋더라도 급여·복지 수준이 훌륭하다면, 사내문화가 조금 아쉽더라도 회사 재무 사정이 안정적이라 복지가 훌륭했다면,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어느 때보다 '보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2023년 상반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전체 10위권 내 중견·중소기업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글로벌 외국계 기업이 2곳, 대기업(관계사)이 4곳, 공기업·기관이 4곳이었다. 20위권 내로 시선을 넓혀봐도 중견·중소기업은 단 1곳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IT스타트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던 2020년과 2021년,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공기업들을 제치고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 상위권을 IT스타트업이 휩쓸었던 것을 생각하면 직장인들 ‘일하기 좋은 기업’에 대한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들 기업의 리뷰에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뛰어난 동료' '자유로운 사내문화' 등이 장점으로 언급됐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2점대 워라밸이나 경영진 만족도, 낮은 성장가능성 전망에도 ‘금융치료’ 가능한 수준의 급여·복지 만족도를 무기 삼아 상위권에 오른 기업들이 눈에 띈다. 그만큼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시장 상황에 따라 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지 제공: 잡플래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