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생기고 있는지, 또 어떤 뉴스가 핫 한지 구성원들은 궁금해하고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회사 인트라넷(구성원 전용 인터넷 환경)을 통해 익명 게시판이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회사에서 언제든 내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불안감 때문에 잘 활용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떤 한 회사에서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 논란의 글을 내려달라고 직접 요청했다는 이야기, 또 회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아예 게시판을 통째로 닫아버린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에 팀블라인드의 정영준 공동 대표는 "사용자들이 익명성 보장에 대한 의심 없이 회사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는 현재 한국 812개, 미국 40개, 일본 11개의 회사가 사용 중이다. 통계에서도 나타나듯 회사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시판에 대한 니즈는 한국을 넘어 어디에나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회사 이메일로 인증만 하면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모바일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직 등록된 회사가 아니라면 블라인드에 등록 요청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회사는 인원이 적기 때문에 아무리 익명의 서비스일지라도 사용자의 문체로 글쓴이가 누구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 익명 게시판인 ‘우리 회사’ 서비스는 사용할 수 없지만 스타트업 업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다.
올해 8월 팀블라인드는 업계 소통 공간인 라운지 서비스를 오픈했다. 블라인드 사용자는 라운지를 통해 동종 업계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특히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이나 같은 그룹의 계열사 구성원들의 소통 창구 기능을 하고 있다. 서로의 업무 강도, 연봉, 사내 분위기 등 지인이 없으면 알기 어려웠던 알짜 정보들을 라운지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또 꼭 이직이 아니더라도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업계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과 각각의 회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블라인드의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라운지까지 확장된 이유로는 IT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길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미국은 더 그렇다.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미국의 어떤 한 엔지니어가 3개의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아 고민하던 중 각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없어서 한국의 네이버 지식인 같은 서비스인 ‘쿠오라(Quora)’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글쓴이에게 입사를 제안했다는 3개의 회사 중 한 회사의 CEO가 글에 직접 입사 제안을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답글을 달았다.
이렇게 충분한 네트워크가 없어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던 수많은 이들은 블라인드 라운지로 이동 중이다.
지난 10일 팀블라인드는 미국에서 IT 라운지를 오픈했다. “미국의 IT 업계 이직률은 한국보다 높아서 대부분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최소 두 군데 이상 이직할 곳을 미리 생각해 놓는다”고 정영준 공동 대표가 설명했다.
미국 IT 라운지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우버, 에어비앤비 등 40개의 글로벌 IT 회사들이 등록되어있다.
앞으로 팀블라인드는 ‘라운지’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이전에 ‘우리 회사’ 서비스는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만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 ‘라운지’ 서비스에서는 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종 업계 사람들은 비슷한 고민을 할 확률이 높고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정영준 공동 대표는 말했다.
실제로 블라인드를 통한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소식도 많이 전해진다. 라운지를 통해 결혼하게 되었다며 청첩장을 보내온 사용자도 있다. 이런 요청이 많아지면서 사용자들 스스로 제3의 앱이나 서비스 플랫폼을 따로 개발해 사용하기도 한다. 블라인드를 통한 연인 찾기 자동 매칭 서비스인 ‘블라인드 듀오 닷컴’, 봉사 활동을 위한 모임 스케줄링 플랫폼 ‘블라인드 봉사단’, 이직 관련 정보 푸시 앱 등 재능 있는 사용자들 손에서 또 다른 서비스들이 개발됐다.
팀블라인드의 정영준 공동대표는 앞으로 블라인드 서비스의 브랜드를 강화해 미국, 일본뿐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등 서비스가 필요한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며 라운지 서비스를 업계뿐 아니라 직무, 지역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블라인드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없지만, 앞으로 모인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편견 없는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블라인드’의 활약이 기대된다.